억새의 꿈-한탄강의 메아리

김종보 소설가l승인2016.08.17l수정2016.08.17 11: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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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종보 소설가

(관인면 중리편)
어느 날 지영이와 보람이는 담당학과 교수로부터 특별한 ‘프로젝트’하나를 부여 받았다.

앞으로 6개월 안에 풀어야 할 과제의 이 ‘프로젝트’는 우리나라 지방자치제들이 안고 있는 ‘도농복합도시’들의 고민이 무엇이며, 그 고민을 해결해 상생을 통한 공존하는 길은 또 무엇인가를 연구하여 해법을 제시하라는 것이었다. 이 ‘프로젝트’는 한 도시가 끝날 때까지 진행되는 것으로, 그들이 일 년 동안 조사할 지역의 성과에 따라 후에 평가가 주어지는 만큼, 열정을 갖고 조사하라는 것이었다.

지영 팀이 맡은 지역은 수도권에 위치한 포천시였다.

이후 그들이 포천시를 찾았을 때 이미 연락을 받고 나온 시청의 고충처리담당직원인 박 지도사가 반갑게 맞이하면서 동행 하게 되었다. 이때 지도사는 포천시를 위한 ‘프로젝트’인 만큼, 지역의 유능한 대학생 한 사람을 선정하여 연구 하는 것이 좋을 것 같아 선발했다는 김경태 학생을 소개시켜 주었다. 사실 김경태도 이런 기회를 오랫동안 기다려 왔었다. 지금 ‘복합도시’로서의 포천이 안고 있는 현안문제를 어떻게 풀어 나가면 좋을지에 대한 생각을 오래전부터 하고 있었던 차에, 이번에 그 기회를 풀어낼 시기가 왔다는 것에 매우 만족하고 있었다.

그는 해법을 풀어낼 과제의 명칭을 ‘억새의 꿈’이라는 ‘타이틀’로 정했다.

그가 정한 억새의 꿈은 실로 이 시대 포천의 총체적 문제점들을 중심으로 시민공동체의식과 동질성 의식이 결여된, 지극히 보편적인 문제를 중심으로 변화와 변신을 통해 미래지향적인 미래의 포천에 대한 청사진이기도 했다. 아울러 지금 포천시가 미래지향적 목표로 내 놓은 자연과 시민이 함께 공존하는 도시라는 말이 무색케 할 정도로 자연이 파괴되어가고 있는 것을 문제 삼고 싶었으며, 무궁무진하다는 포천의 잠재력 뒤에 시민의 와해와 불협화음과 여전히 남아있는 타성에 젖은 배타적 습성과, 또한 이질감에 따른 폐단으로 인해 단합을 거부하여 상생의 원리인 공존이 무너지고 있는 현실을 안타깝게 여긴 나머지 특별한 ‘프로젝트’를 준비한 것이었다.

그의 빛나는 야심찬 각오는 기대할 만 했다. 그의 결심은 결국 수도권에 위치해 있으면서도 난개발을 통해 나날이 침체되어 황폐화 되어가는 포천을 구해내기 위한 것이 마음에 와 닿았다. 결코 수도권의 변방이 아니면서 ‘맨틀’ 의 역할만 하고 있는 포천의 위상을 ‘인사이드’ 적인 구심점으로 이끌어 내 지리적 위치에 걸맞게 ‘명실공히’ 미래 통일한국을 목표로 한 구심적 역할을 통해 포천의 변화된 모습을 시대적 역사의 한 페이지에 영원히 기록될 수 있는 야심찬 꿈을 드러내 보이겠다는 것이었다.

그가 깊은 생각에 잠기고 있을 때 지도사가 첫 번째로 연구할 지역을 강원도와 경계에 놓인 관인면을 밝히면서 그 첫 째 마을로 선정 된 중리를 향해 달리기 시작했다. 이후 얼마를 달렸을까. 관인면 입구에 들어서 중리고개를 넘어서자 지리적으로 멀리 떨어진 고장임을 한 눈에 알 수 있었다. 이때 갑자기 하늘에 먹구름이 몰려들면서 금방이라도 소낙비가 쏟아 질것만 같은 날씨가 그들에게 우울감을 느끼게 했다.

그런 기분을 뒤로하고 조심스럽게 마을에 다다르자 이미 어디서 소식을 듣고 나왔는지 노인 한 분이 그들 앞으로 다가서는 것이었다. 일행이 노인을 향해 몇 발 짝 앞으로 다가가 인사를 하자 노인은 기다렸다는 듯 그동안의 고충과 불편을 허심탄회하게 늘어놓는 것이었다.

문제는 한탄강 댐 건설을 위한 수몰지역에 따른 이전에 관련된 보상 문제를 비롯해, 당시 당국에서 약속한 토지이용 용도에 따른 약속을 지켜지지 않아 불편함이 이루 말할 수 없다는 것이었다. 일행은 무엇이 잘못 되었는지 구체적으로 알 수는 없었으나 분명한 것은, 당국과 주민사이에 약속한 그 무엇이 이루어지지 실망에 젖어 있는 것이 분명해 보였다.

