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 14일, 여러 언론을 통해 지역사회에 좋은 소식이 전해졌다. 포천시가 교육부의 ‘2023 인문도시 지원사업’에 선정되었다고 한다.
교육부와 한국연구재단이 주관하는 ‘인문도시 지원사업’은 지방자치단체와 대학교가 파트너십을 맺고 함께 수행하는 프로그램이다. 포천시는 대진대학교와 함께 이 사업에 선정되어 앞으로 3년간 4억2천만원을 지원받아 ‘생태·평화·회복의 인문학’을 주제로 인문도시의 구현을 위한 다양한 프로그램을 진행할 계획이다.
포천시가 ‘품격있는 인문도시 포천’의 기치를 내걸고 그동안 지역사회에 인문정신을 뿌리내리기 위한 시도를 계속해왔다. 인문도시의 추진을 위한 세미나, 토론회 등을 열어 시민의 목소리를 듣고 지혜를 모으기 위해 노력했다.
각종 인문 강좌를 확대하고 기존의 문화․교양 프로그램에도 인문적 성격을 담기 위해 변화를 시작했다. 한 시민단체는 ‘품격있는 인문도시 포천’를 시민발의 조례 1호로 제정하기 위해 시민 수천 명의 서명을 받아 시의회에 발의안을 제출해 놓았다. 우리 사회의 원로들과 여러 분야의 오피년 리더들이 인문도시의 방향에 대한 다양한 의견을 제시하고 있다. 인문도시에 관한 시민들의 생각이 조금씩 다르지만 이것이 바로 진정한 인문적 사태가 아니겠는가? 그런 의미에서 이번 인문도시 선정은 시민 모두의 성과라고 할 수 있다. 그동안 시청의 핵심 정책의 실현에 이토록 많은 시민들이 관심을 갖고, 의견을 내고, 직간접으로 참여했던 적이 있었던가? 그렇다면 일단 출발은 좋은 셈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다른 생각이 존재하는 것은 당연하다. 그래서 혹자는 비판한다. ‘먹고 살기에 시급한 일들이 많은데 한가하게 무슨 인문도시’냐고? 필자는 이렇게 되묻고 싶다. ‘그럼 그 시급한 사항이 모두 해결된 뒤에 인문도시를 시작하는 게 맞느냐’고? 그건 마치 인간의 건강에 대한 논의에서 몸을 챙기는 것이 급하니 몸에 집중하고 정신 건강을 돌보는 일은 일단 뒤로 미루자는 얘기와 비슷하다. 사람이 완전한 건강을 유지하려면 몸과 마음을 모두 챙겨야 하듯이 사회가 건강하려면 물질적 요인과 정신적 요인이 모두 갖춰져야 한다. 먹고사는 문제와 정신적 풍요의 문제가 우선 순위를 정해서 다룰 일은 아닌 것이다.
앞으로 ‘품격있는 인문도시’의 실현을 위해 우리 지역사회가 가진 풍부한 인문 자산, 사회 문화 자산, 자연 자산이 모두 활용되어야 할 것이다. 그러나 글쓰기에 비유하자면 이것은 단지 글감에 불과하다. 이것을 공부하고, 널리 알리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것이 우리의 더 나은 삶을 위한 글감이지 주제가 아니라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된다. 그렇다면 인문도시라는 글쓰기의 주제는 무엇일까? 여기에는 시민의 수만큼이나 다양한 생각들이 있겠지만 그건 아마도 우리가 ‘잘 살아가는 것’이 아닐까? 그런데 우리는 사회적 존재이므로 ‘혼자서’가 아니라 ‘함께 잘 살아가는 것’이어야 할 것이다.
우리가 ‘함께 잘 살아가기 위해’ 자신의 ‘권리’를 주장하는 만큼 자신의 사회적 ‘책무’에도 힘을 쏟는 건강한 시민들의 도시, 모두가 자기 삶의 주인으로 살아가는 품격있는 시민들의 도시를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