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진하는 이들에게 만년필을 선물하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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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진하는 이들에게 만년필을 선물하는 이유
  • 포천일보
  • 승인 2023.03.07 09: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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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철 포천문화원 부원장
김현철 포천문화원 부원장

『퍼스트 클래스 승객은 펜을 빌리지 않는다』. 일본의 인재육성회사 CA-STYLE의 CEO 미즈키 아키코가 쓴 책의 제목이다. 그녀는 일본 항공사와 외국 항공사를 넘나들며 16년 동안 국제선 승무원으로 일하며 퍼스트 클래스 객실을 담당했었다.

이 책은 그 때 퍼스트 클래스 승객들과 만났던 경험을 소재로 쓴 것이다. 그녀가 본 퍼스트 클래스 승객들은 필요한 서류를 작성해야 할 때 늘 만년필이 준비되어 있었다고 한다. 그래서 이 책의 제목은, 특히 ‘펜’은 은유다. 그들은 준비된 사람이라는 의미다.

특히 ‘사람에 대하는 태도’는 완벽하게 준비된 사람들이라고 했다. 그들은 승무원에게 무언가 부탁할 때도 꼭 완충 어구를 넣어서 말한다고 한다. “바쁜 중 에 미안하지만~”, “번거롭게 해서 미안한데~”, “나중에 틈이 날 때라도 괜찮으니까~”와 같은 말로 대화를 시작하는 것이다.

그들은 이코노미석보다 최소 다섯 배는 더 비싼 요금을 내고도 이른바 ‘갑질’을 하기는커녕 오직 자신들의 서비스를 전담하는 승무원들을 존중하고 늘 예의 바르게 대한다고 적었다.

한번은 뉴욕행 비행기의 고객이 친절한 서비스에 대한 감사의 의미로 기장을 비롯한 승무원 전원을 초대한 적이 있다고 한다. 그는 자기 회사의 직원은 물론 레스토랑 직원에게도 승무원들을 대할 때와 다름없이 예의 바른 태도를 취하는 데 놀랐다며 그것은 분명 아무나 가능한 일이 아니라고 적었다. 타인에게 존중받기 위해서는 타인을 존중하는 것이 먼저라는 기본적인 사실을 이들은 철저하게 몸으로 실천하고 있는 것이다.

필자도 여기에서 아이디어를 얻어 관리자 자격을 얻기 위한 어느 집단의 ‘해외 연수를 위한 사전 연수’ 강의에서 이렇게 부탁한 적이 있다. 해외 연수 기간 내내 만나는 모든 사람들, 그러니까 바로 다음 시간부터 만나는 여행사 직원에서부터 공항의 관계자, 방문하는 기관의 직원, 호텔과 식당의 종업원 등 연수 기간 동안 만나는 모든 이들을 존중하는 마음으로 최대한 예의 바르게 대하는 연습을 해보시는 것이 어떻겠냐고.

앞으로 관리자가 되어 이끌어야 할 구성원들을 존중하는 마음으로 예의 바르게 대하는 연습을 해보라는 뜻이었다. 최근 그 연수에 참여했던 분들을 우연히 만날 기회가 있었다. 그분들이 이구동성으로 그 이야기를 감명깊에 들었다는 피드백을 받았으니 현실적 도움이 되지 못하는 이야기를 한 것은 아닌 듯하다. 비록 완전하게 실천하지 못한다 할지라도 ‘높은 직위에서도 언제나 구성원을 존중하고 예의 바르게 대하는 것이 당연하다’는 생각을 한 번쯤 하게 하는 것만으로도 나름 의미있는 일이라고 생각된다.

필자가 교육청에 장학관으로로 근무할 때는 관내에 발령받는 관리자들 중에 과거에 인연이 있었던 분들에게는 만년필을 선물하기도 했고, 지금까지도 학교와 교육청에 함께 근무했거나 각별한 인연이 있던 분들이 승진해서 관리자로 나갈 때는 만년필을 선물하곤 한다. “이제 결재할 때나, 회의에 가서 서명하실 때 꼭 준비해간 만년필로 서명하세요”라고 말하면서. 하지만 속마음은 ‘관리자로 가는 이들이 낮은 자세로 자신의 구성원들을 섬겼으면 좋겠다’는 것이다. 그들에게 만년필이 남명(南冥) 선생의 성성자(惺惺子) 같은 역할을 했으면 좋겠다. 나이를 먹을수록, 중요한 자리에 갈수록 자신도 모르게 교만해지려는 마음을 경고하는 방울이 되었으면 좋겠다.

3월이면 많은 교육기관과 학교가 새로운 관리자들을 맞게 된다. 그곳의 구성원 모두가 자신들을 존중하고 예의 바르게 대하는 관리자들을 만나길 희망한다. 학생, 학부모, 그리고 시민에 대한 존중과 봉사는 관리자들이 목소리를 높여 요구하는 일이나 친절 교육을 철저히 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이 존중받아 본 경험’에서 시작되는 것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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