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양치기와 돈키호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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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양치기와 돈키호테
  • 소설가 김종보
  • 승인 2016.04.10 13: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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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소설가 김종보

“그래 세상은 그래서 요지경이란다! 특히 이곳 포천은 그 더 추한 도시라고 소문이 났다고 하잖니…?”

지영이는 아침 일찍 엄마의 손을 잡고 모처럼 휴일을 맞아 산정호수에 가는길에 나눈 대화였다.

도무지 포천에서 하루하루 살아간다는 것이 살얼음판을 걷는 기분이란다.

식물시장은 드러누워 있으면서도 여전히 현대판 ‘돈키호테’가 되겠다고 하니, 끝까지 악성 불명예스런 시장으로 남겠다는 것인지… 석탄발전소 비리 도가니에서 여전히 알 수 없는 백탄의 연무가 온 천지를 뒤덮고 나가고 있는 와중에,

급기야 중앙에서 칼을 들이대고… 여기에 총선물결까지… 여기 저기 물 타기에 끼어들어 불복이냐, 승복인가, 음해인가, 조작인가, 모함인가, 저 졸병들이 뒤 쫓는 대장의 뒷짐에 따라붙는 추종자들의 모습을 바라보며 가관과 개탄의 놀이중, 그 어느 장단에 춤을 추어야 할지… 시민들은 혼란스럽다.

동에서 장군을 띠우니 서에서 멍군이 폴짝 띠고 ‘졸’자리 하수인들은 협업이다, 하청이다, 거짓을 늘어놓으며 또 다른 양치기 목동의 유전자를 닮아 가는데, 모처럼 휴일을 맞아 나들이 떠나는 단란한 가족들의 이마에 눈살이 구겨진 모습에 당연 개탄을 금치 못하겠단다.

탁류는 맑은 물이 흘러야 정화가 되어지는 것이 엄연한 진리이며 순리인데,

600년 역사와 전통에 빛나는 ‘마홀’의 자화상이 찟겨질대로 찟겨져 거리마다 나뒹굴고 있다.

듣다 못한 천보산 토끼마져 동산에서 뛰다 못해 검은 아스팔트 위로 드러누워, 나도 ‘왕’ 이 되어 보겠노라고 하니, 장자단지 석탄 백탄 한 설음 타령하던 촌로마저 산정호수 나들이 가는 어린이 붙들고 하는 말이…

“애야! 너는 포천 땅이 ‘소돔과 고모라’ 의 저주를 받았다고 생각하느냐, 아니면 존중이 꼭두각시 놀음에 취해 본능의 주인마저 배반했다고 생각하느냐…?”

“본능의 주인이라면…?”

이때 아이가 잘 알아듣지를 못하자 아이 엄마가 나섰다.

“좀, 구체적으로 말씀해 보시지요!”

“본능은 선비의 영혼이지. ‘오성과 한음’의 정신! 바로 그것이야. 그 정신은 때로는 ‘홍익이념’을 훨씬 뛰어 넘을 수 있는 포천의 얼이지 않겠어…?”

“아…! 포천의 얼이 포천 땅에 존재하는 본능이라면 그 본능의 주인은 바로 포천시민의 정체성 확립이다…?”

“그렇지. 바로 그거야! 그랬었다. ‘헌강왕’의 혼이 깃든 왕방의 전설이 무색하다 할 만큼, 적벽대전도 유분수지, 식물시장이 꼭두각시보다 더 못한 포천에, 뒤떨어져 혼 빠진 ‘돈키호테’에 비유하기도 추한 왕이었다며 흥분한 두 사람의 난상토론은 그칠 줄 몰랐다.

‘오합지졸’들의 혼탁한 각축장에 장자의 굴뚝에서 피어오르는 탁한 공기가 신선한 산천마저 오염으로 뒤덮어 나가는 포천의 공기가 그래서 날이 갈수록 양치기 거짓 목동들만 들 끊는 세상이 되었다며 개탄을 금치 못하는 것이었다.

진정 주인은 누구이고 지도자는 그 누구인가, 주인을 섬기려는 종다운 일꾼은 또 누구이런가.

지영이 엄마는 시민들을 원망했다. 그것도 관변 단체들을… 이미 시장이 ‘소돔과 고모라’의 파편을 맞았음에도 당시, 곧바로 일어나지 않고 수수방관한 시민들의 나태한 직무유기의 죄가 더 크다 했다. 뒤늦게 소환 서명도 그렇단다.

게다가 지금 여기저기서 이 도시를 구명할 구세주 같은 적임자는 나라며 ‘우후죽순’ 솟아나고 있는 것도 가소롭단다.

‘감언이설’도 시대를 타는 법인데, 아직도 포천에서 통하는 것이 ‘아이러니’ 하단다.

과연 진정한 홍길동이 펼치는 ‘율도국’의 청사진은 그 어떤 것인가. 그 기름진 약속의 땅에 대한 비전을 제시하지 못한다면 차라리 ‘임꺽정’ 같은 의적이라도 나타나야 하지 않겠는가, 하는 말이다. 임꺽정의 그림자는 무수히 많아도 실체는 없단다. 그렇다고 시민들은 도둑 정치가들의 출현을 바라지 않는다.

다 같은 도둑심보는 매 일반이니까. 듣고 보니 노인과 지영이 엄마의 대화는 일리가 있었다. 더 이상 ‘오합지졸’들이 날 뛰지 않도록 포천의 문지기들이 역사와 전통의 박달나무 빗장을 단단히 쥐고 있어야 하는 것이 바로 그런 것이란다.

지도자의 각성보다 하루빨리 포천의 주인인 시민이 시대적 인지를 각성해야 하는 급선무가 바로 이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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