가뜩이나 대대로 살아오던 정든 고향을 정책 결정에 따라 아낌없이 내어주고 떠나야 하는 현실에서 그들이 겪고 있는 소외감과 상실감은 이루 말 할 수 없었다.

묵은 농토에는 잡초가 무성해 산돼지들까지 출현하고 있어 농촌사람들이 때 아닌 불안에 떨고 있는 것이 이를 증명해 주고 있었다. 경태는 당국이 해야 할 일은 가뜩이나 소외감으로 삶의 의욕을 상실한 관인면 사람들에게 더 한 발짝 따뜻한 마음으로 다가서 그들이 지금 필요한 것은 무엇이며, 또한 무엇을 요구하고 있는지를 그 어느 때보다 귀를 기울여야 할 때라는 것을 단번에 알 수 있었다. “관에서 너무 바쁘고 업무가 많다보니 그렇습니다.”

지도사의 말에 노인은 들은 체도 하지 않았다. 변명 같지 않게 들렸기 때문이었다. 그동안 주민들이 받은 심적 고통이 너무나 컸다는 반증이었다.

수몰지구로 선정된 후 약수동에만 대대로 이어져 살았던 원주민들만 몇 가구 만 그럭저럭 살아가고 있을 뿐, 대다수 주민들이 마을을 떠난 현실에서 그들이 겪고 있는 상실감과 상대적 소외감은 우리가 생각했던 그 이상이었다. 노인은 ‘문배골’은 말할 것도 없고, 심재고을, 용수깨비, 수레봉, 늘거리 마을을 포함해 대궐터, 도룡골, 보가산성 가마소거리가 있었던 흔적의 그림자만 아련히 기억 속에 넘실거리고 있다며 하던 말을 멈추기까지 했다. 이야기를 듣고 있던 지영일행이나 지도사도 아무 말을 하지 못하기는 마찬가지였다.

그렇다고 이 상황에 잘못된 것에 대해 누구하나 선뜻 나설 수도 없는 일이었다.

지영은 듣고 있는 현실을 있는 그대로 적어 나갔다. 관이 이주민들에 대한 현실적 보상은 마땅한 것이지만, 애당초 조사를 통한 충분한 설명이 부족 했던 탓에 그들이 입은 마음의 상처를 공감하지 않을 수 없기 때문이었다. 이때 그들의 아픔과 고통을 함께 나누지 못한 원망과 증오의 파편이 어두워진 하늘위로 날아다니는 듯 했다.

뜻하지 않은 현실을 마주한 그들에게 위로와 격려의 손길을 보내주어야 하는 것이 같은 ‘도농복합도시’ 민들이 해야 할 또 하나의 동질적 의무라는 것을 더욱 깊이 깨닫게 해 주는 순간이었다. 오래 머물수록 안타까운 소리로만 들렸다. 일행은 한 가닥 희망을 안겨주는 것만이 최선의 방법이라는 것을 깨닫고 있을 때 노인이 입을 열었다.

“포천의 변방인 관인은 포천의 제방이나 다름없어요! 변방이 튼튼해야 울타리 안에 사는 시민이 더불어 행복한 삶을 사는 거 아니 예요…?”

그렇다. 우리의 형제 중 하나가 못살아도 그것 또한 가족들이 걱정할 수밖에 없는 것이 아닌가. 지도사가 말했다. 용이 놀았다는 약수동 전설이 다시 되살아나 한탄강 댐에서 다시 관인면에 새로운 축복이 내려지기를 기원한다는 말을 하자, 노인은 여전히 아무 말이 없었다.

이때 경태는 억새가 꿈꾸는 희망의 나래를 펼 때까지 참으로 수많은 난관이 도사리고 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자 멍하니 하늘만 바라보고 있었다.

“비록, 제가 보잘 것 없는 소시민이기는 하지만, 한 시민으로서의 당당한 권리이기에, 제가 꿈꾸는 억새의 꿈이 헛되지 않도록 방금 전에 어르신이 말씀하신 것처럼, 약수동 전설의 용이 다시 되살아나 관인면은 물론, 우리 포천시가 용처럼 비상하는 날을 기다리며 저 자신부터 ‘분골쇄신’하여 노력해 보겠습니다!”

그러거나 말거나 멍하니 서 있던 노인은 담배 하나 빼어 물더니 힘없는 걸음으로 귀가를 서두르고 있었다. 그 뒷모습을 바라보던 일행이 다음 행선지인 ‘삼율리’를 향해 발길을 돌리자 잔뜩 흐려있던 하늘에서 소나기가 내리고 있었다.


김종보 소설가  ㅡ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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