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아시가바트에서 포천을 만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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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아시가바트에서 포천을 만났다
  • 포천일보
  • 승인 2023.05.10 1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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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영민(대진대 교수)
박영민(대진대 교수)

2018년 여름 끝자락에 아시가바트에 갔다. 길은 멀었다. 비행기로 17시간이나 걸렸다. 한국을 오가는 직항이 없어 베이징을 경유해서 갈 수 있었다.

아시가바트(Ashgabat)는 카라쿰(Karakum) 사막에 세워진 인구 1백만이 조금 넘는 투르크메니스탄의 수도다. 아시가바트는 역사적으로 페르시아 문화권에 속하였으나 1881년 아칼조약(Akhal Treaty)을 계기로 제정 러시아 지배를 받았으며, 1924년 소련 시절에는 투르크멘 소비에트 공화국 수도 ‘아슈하바트’였다가 1991년 12월 소련이 해체되면서 아시가바트라는 이름을 되찾았다.

아시가바트는 북위 37.56도에 걸쳐진 도시로 지구본 위에 포천과 정확히 같은 높이에 있다. 2018년 아시가바트에서 열린 한국 주간 프로그램에서 포천시 예술단의 공연은 가장 큰 주목을 받았다. 아시가바트는 관객들에게 포천이 식재되는 현장이었다. 동일한 위도에 있는 도시 간 문화교류였으며, 창조적 도시외교의 한 장면이었다.

우리의 지방자치는 민선 8기에 이르고 있다. 도시의 기본단위인 시민이 주축이 되는 도시 외교로 확장되고 있다. 지방정부의 외교활동도 공동문제 해결, 정책 공유, 경쟁력 제고 등이 각각의 여건에 맞춰 목표로 제시되고 있다. 그런데 도시외교가 효과적으로 추진되기 위해서는 먼저 외교 인프라에 검토와 전략 마련, 그리고 활동 분야, 행위자, 목적, 특성별 전략이 마련되어야 한다. 포천의 도시외교 자원은 매우 다양하다. 다만 도시외교를 위한 내외적 인프라에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

우선 어떤 인프라를 활용하는 것이 효율적이냐의 문제다. 이를 위해 지방정부의 UN으로 비유되고 있는 세계지방정부연합(UCLG: United Cities and Local Governments) 가입을 적극적으로 고려할 필요가 있다. UCLG는 UN이 인정한 지방자치단체기구로서 바르셀로나에 본부를 두고 있다. UCLG는 세계의 지방자치단체 간 상호협력과 공동번영을 위해 중앙정부가 해결하기 어려운 문제를 해결해 나가기 위한 비정부 연합체다. 이 단체는 도시 간 국제협력 증진, 지방자치단체 발전 프로그램, 네트워크, 파트너십 형성, 자치단체 역량 증대, 자치단체 간 협력을 통한 가치·목표·이해 추구 등을 실천하고 있다.

현재 UN 193개 회원국 중에서 140개국 24만여 지방자치단체와 175개 지자체 협의체가 가입해 있다. 우리나라는 16개 광역자치단체와 3개 연합체(대한민국시도지사협의회, 대한민국시장군수구청장협의회, 대전구청장협의회), 그리고 8개 기초 자치단체(고양, 전주, 군산, 경주, 구미, 안동, 창원, 김해)가 정회원으로 가입해 있다. 2022년 10월 대전에서 열린 UCLG 총회를 계기로 한국의 지방정부의 위상은 크게 제고된 상황이다.

다음으로, 무엇으로 도시외교를 펼쳐 나갈 것이냐의 내적 인프라 문제다. 이를 위해서는 지속가능발전목표(SDGs: Sustainable Development Goals)를 활용할 필요가 있다. 2015년 UN은 회원국 만장일치로 2030년까지 세계가 함께 추구하는 인류 공동의 목표를 설정하였다. 이에 실천해야 할 17개 목표, 169개 세부과제, 231개 지표를 제시하였다. 아울러 ‘경제 성장’, ‘사회 안정과 통합’, ‘환경 보전’이라는 세 가지 목표를 균형 있고 통합적으로 추구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우리나라도 국제사회의 책임 있는 일원으로서 국제사회의 공동목표 달성에 기여하고, 동시에 우리 사회가 안고 있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한국형 지속가능발전목표(K-SDGs)를 수립하였다.

또한 이를 실천하기 위한 17개 목표와 119개 세부목표, 236개 지표를 설정하여 중앙정부, 지방정부, 시민단체, 전문가, 이해관계자그룹 등 다양한 집단 간 능동적 협의를 권고하고 있다. 경기도도 G-SDG의 비전(“모두가 행복한 지속가능한 공동체”)을 바탕으로 17대 목표, 68개 세부 목표, 138개 지표를 설정해 놓고 있다. SDGs는 포천의 도시외교 내적 인프라 자원으로 활용하기에 매우 충분하다. 이를 위해 ‘포천형 SDGs’ 전략과 모델이 시급히 마련돼야 할 것이다. 아랄해로부터 날아오는 염사(소금모래)에 건강이 위협받는 아시가바트와 포천 간 SDGs 목표3(웰빙)과 목표13(기후변화)에 바탕을 둔 협력을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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