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르포-273일째 미군 로드리게스 사격장 1인 시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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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르포-273일째 미군 로드리게스 사격장 1인 시위
  • 포천일보
  • 승인 2016.07.27 13: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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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3년간 계속된 미군 사격장 주변지역 피해…주민들 “못살겠다. 폐쇄하라”

32~35도를 웃도는 무더위에도 미군 로드리게스 사격장 앞에서는 피해대책 마련을 요구하는 1인 시위가 계속되고 있다.

지난 11일은 1인 시위를 시작한지 272일째 되는 날이었다. 이날 역시 높은 기온과 습한 날씨로 숨이 턱까지 차오르는 전형적인 한여름 날씨였다.

영평사격장 앞 천막에는 최종건씨가 ‘미군 로드리게스 사격장을 폐쇄하라’는 푯말을 어깨에 걸고 1인 시위를 하고 있었다. 1인 시위는 영중면과 영북면, 창수면 등 3개 지역에서 당번제로 운영하고 있는데, 이날 순서는 영북면이고 최씨 차례라는 것이다.

최씨는 영북면 야미리에서 양계장을 운영하고 있다. 야미리는 로드리게스 사격장 뒤편 마을이다. 미군 오발사고로 2015년 12월 최씨 양계장 축사 지붕에 도비탄이 떨어졌다. 양계장 형편상 자리를 비우면 안되는데도 총알이 날아오는 현실을 그냥 보고 있을 수 없어 1인 시위 현장에 나왔다. 최씨에 의하면 “밤낮없이 쏟아내는 포 사격 때문에 닭이 스트레스를 받아 산란율이 크게 떨어졌다”고 한다. 사람이나 가축이나 저녁에는 잠을 자야하는데, 조명탄과 소음 때문에 그렇지 못하다고 하소연 했다.

1인 시위현장에는 천막이 있다. 천막이라고는 하지만, 무더위는 피할 수 없다. 1년 365일 시위현장에 나온다는 최명숙 범시민대책위원회 여성부장은 “열사병에 걸릴 것 같다”고 말한다. 최명숙 여성부장과 대화를 나누는 동안에 로드리게스 사격장으로 승용차가 들어가고 미군을 실어나르는 군용차량이 1인 시위현장을 지나간다. 최명숙 여성부장은 사격계획표를 보며 오늘은 사격이 없는 날이라고 말한다.

1인 시위가 시작된 것은 지난 2015년10월6일이니까 오늘(7월11일)은 272일째다. 1인 시위하기 이전에는 포 사격으로 인한 주민피해를 막을 수 있는 안전대책을 마련해 달라고 했다. 그러나 이렇다 할 대책은 마련되지 않았다. 도비탄과 총알이 민가에 떨어질 때마다 미군은 안전대책을 마련하겠다고 주민들에게 약속했지만 지켜지지 않았다고 한다.

최명숙 여성부장은 1인 시위를 이어가는 이유에 대해 “투쟁하는 과정에서 계속 집회를 할 수 없다. 집회를 간간히 하다보면 로드리게스 사격장 피해를 요구하는 목소리 맥이 끊어진다”면서 “주민들의 열정을 이어가기 위해 1인 시위를 계속한다”고 말한다. 1인 시위를 시작한 게 지난해 10월 가을이었으니, 눈보라가 치고 영하 25도 이하로 떨어지는 추운 겨울을 지나 한 여름까지 계속되고 있다.

1인 시위에 참가하는 층도 다양하다. 90세를 넘긴 노인이 있는가 하면 마을어른, 농민, 축산인 등 지역주민이라고 하면 누구나 시위에 참여하고 있다. 90세 노인이 시위를 하다 넘어져 병원 치료를 받은 적도 있다고 한다. 시위는 하루 2명이 오전 오후로 나눠 오전 10시부터 오후 4시까지 한다. 특히 사격장대책위원회 위원장이나 사무국장, 여성부장 등 집행부는 생업을 포기하다시피하고 시위에 열심이다. 이날 만난 최명숙 여성부장은 “1인 시위현장에 나오기 때문에 개인 삶이 없다. 모두들 혼을 담아 매진하고 있다”면서 “사격장이 폐쇄될 때까지 시위를 하겠다”고 강한 어조로 말했다.

