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면암 최익현선생의 언론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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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면암 최익현선생의 언론관
  • 포천일보
  • 승인 2023.02.06 08: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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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호식 전 면암숭모회 회장
양호식 전 면암숭모회 회장

국혼(國魂)이신 면암최익현선생이 언론에 관심이 있었다는 사실은 생소하다. 그렇지만 면암선생이 유명한 상소를 많이 남겼다는 사실은 익숙하다.

면암집(勉菴集)에 수록된 최초의 상소인 병인의소(丙寅擬疏)에 보면 고종께 진달(陳達)하는 첫 번째 현안문제가 언로(言路)를 열어달라는 것이었다. 요임금이 뭇사람에게 물어 자신을 버리고 남을 따랐고, 순임금이 묻기를 좋아하고 비근한 말 살피기를 좋아하되, 악을 덮어두고 선을 드러내, 그 두 가닥을 잡아 그 중(中)을 백성에게 시행하였고, 우임금이 선한 말을 들으면 절을 했고, 탕임금이 간(諫)하는 말을 따르고 거스르지 않았다는 고사를 인용하면서 거슬린 말을 잘 들어야 한다고 진언하였다.

조선시대에는 언관(言官)이라는 관리가 있어서 임금의 잘못된 것을 바로잡고 올바른 방향을 간언하였다. 언관은 사간원과 사헌부의 간언을 담당하는 관리였다. 언관이 간언하는 수단은 상소제도였다, 언관은 직언(直言)과 정언(正言)을 철칙으로 지켰고 간언하는 내용에 대하여 언책(言責)을 졌다. 면암선생은 사간원 정언(정6품)과 사헌부 장령(정4품)을 거치면서 국정현안에 대하여 상소를 올리는 언관을 역임하였다.

면암선생은 상소의 대명사라고 불릴 만큼 유명한 상소를 많이 남겼다. 상소가 대표적인 언로(言路)였다는 점에서 면암선생은 유명한 언론인이었다.

면암선생은 1866년에 병인의소(丙寅擬疏)를 올려서 고종임금께 국정에 임하는 자세를 진언하였다. 1868년에는 사헌부 장령에 재직하면서 장령시언사소(掌令時言事疏)를 올려서 흥선대원군의 비정(秕政 나쁜 정치) 4가지를 지적하였고, 1873년에 흥선대원군의 섭정을 비판하여 하야를 이끌어내는 계유상소(癸酉上疏)를 올렸고, 1876년에는 일본과의 화의(和議)를 배척하는 지부복궐척화의소(持斧伏闕斥和議疏)를 올렸고, 1895년에는 역적을 치고 의복제도의 복구를 청하는 청토역복의제소(請討逆復衣制疏)를 올렸고, 1905년에 오적을 토죄하기를 청하는 청토오적소(請討五賊疏)를 올렸고, 1906년에 의병을 일으켜 역적치기를 건의하는 창의토적소(倡義討賊疏)를 올렸고, 1906년에 아사순국을 앞두고 눈물겨운 유소(遺疏)를 올렸다.

면암선생이 쓴 상소문을 접하면서 언론인으로서의 자세를 추론할 수 있다. 진정성(眞正性)이 있어야 한다. 사실의 진위를 분별하여 진실만을 올바르게 표현하여야 한다. 면암선생은 시대상황과 현장의 실정을 정확하게 파악하고 이를 기초로 진실만을 상소문에 담았다. 시의성(時宜性)이 있어야 한다. 공급자의 일방적인 주장이 아니라 수요자의 관점에서 목말라하는 현안을 파악하고 공론화하여야 한다.

면암선생은 조선이 처한 상황과 백성이 겪는 어려움을 면밀하게 파악하고 이를 상소문에 담았다. 공정성(公正性)이 있어야 한다. 불편부당한 자세를 유지하고 공공성을 지켜야 한다. 면암선생은 어느 세력 편에 서지 않고 정론직필(正論直筆)의 자세로 직언과 정언을 표현하였다. 지향성(指向性)이 있어야 한다. 비위와 비리를 지적하는데 그치지 않고 미래의 방향을 제시하여야 한다. 면암선생은 풍전등화의 국가와 도탄에 빠진 백성을 구하기 위하여 국권을 튼튼히 하는 방안을 제시하였다. 심층성(深層性)이 있어야 한다. 표면의 현상만을 기술하는 것이 아니라 인과성과 맥락성을 기초로 현상의 이면에 있는 원인과 이에 대한 대안이 표현되어야 한다. 면암선생은 일본의 강화요구가 통상을 위한 문호개방을 요구하는 것이 아니라 제국주의 침략의도가 있음을 간파하여 척화(斥和)의 상소를 올렸다. 책임성(責任性)이 있어야 한다. 언관이 언책(言責)을 부담하였듯이 언론인은 책임을 항상 인식하고서 글을 써야 한다. 면암선생은 상소의 파장(波長)이 어떠한지를 인식하고 있었고, 유배는 물론이고 극한 상황에서 목숨을 잃을 수 있다는 책임의식을 가지고 흥선대원군의 섭정을 비난하고 하야를 건의하는 계유상소를 올렸다.

언론인으로서 면암선생은 진정성, 시의성, 공정성, 지향성, 심층성, 책임성을 기초로 상소를 올림으로써 언론인이 어떠한 자세로 글을 써야 하는지 표본을 보여주어 언론인의 귀감이 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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