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궁예 전설 국망봉 등산기] 한북정맥 최고봉 “아! 이곳이 국망봉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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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궁예 전설 국망봉 등산기] 한북정맥 최고봉 “아! 이곳이 국망봉인가?”
  • 포천일보
  • 승인 2021.05.07 14: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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궁예가 망국의 한을 품고 참담한 심정으로 부인 강씨를 보고자 했으나, 이미 세상을 떠난 후라 태봉국을 바라보며 망연자실 했다는 전설이 1천년 넘게 전해오는 국망봉에는 5월인데도 먹구름과 강풍이 세차게 몰아친다.

5월 5일 어린이날, 이른 아침에 주섬주섬 옷가지를 챙겨 입고 이동면 국망봉자연휴양림에 도착하니, 오전 7시30분경이다.

샘물공장을 지나 장암저수지 뚝방, 임도를 조금 걸으니, 제2등산로 입구에 도착했다. 해발 300여m쯤에서 오르기 시작한 산행은 전날 비가 많이 와서 그런지 화창한 날씨에도 추위가 느껴진다.

정상까지는 3km 남짓, 힘겨운 산행의 첫 걸음을 시작한다. 슬슬 경사가 높아지더니, 이내 급경사가 나온다. 숨이 차는데도 상쾌함을 느껴진다. 주변에 우거진 숲과 나무, 깊은 계곡을 바라보며 걷는다. 왜 이리 힘든 산행을 하고 있는지도 생각해 본다. 내 나이 50대 후반, 조금은 찌질하게 살아온 게 아닌가? 반문도 한다.

 

벌써 턱밑까지 숨이 차오르고, 허기가 느껴질 때쯤, 국망봉 대피소에 도착했다. 김밥 한 줄로 허기진 배를 달래고 시원하게 물을 마신다. 포만감이 차오르니, 기분이 좋아진다. 이런 게 산행의 즐거움일 것이다.

다시 조금 올라가니 급경사다. 아! 이제부터 국망봉인가? 할 정도로 오르막 심하다. 구름인지 운무인지 잔뜩 몰려오고, 강풍이 몰아친다. 폭포수 소리가 난다. 한발 한발 내딛는 게 천근만근이다. 잠깐의 내리막길을 제외하고는 네 발로 기어올랐다는 등산객의 얘기가 실감이 난다. 특히 정상 500여m를 앞두고 고난의 연속이다.

밧줄과 등산목 연이어 설치되어 있다. 그냥 올라가기도 힘겨운데, 밧줄과 등산목을 설치한 인부들의 노고는 어떠했을까? 하는 생각이 스쳐간다. 잠시 쉬는데, 60대 중반쯤 보이는 부부가 앞질러 간다. 특히 여성분이 대단해 보였다.

다리가 아프다는 신호를 느껴질 때 쯤, 1168m의 국망봉 정상이 눈에 들어온다. 한북정맥의 가장 높은 산이다. 정상에는 거센 강풍이 몰아치고 구름에 가려 아래쪽은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다. 강풍이 구름을 빠르게 몰아낸다. 잠시 이동면 시가지가 보이는 듯 싶더니, 잔뜩 몰려오는 구름이 온 세상을 감춰 버린다.

 

국망봉 비석은 동남쪽을 향해 서 있다. 비석 뒤편에는 조선 중기 이항복 선생의 시조가 새겨져 있다. 철령 높은 봉에 쉬어 넘는 저 구름아// 고신원류를 비 삼아 가져다가// 님 계신 구중심처에 뿌려 볼까 하노라. 왜 이 시조를 비석에 새겼는지는 모르지만, “철령 높은 봉에 쉬어 넘는 저 구름아” 글귀를 바라본다.

망한 태봉국 왕 자신의 가혹한 행위를 참회하며 모질게 굴었던 부인 강씨를 단 한 번만이라도 보고 싶은 마음에 이 험한 길을 왔을 것이라고 생각해 본다. 이미 세상 사람이 아니었다는 걸 알았을 때 궁예의 심정을 어떠했을까? 내 가족과 주변 사람들에게 모질게 하지는 않았는지 잠시 지나온 시간을 되짚어 본다.

 

구름이 그치길 기다렸지만 맑은 날씨를 허락하지 않는다. 하산하는 길에 신로령을 오르기로 했다. 신로령에 이르는 등산길은 그리 힘들지 않다. 마침 구름이 그치고 바람도 자자든다. 뽀족한 신로령에 오르니 산 아래쪽으로 연두색 산 그림이 펼쳐진다. 신로령 절벽 꼭대기 서 본다. 장관이다. 이게 포천의 명산의 모습이다. 마음이 정화되는 느낌이다.

신로령 고개길에 2003년 2월 1일(음력 1월1일) 세 형제의 부부 6명이 산행중 4명이 사망하고 2명이 부상당했다는 표지판이 서 있다. 하산길은 장암저수지로 향하는 계곡을 선택했다. 급경사가 끝날 때쯤 우렁찬 물줄기 소리가 들린다. 계곳에 다다르니, 깨끗하고 맑은 물이 흐른다. 얼마만에 보는 깨끗한 물인가 싶어 손을 담궈본다. 시원하다 못해 차갑다. 계곡물 건너기를 수 차례 이제 무릎이 쑤셔온다. 그럴 때마다 흐르는 계곡물 소리가 쌓인 피로는 풀어준다.

 

휴양림이 나오고 조금 더 가니 장암저수지가 보인다. 등산 시작점으로 다시 돌아오니 오후 2시다. 푸른 쪽빛 저수지가 이곳에 있다. 오늘 하루 국망봉과 신로령 고개 등 12km를 6시간 30분이 소요됐다. 국망봉 등산을 동행하며 이런 저런 얘기를 함께 나눠 준 김명성 아우께 이 글을 통해 고마운 마음을 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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