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사람이 사는 세상-시냇물 흐르는 교회 정종찬(50세) 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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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사람이 사는 세상-시냇물 흐르는 교회 정종찬(50세) 목사
  • 포천일보
  • 승인 2016.08.20 10: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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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년째 고물수거와 막노동 하면서 농촌주민과 아름다운 동행하는 목사

정 목사, “마을과 동떨어진 교회는 있을 수 없어,
         채우는 게 아니라 타인과 나누며 사는 게 교회의 몫”

교회 목사하면 십자가가 세워진 교회에서 성스러운 옷을 입고 예배를 드리는 모습을 떠 올린다.

이와 반대로 20년째 막노동과 고물을 수거하면서 농촌마을 주민들과 살을 맞대며 오순도순 행복하게 살아가는 목사가 있다. 교회 목사라기 보다는 마을 어른을 공경하는 젊은이가 마을 공동체를 가꿔가는 모습이다. 주인공은 포천시 신북면 계류리 시냇물 흐르는 교회 정종찬(50세) 목사다.

정종찬 목사가 이곳 계류리에 들어온 것은 1995년12월이다. 당시 영락교회 정기덕 교육목사의 추천으로 정착하게 됐다. 시냇물이 흐른다는 마을 이름을 따서 정기덕 목사께서 시냇물 흐르는 교회라는 이름을 지어 주었다. 말이 교회이지, 96년에 들어 온 어머니와 4명의 자녀, 부인과 함께 생활하는 2평짜리 작은 단칸방에 불과했다.

어렵게 목회활동을 시작한 것을 알았던 정기덕 목사와 장로회 신학대학 학생들의 주말사역 도움 덕분으로 2년의 공사 끝에 10평 남짓한 예배당을 완공할 수 있었다. 이때까지 교회신도라고 해 봤자 5명의 가족을 포함해 고작 10여명에 불과했다.

목회 활동을 하면서 생계유지 방법을 생각하다가 떠오른 게 빈병 수집이었다. 그리고 막노동 일에도 뛰어 들었다. 손에 닥치는 대로 일을 했다. 그러던 중 하계연수에 갔다가 폭우를 만나 애지중지하는 차량이 폭우에 떠내려가 버렸다. 어쩔 수 없었던 그는 3년간 생수배달 일을 했다. 그리고 고물장수가 괜찮다는 말을 듣고 고물 장사를 시작했다. 이때 그의 나이 스물아홉이라는 한창 젊은 나이었다.

정 목사는 목사라는 신분으로 고물을 수집하고 막노동 한다는 게 처음에는 어색하기도 했지만, 하나님께서도 낮은 곳에서 궂은 일을 했다고 생각하니 마음이 편해졌다. 한편으로는 하나님께서 정 목사에게 주신 명령이라고 여겼다. 처음 해 본 막노동이 정 목사에게 그리 쉬운 일은 아니었다. 서툰 망치질을 보고 함께 일하던 사람들은 정 목사에게 “머리는 그냥 들고 다니냐”는 핀잔을 주기도 했다. 막노동판에서 공구 이름을 몰라 허둥대기 일쑤였다. 이제는 뛰어난 전문 목수 일을 하는 목사가 됐다. 다음은 정종찬 목사와 나눈 이야기들이다.

-처음 정착했을 때 주위에서 어떻게 바라봤는지 기억이 나는가?

= 농촌마을이라 젊은 사람이 거의 없었다. 일부 교회에 다니는 사람들은 부정적으로 보기도 했지만, 열심히 사는 모습을 보고 어르신들이 먼저 좋아했다. 고물장사를 한다고 하니까 고물도 주고 다른 도움을 많이 줬다. 마을에 형편이 어려운 남매를 돌봐주었는데, 이것을 계기로 지역주민들과 소통하는 계기가 된 것 같다. 비록 경제적으로 어려운 상황이었지만 부모님(2년전 작고)과 4명의 자녀, 조카와 함께 즐겁게 살았다. 이곳에서 태어난 막내가 벌써 고3학생이 됐다. 정 목사 자녀는 1녀3남으로 정겨움, 정하늘, 정바다, 정예정이다. 가끔 선배 목사님들이 “니가 하늘 아범이냐?”고 농담을 하기도 한다.

-보람된 일과 어려운 일이 있었다면?

