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이불염 회인불권(學而不厭 誨人不倦)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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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이불염 회인불권(學而不厭 誨人不倦)
  • 김현철/경기도교육청 장학관
  • 승인 2015.03.17 10: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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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현철/경기도교육청 장학관

동아시아 역사상 가장 위대한 스승이라 할 수 있는 공자의 인생에 대해서는 ≪논어≫, ≪맹자≫, ≪좌전≫, ≪공자가어≫ 등에 비교적 상세히 서술되어 있다. 특히, 공자의 탄생과 관련하여 사마천의 ≪사기≫에는 ‘숙량흘이 안씨녀와 야합하여 공자를 낳았다(紇與顔氏女 野合而生孔子)’고 자세히 기록하고 있다.

이 중 ‘야합(野合)’이란 단어가 훗날 유가 사상가들을 곤혹스럽게 만든다. 성인의 탄생에 야합이라니. 그래서 야합을 ‘정상적인 혼인관계를 거치지 않고 남녀가 결합하는 것’으로 순화해서 설명해야만 했다. 그러나 야합이란 무엇인가? 남녀가 ‘들판에서 결합한 것’이다. 그들이 부끄럽게 여기고 미화해야만 했던 공자의 탄생, 바로 여기에서 공자의 위대함이 시작된다. 많은 성인들이 어려움을 극복하고 인류의 사표(師表)로 우뚝 섰듯이.

이처럼 보잘 것 없었던 출생의 한계를 극복하고 동아시아 문명을 2,500년 이상 이끈 위대한 스승으로 우뚝 선 공자의 힘은 어디에서 비롯되었는가? 바로 ‘공부’다. 요즘말로 ‘평생학습’이다. 평생동안 끊임없는 학문연마를 통해 인생을 개척하고, 나아가 동아시아 문화를 꽃피운 지식인, 그가 바로 공자다. 이러한 그의 삶의 태도를 단적으로 나타내는 글귀가 바로 《논어(論語)》 〈술이(述而)〉 편의 ‘학이불염 회인불권(學而不厭 誨人不倦)’이다. ‘배우는 데 싫증내지 않고, 가르치는 데 게으르지 않는다’는 말이다.

그는 학문 연마를 통해 이룬 높은 뜻을 실현하고자 했던 13년에 걸친 유세(遊說)에도 불구하고 정치적 이상을 실현할 기회를 갖지는 못했다. 그러나 회인불권, 즉 제자들을 가르치는데 성공함으로써 그의 사상은 수천 년 동안 동아시아의 정치, 사회, 문화를 지탱하는 기둥이 되었다.

오늘날에도 여전히 공부를 통해 사회적 위상을 높이려는 노력은 계속되고 있다. 자녀들의 미래를 위해 교육에 쏟는 부모들의 노력은 아름다운 모습이 아닐 수 없다. 그 헌신적인 노력이 때로는 눈물겹기까지 하다. 그런 노력을 하는 부모들은 우리 지역사회가 학습여건이 나쁘다고도 한다. 많은 인재들이 다른 지역으로 빠져나가기도 한다.

그러나 뭔가 하나가 빠진 느낌을 지울 수가 없다. 바로 부모와 어른들의 공부하는 태도다. 미국의 사회심리학자 제임스 볼드윈(James Baldwin)은 “아이들은 어른들의 말을 귀담아 듣지 않는다. 그러나 어른들의 행동은 곧잘 모방한다.”고 했다. 어른들은 아이들을 볼 때마다 ‘공부 잘하라’는 말을 입버릇처럼 하곤 한다. 하지만, 아이들에게 공부하는 모습을 보여주지 못하는 어른들의 그 말은 그저 귓전을 타고 흘러갈 뿐이다. 어디 우리 지역사회의 아이들이 처음부터 공부 못하는 아이로 태어났더란 말인가? 그럼에도 우리 아이들의 학력이 떨어진다면 우선 어른들에게도 많은 이유가 있을 것이다. 우리 아이들의 탓이 아니라, ‘아이들 공부 잘 시키는 공부’를 하지 않아 교육 역량이 떨어지는 어른들의 탓일 수도 있다.

교육계에서는 ‘교육의 질은 교사의 질을 능가하지 못한다.’는 말을 금언처럼 여긴다. 그렇다면 과연 우리 지역사회의 교육 역량이 우리 시민의 역량을 능가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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