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자 떠나는 기행] 산정호수 명성산 억새밭 가는 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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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 떠나는 기행] 산정호수 명성산 억새밭 가는 길
  • 포천일보
  • 승인 2019.09.28 17:53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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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작성 어디론가 떠나고 싶은 계절, 28일 새벽 잠이 깬다. 모처럼 산정호수 명성산이나 한 번 올라가 볼까 하는 마음에 주섬주섬 물을 준비하고 가는 길에 김밥 한 줄을 산다.

산정호수로 가는 길목 곳곳에 아프리카돼지열병 거점초소를 지난다. 이곳에서 밤새 초소근무 하느라 잠을 못한 이들의 마음을 헤아려 보기도 했다.

어둠이 채 가시기 전에 산정호수 상동 주차장에 도착하니, 어둠속에서 한 두 사람이 지나갈 뿐이다.

배낭을 메고 억새밭 입구 상가들을 지나, 산속으로 들어선다. 사물 식별이 어려운 어둠에 핸드폰 라이트에 의지하며 한발 한발 산속으로 간다. 청량감 느끼게 하는 계속의 물 흐르는 소리를 듣고 걷고 있다보니, 차쯤 날이 밝아온다.

 

요즘 세상 돌아가는 게 혼란스럽다. 포천과 경기북부는 아프리카돼지열병 파동으로 지역경제가 파탄날 지경이라는 소식에 시민들의 마음은 흉흉스러워 보인다. 또 언론들은 매일같이 조국 장관퇴진과 검찰개혁을 요구하는 소식들을 앞다퉈 보도하고 있다. 조국장관 사태는 정치권과 국민, 그리고 언론까지 양분되어 갈등을 빚고 있다.

산에 오르는 길은 생각을 정리하기엔 그만인 것 같다. 혼란스럽기는 나 자신도 마찬가지다. 어둠과 물소리에 문득 나 자신을 돌이켜 본다. 정직하게 옳은 일을 위해 열심히 산다고 산 것 같다. 50대 후반 나이, 함께 뛰어왔다고 생각했는데, 뒤를 돌아보니 아무도 없고, 남겨진 것도 없다는 생각에 이른다. 그저 혼자 앞뒤 안가리고 뛰어온 느낌이다. 마음이 먹먹해지고, 가슴이 시려온다.

이런저런 생각에 잠겨, 오르다 보니 억새밭 초입에 들어선다. 고라니 한쌍이 인기척에 놀라 손살같이 산속으로 도망친다. 이젠 날이 완전히 밝았다.

억새밭 입구에 도작하니 ‘명성산 억새바람길’이라고 새겨진 큰 이정표가 반긴다. 그동안 보지 못했던 데크재로 만든 길, 포토존이 눈에 들어왔다. 이곳 저곳에 경기도 특별교부금으로 공사를 시행한다는 현수막이 붙어있다. 부부로 보이는 중년 남녀가 내려오며, 손에 든 카메라를 보며 “사진찍으로 오셨어요”라고 묻는다. 인사를 나눈 후 사진 촬영에 나섰다.

 

억새밭 이곳 저속을 살펴보며, 올라가니 팔각정이 나온다. 팔각정에서 바라보는 억새밭과 주변 풍경은 아직은 단풍이 들기에는 조금 더 있어야 할 것 같다. 시간이 얼마나 되었나 확인하니, 오전 7시가 조금 넘었다. 이곳에서 김밥 한 줄과 물을 마신다. “산에서 먹는 건 무엇이든지 맛 있다”는 말이 떠올린다.

팔각정 옆 빨간우체통 옆에서 생소한 핸드폰 셀카를 찍어 보고, 삼각봉 방향으로 길을 잡아 더 오른다. 김밥을 먹어서인지 오르는 길은 숨이 가프다. 조금 더 가니, 아래쪽으로 푸른 산정호수와 주변 산자락 풍경이 펼쳐져 있다. 카메라 렌즈를 맞춰본다.

 

삼각봉 도착을 찍고, 하산하며 초가을 풍경을 감상한다. 다시 억새밭이 나오고, 카메라 렌즈로 억새를 본다. 또 다른 모습이다.

처음 도착했던 억새밭 초입 ‘명성산 억새바람길’이른 푯말이 있는 곳에 도착하니, 드문드문 등산객들이 보인다. 조금 더 내려오는 동안 이젠 단체 등산객으로 보이는 이들이 시컬벅척, 하하호호, 밝은 표정을 짓으며, 산을 오른다. 산을 오르는 수많은 사람들은 저마다 형형색색 등산복 차림이다.

새벽에 도착했을 때 텅비었던 산정호수 주차장은 만차가 됐다. 늦게 도착한 이들은 주차공간을 찾느라 분주하다. 비록 몸은 피곤하지만, 한결 가벼워진 마음으로 집으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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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조평판 2019-09-30 16:02:33
혼자 떠나는 기행.... 제목부터 눈에 들어오네요. 좋기도 하구요. 글쓴이의 심정이 고스란히 느껴집니다. 때론 시간이 필요하기도 합니다. 화이팅 하시구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