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문도시 포천, 미메시스(mimesis)를 위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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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도시 포천, 미메시스(mimesis)를 위하여
  • 포천일보
  • 승인 2023.03.07 09: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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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영민 대진대 창의미래인재대학 교수
박영민 대진대 창의미래인재대학 교수

로마를 여행하는 사람들에게 트레비 분수(Fontana di Trevi)는 가장 힙(hip)한 장소다.

1732년 이탈리아 건축가 니콜라 살비(Nicola Salvi)가 설계해 피에트로 브라치(Pietro Bracci)가 30년 걸려 완성한 분수다. 반인반수의 트리톤 두 명이 이끄는 채리엇 위에 대양의 신 오케아노스가 서 있는 형상을 띤 바로크 건축물이다. 트레비 분수가 유명한 까닭은, 첫 번째 동전을 던지면 로마에 다시 올 수 있고, 두 번째 동전을 던지면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할 수 있다는 전설 때문이다. 트레비 분수에서 건진 1년치 동전은 물경 20억 원에 달한다.

‘로마’는 결코 사라진 국가가 아니다. 로마는 기원전 753년경 로마 왕국(Regnvm Romanvm)으로 출발해 비잔티움 제국, 신성 로마 제국으로 이어졌다. 이후 오스만 제국, 러시아 제국은 스스로 로마의 계승자임을 주장했고, 국호부터 ‘로마인이 사는 땅’이라는 의미를 지닌 루마니아는 로마의 적자임을 강조한다.

무엇보다 바티칸은 여전히 세계 가톨릭의 중심을 이루고 있다. 로마의 역사는 1천 년을 넘어 언제까지 지속될지 모를 일이다. 그래서 ‘로마’는 고유명사가 아닌 보통명사다.

로마, 그 ‘치명적’ 매력의 원천은 무엇일까? 무엇이 로마의 역사적 지평을 넓히고 있으며, 동서양이 굳이 로마를 계승한다는 까닭은 무엇인가? 우리(인간)는 스스로 넘을 수 없는 조건 위에 있다. 시간과 공간의 범주다. 문명은 이 두 가지 조건 위에서 인간의 행태가 결합해 이룬 역사적인 거대 성과들이다. 문명은 시간, 공간, 인간은 각각 이어지고 스며들고 번지며 화선지 위에 모습을 드러낸 한 폭의 동양화다.

그런데 아무리 척박한 땅에 세워진 위대한 문명이라 할지라도 그것이 영속성을 지니기 위해서는 ‘보편적’ 매력을 지니는 것이어야만 한다. 로마가 그랬다. 로마는 정체성을 유지하면서도 이질적인 것을 수용하는(투과하는) 열린(투명한) 공동체였다.

포천이 인문 도시를 기획한다고 한다. 건조한 공간에 인문적 색채를 칠하는 것은 분명 도시에 매력의 씨를 뿌리는 일이다. 그런데, ‘특별(unique)하고도 보편적(universal)’인 매력을 뿜어내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할까? 두 가지 문제에 충실해야 한다.

하나는, 포천의 시간과 공간, 인간이 구성하는 인문 자원을 최대한 집성하는 일이다. 다른 하나는, 발굴된 인문 자원을 역사·문화 유산과 생태·자연 자원 등으로 분류하고 가공해 디지털 아카이브로 재구성하는 일이다. 먼저 인문자원을 집성하는 일은 품이 많이 들며, 숙련된 전문가의 영역이다. 인문자원은 자연자원과 인간자원을 기준으로 발굴자원에서 미발굴 자원에 이르기까지 방대한 콘텐츠의 수집과 분류, 해제와 해석 등의 공정을 거쳐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관련 전문가와 활동가 중심의 민관학 포천 인문도시 거버넌스를 구축하는 것을 고려해 볼 수 있다.

다음으로 디지털 아카이브 문제이다. 19세기, 20세기는 박물관의 시대였다. 발굴된 역사적 유물을 특정 공간에 보존시설을 건축해 대중에 전시하는 일이 중요했다. 지금은 AI, 메타버스의 시대다. 챗봇GPT가 그림을 창작하고, 소설을 쓰며, 논문을 작성하는 시대다. 그런데, AI는 디지털 데이터를 바탕으로 이러한 행위에 이른다. 그리고 그 영역은 공간을 뛰어넘어 보편적이고 열린 세계를 이룬다.

인문학 자원의 디지털 아카이빙은 포천을 넘어 세계로 향하는 인프라가 된다. “로마는 하루아침에 만들어지지 않았다”는 속담에서 미메시스를 그려본다. 인문도시 , 긴 호흡으로 추진돼야 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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