눈보라 치는 추운 겨울, 한 여름 땡볕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주민들은 왜 로드리게스 사격장 폐쇄를 요구하는 것일까? 미군 로드리게스 사격장은 1953년 조성된 이후 63년째 운영되는 곳이다. 그동안 주민들은 미군 오발사고와 소음 등 각종 피해에 시달려 왔다. 불발탄이나 사고로 주민 사망사고도 끊이지 않았다. 최근에는 총알이 날아와 민가 유리창이 깨지고, 축사 지붕에 도비탄이 날아오고, 탱크 요격용 미사일이 민가 근처 기도원에 떨어지기도 했다는 게 주민들의 주장이다. 최근 무기 성능이 좋아지면서 오발사고가 빈발하다고 주민들은 증언한다.

참다못한 4개면(영중, 영북, 창수, 이동) 주민들이 영평승진사격장대책위원회를 꾸리고 사격장 주민피해 대책을 수립할 것을 요구하는 집회를 갖기 시작했다. 계속되는 집회와 시위에도 미군과 국방부는 이렇다할 대책을 마련해 주지 않았다는 게 주민들의 설명이다.

또 2015년10월19일 포천시 사격장 등 군 관련시설 범시민대책위원회가 구성되고 시위와 집회가 계속되면서 사격장 피해문제에 대한 인식이 바뀌고 있다. 최근에 들어서야 남경필 경기지사와 국방부, 미군이 주민피해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지만 좀 더 지켜봐야 할 것 같다고 이길연 대책위원장은 말한다.

이길연 위원장에 의하면 6월15일 남경필 경기지사와 국방부, 미군이 창수면 오가리의 주민간담회 자리에서 주민들은 미군 옥병자주포 사격장 폐쇄를 요구했다. 또 최초로 방문한 남 지사도 미군8군과 국방부 정책관에게 옥병사격장 폐쇄나 이전을 요청했고, 긍정적으로 하겠다는 답변을 들었다. 반영여부는 모르겠지만 아직까지는 사격을 않는다. 대한민국에서 옥병자주포 사격장처럼 마을 한 가운데에서 사격을 하는 경우는 없고 폐쇄되어야 할 첫 번째 대상이다.

주민들은 남 지사 방문 이후 6월17일 5군단사령부에서 다시 국방부와 미8군, 미2사단 관계자들이 만난 자리에서 10가지 요구사항을 전달했다. 주민들이 요구한 사항은 옥병사격장 폐쇄를 비롯해 소음문제, 헬기항로, 도비탄 문제, 사격후처리문제, 환경오염문제, 산불발생 문제, 안보논리에 따른 주민피해 문제 등을 거론했다. 여기에 로드리게스 사격장 인근 주민들이 최근 원인모를 질병발생에 따른 영중면과 영북, 창수면 3개면 지역주민 종합검진을 요구했다. 주민들은 미군이나 국방부에서 종합대책을 마련한다고 한 만큼 일단 지켜보겠다는 입장이다.

그러면서도 주민들은 미군과 국방부 관계자가 말로만 피해대책을 마련한다고 했을 뿐 구체화 된 문서가 없기 때문에 믿을 수 없다. 집회를 하거나 소란스러울 때 순간 어물쩡 넘어가려고 한다는 것이다.

이길연 위원장은 사격장 주변지역 피해문제가 어느 정도 해소될 것이라고 믿고 있다. 이 위원장에 의하면 4.13국회의원 선거 당시 김영우 국회의원 후보가 로드리게스 사격장 폐쇄와 소파협정 개정, 사격장주변지역특별법 제정을 주민들에게 공약하고 자필서명까지 했기 때문이다. 김영우 현 국방위원장 공약이 허황된 이야기로 들릴 수 있지만 최소한 특별법은 제정하지 않겠느냐는 게 대책위원장과 주민들의 생각이라고 말했다. 또 청와대와 국회 앞 1인 시위 때도 김영우 의원이 방문해 주민들에게 공약한 3개 사항을 지키겠다고 했다고 한다.

1인 시위가 계속되고 있는 동안에도 주민들은 미군과 국방부 관계자, 김영우 의원의 공약을 반신반의하면서도 뭔가 나오지 않을까 하며 주위 깊게 지켜보고 있다.

지금은 농번기라는 점을 감안해 집회는 당분간 하지 않는다는 계획이다. 다만 13일 예정된 미군, 국방부, 주민 등이 모여 논의하는 자리에서 나올 방안에 관심을 보였다. 그리고 주민들은 미군이나 국방부에서 내 놓은 피해대책이 문서화 되지 못했다는 점을 생각하면 의지가 부족하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포천시청이나 영중면사무소와 같은 공개된 자리에서 차후 피해대책 논의는 할 생각이라고 밝혔다. 아울러 최근 사격장 피해문제에 대해 포천과 철원, 연천 주민들이 함께 공동대응하기로 한 만큼 공동세미나를 국회에서 진행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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