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 고] 故 김광우 교수님 영전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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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 고] 故 김광우 교수님 영전에
  • 허 훈 대진대 행정학과 교수
  • 승인 2021.03.31 14:5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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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0평생을 가열차게 살아오신 김광우 선생님이 별세하셨다. 슬픈 비보에 넋을 잃고 마음이 진정되지 않는다. 그분을 아는 모든 이들이 이와 같으리라 생각한다.

창수면 주원리 고향으로 2007년 경 돌아오신 후, 직접 다루기 힘든 장비를 움직이시고, 흙을 개고 돌을 다루시던 모습이 눈에 선하다. 병환이 깊어가는 중에도 과거의 영광에 머물지 않고 새로운 작법을 시도하시던 모습이 벌써 그립다. 늘 작업하시는 것에 대해 존경의 말씀을 드리면, ‘철은 돈이 많이 들어 흙으로 해’ 하시고 딴청을 피우셨다. 하늘에 가시기 직전까지 현역으로 사신 것이다. 아마도 평생을 간직해 오신 그런 정신이 김세중 조각상에 빛나는 조각가, 뉴욕 타임즈지가 문화면 특집기사로 다루어 드린 작품성 등 국내만이 아니라 세계에서 빛나는 예술가로 우뚝 서셨을 것이다.

하지만 우리에게 남겨주신 정신은 예술 이상의 것이셨다. ‘왜 그렇게 갇혀서 살아. 행정학의 테두리를 벗어나서 좀 인간과 사회를 전부 한번 아울러 보는 공부를 해봐’. 함량이 모자라는 자에게까지 이렇게 일갈하셨으니, 그분과 가까이 한 분 들 중에 한 말씀 소회가 없는 분들이 드물리라.

세상을 향해서 말씀하신 것의 중심에는 본질과 실제간의 ‘충돌’을 원하셨던 점을 기억한다. ‘자연+인간’을 주제로 열어오신 작품으로서만이 아니라, 인간이 나아가야 할 미래를 늘 이야기 하셨다. ‘리얼리티’를 강조하시며, 세상과 조국이 물질적인 발전이라는 헛것에만 매달리지 않고, ‘본질’과 ‘실제’의 변화가 있기를 바라셨다.

2010년에 포천미래포럼을 창립하시는데 원로분들과 손을 잡으시고, 초대 회장을 맡으신 것도 그런 뜻이셨다. 영광스럽게도 잔무를 도와 포럼을 시작한 것이 벌써 10년을 넘었다. 이 포럼이 지금도 포천사회에서 역할을 찾아 하려하고 있으니, 선생님의 지도가 그리울 것이다.

“새벽에 딱콩딱콩 하는 소리에 일어나 보니, 인민군들이 집 앞을 지나갔다”는 회고로 시작하여 포천의 역사성과 평화를 그리시던 열변도 이제 더 이상 들을 수 없다. 한 잔술을 받으시고, 정을 듬뿍 담아 권하시며 말씀하시던 그 자상하시던 모습을 다시 뵐 수 없다는 것이 슬프다.

이런 이야기를 하실 때는 옛시절에 대한 그리움과 그 뒤 환경이 좋지 않아진 고향에 대한 아쉬움도 말씀하셨다. 영평천 일대를 평화의 공간으로 해석하셔서 포부를 말씀해주신 것도 그런 자리였다. 노벨평화상을 받은 분들을 조각하여 평화마을을 조성하여, 조국과 후대에 평화의 귀한 가르침을 전하시려 했던 것이다. 하지만 이제 슬픔을 어찌하나, 고인의 유장한 의지는 이제 유지로 남아 오롯이 우리들 후예들의 몫이 되었다.

이제는 모든 아쉬움을 뒤로 하시고, 영평천의 맑은 물과 금수정의 푸른 하늘아래서 행복하셨던 일들을 기억하시며 영면하시기를 기도한다. 또, 가장 가슴이 미어지실 사모님과 유족들에게도 고인의 아름다웠던 모습을 기억하며 큰 슬픔 이겨주시길 바란다.

2021. 3. 31. 허 훈(대진대 행정학과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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