[기고=최호열] 지소미아 종료 결정의 의미와 대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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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최호열] 지소미아 종료 결정의 의미와 대책
  • 포천일보
  • 승인 2019.09.02 10: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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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호열/ 포천신문 명예회장, 전 더불어민주당 포천.가평지역위원장

정부는 지난 22일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지소미아)을 연장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김유근 국가안보실 1차장은 “일본 정부가 화이트리스트에서 우리나라를 제외해 양국의 안보 협력 환경에 중대한 변화를 초래했다”면서 “이런 상황에서 정부는 안보상 민감한 군사 정보 교류를 목적으로 체결한 협정을 지속시키는 것이 우리 국익에 부합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고 지소미아 종료에 대한 배경을 설명했다.

지소미아란 국가 간에 군사 기밀을 서로 공유할 수 있도록 맺는 협정을 뜻한다. 한국과 일본은 지난 2016년 박근혜 정부가 북한의 병력 이동과 사회 동향, 북 핵·미사일 관련 정보 등을공유하기 위해 체결했으며 이는 광복 이후 우리와 일본이 맺은 유일한 군사협정이기도 하다.

지소미아가 종료되면 더 이상의 한일 간 군사적 동맹은 없어지게 된다. 사실 한일 간의 군사정보교류만 놓고 본다면 이것이 그리 큰 의미가 있는 것은 아니다. 주고받는 정보의 양이 많지도 않고 그 내용 또한 양국이 안보 위협을 느낄 수준의 것이 아니다. 문제는 미국이다. 미국은 한·미·일 삼각 군사동맹을 동아시아 안보의 축으로 삼아 중국과 북한을 견제해왔고, 이런 이유로 지소미아 유지와 필요성을 강조해왔다.

정부의 지소미아 종료 발표 이후 미국은 “강한 우려와 실망감을 표명한다”, “한국 방어를 복잡하게 하고 주한미군에 대한 위험을 증가시킬 수 있다”며 불만과 비판의 수위를 높였다. 이를 두고 야당과 보수 언론에서는 정부가 국익과 안보를 위한 외교를 무시한 채 한·미 동맹을 파괴하려는 의도가 있는 것 아니냐는 의심까지 내놓고 있다.

물론 지소미아 종료로 한미연합공조가 흔들리는 것은 우리 안보를 위해 반드시 막아야 할 일이다. 하지만 우리 정부가 이런 위험부담을 안으면서까지 지소미아 종료 결정을 내린 이유에 대해서는 깊이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일본이 우리를 배제시킨 백색국가(화이트리스트)는 일본 정부가 안보상에 문제가 없다고 판단한 안보우방국가를 말한다. 바꿔 말하면 일본은 우리를 안보우방국가가 아니라고 공표한 것이다. 그런 나라와 군사정보를 나눈다는 것이 과연 타당한 일인가. 또한 미국은 어떠한가. 미국은 일본이 한·일 갈등을 유발하고 격화시키는 상황에서도 뒷짐만 지고 있다가 사태의 원인과 경과에는 상관없이 지소미아 종료에 대한 비판과 압박만 가하고 있다. 한미 동맹이 과연 한국에게만 중요한 문제인가? 미국은 이 부분에 대해 다시금 인식하고 동맹국으로서의 제 역할을 수행해야 한다.

우리 정부가 내세운 지소미아 종료 카드는 지금이라도 한·일 문제에 미국이 적극적으로 관여해 한·일 갈등 배경에 대한 균형 잡힌 인식을 갖고 갈등을 유발한 원인제공자인 일본을 압박해 달라는 의미가 담겨 있다. 일본의 백색국가 한국 제외조치 시행을 하루 앞두고 이낙연 국무총리가 일본이 부당한 수출규제 조치를 철회하면 한일 지소미아 종료 결정을 재검토할 수 있다고 밝힌 것도 이와 상응한다.

하지만 국제관계는 어느 한쪽의 노력만으로는 결코 성립될 수 없다. 하물며 한일 관계에 있어 일방적인 양보와 이해란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일본은 한국 대법원의 강제징용 배상 판결에 반발해 백색국가 제외라는 경제보복 조치를 취했다. 이에 대해 우리는 지소미아 종료라는 카드로 맞불을 놓았다. 일본의 규제 철회에 따른 재검토 가능성을 열어 두었지만 근본적으로 일본의 과거사에 대한 직시와 반성 없이는 양국의 협력 관계가 복원될 수 없다. 미국이 한·미·일 3자 안보 협력 관계를 중시한다면 사태의 근원적 문제를 명확히 보고 중재에 나서야 한다.

한국 정부 또한 한반도 안보지형에 틈이 생기지 않도록 모든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특히 지소미아 연장을 바라던 미국을 충분히 이해시키고 대미 외교전에서 일본에 밀리지 않도록 대책이 마련돼야 함은 기본이다. 정부의 지혜로운 외교 전략이 그 어느 때보다 절실한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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