=마을 일에 적극 참여한다. 노인들이 대부분 거주하는 곳이기 때문에 할 일이 참 많다. 재능을 가지고 많은 사람들에게 도움을 줄 수 있다는 게 감사할 뿐이다. 사람 관계나 일 때문에 힘든 적은 없다. 부인도 좋아하고 편안해 한다. 환경이 안 되니까 사역(목회활동)에만 전념하지 못해 성도들에게 미만한 마음이 있다. 그러 정당하게 사역을 하면서 막노동 일을 하면서 이웃과 소통하기 때문에 자부심이 있다.

-현재 교회 신도는 몇 명이나 되나

=현재 신도는 50여명이다. 교회에 안 나오는 마을 사람들도 우리교회라고 부른다. 마을 분들이 신뢰를 해 줘 마을 돈 관리나 중요한 일을 할 때는 함께 상의한다. 마을 총무를 맡고 있다. 교회 규모도 2평에서 시작했지만, 10평에서 30평에 이어 현재 70평 규모로 커졌다. 또 건물 3동에 땅도 60평 가지고 있는 부자다. 그러나 더 부자인 것은 마을 주민들과 즐겁고 어려운 상황을 함께 할 수 있다는 것이다.

-지금도 막노동 일을 계속한다고 하는데, 주로 어떤 사람들이 일을 맡기는가?

=주로 교회 신축이나 리모델링 일이 많다. 어려운 이웃들에게는 돈을 받지 않고 그냥 해 준다. 돈을 받고 일할 때와 그냥해 줄 때 보람과 즐거움이 다르다. 신철원 교회를 짓는데, 2년이 걸렸다. 또 교회 장로님 집 건축을 했다. 20년간 막노동을 하다보니 왠만한 장비는 다 있다. 고물수집과 철거 일도 계속한다.

일은 꾸준히 생긴다. 돈은 기본적인 자재비를 받는 수준이다. 특히 작은 교회들은 도움의 손길이 필요한 곳이 많다. 어느 작은 교회 목사님이 교회 리모델링을 하는데, 50만원으로 꾸며 달라고 해서 더 보태서 일을 하기도 했다. 성도가 많지 않은 작은 교회와 도움을 나눌 수 있어 좋았다.

-교회가 지역사회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는 말에 대해선 어떻게 생각하는가?

=다른 교회보다 우리 교회 이야기를 좀 하고 싶다. 우리 마을 노인회장은 “마을에 교회가 있어서, 그리고 목사가 있어서 좋다”는 말을 한다. 교회가 마을 일에 적극 참여하고 도움이 되는 일을 한다. 항상 마을이 잘되어야 교회가 잘 될 수 있다고 믿는다. 교회는 동네를 떠나 존재할 수 없다. 우리 마을에 긴급 환자가 발생하면 나와 부인이 곧바로 출동한다. 이런 일을 교회가 할 일이다. 노인들이 많은 농촌은 교회를 중심으로 복지마을을 만들어 마을과 하나되는 교회가 되도록 노력한다.

-교회의 자정노력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있는데

=어떤 시각에서 혹은 어떤 눈으로 봐야 하느냐가 중요하다. 목회자가 목사답게 행동하는 것보다 중요한 것은 예수님을 닮게 살아가야 한다. 채우려는 게 아니라 타인과 나누고 주려고 하는 삶이 필요하다. 노자의 도덕경 48장 ‘위학일익 위도일손(爲學日益 爲道日損)’이란 구절이 있다. 배운다는 것은 하나씩 덜어낸다는 말이다. 하나님을 믿는다는 것은 비우는 것이라고 믿는다.

우리사회는 거룩하고 존경스러운 삶을 살아가는 사람이 드물다. 욕심을 덜어내고 비워가는 삶이야말로 아름다운 삶이라고 생각한다.

-더 할 말이 있다면

=언론과 인터뷰할 일도 한 적이 없는데, 쑥스럽다. 우리교회를 짓는 과정에서 땅을 샀다는데 건축비가 없었다. 이 소식을 듣고 평소 알고 지내시는 목사님과 지인들께서 2억원이라는 큰 돈을 주셨다. 또 다시 2천만원이 부족했는데, 그 주간에 채워졌다. 이런 기적은 하나님과 사람이 했지, 내가 한 일이 아니다. 선한 일은 선한 사람들이 함께 이룬다. 남녀노소 어진사람과 자연이 이뤄낸 일에 감사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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