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서울대 합격생이 후배들에게 보내는 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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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서울대 합격생이 후배들에게 보내는 편지
  • 김다연 송우고 3학년
  • 승인 2017.01.12 15: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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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우고 김다연 학생, 대입수시 서울대 고대 연대 한양대 동시합격
▲ 송우고 3학년 김다연 학생은 2017년 대입 수시모집에서 서울대 식품동물생명공학부와 고려대 생명공학부, 연세대 생명공학과, 한양대 생명과학과에 동시 합격하는 기염을 토했다. 사진 왼쪽은 김다연 학생 뒤바라지를 해 준 부친 김광수씨다.

ⅰ. 들어가며

안녕하세요. 평생 끝나지 않을 것만 같던 대입이 끝나서 제가 후배님들께 이런 글을 쓰는 날이 오네요. 제가 아는 후배들만 봐도 예비 고3 신분으로 수험생활에 두려움을 갖고 많이 조급해하는 모습을 자주 봤는데 제가 쓰는 글이 후배님들의 불안감을 조금이나마 덜어드리고 입시 준비에 도움이 될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ⅱ. 공부는 어떻게

(1)내신관리

내신 관리 전 모의고사보다 내신 따는 데에 더 신경을 썼어요. 모의고사는 정말 말 그대로 수능을 대비해서 치르는 시험일뿐이고 그 성적이 대학 진학에 있어서 그 어떤 부분에도 반영되지 않기 때문에 3학년 초반까지는 모의고사 성적이 조금 저조하다고 크게 스트레스 받거나 하지 않았어요. 모의고사 공부를 아예 안 했다고 할 순 없지만 굳이 우선순위를 두자면 내신 공부가 더 우위에 있었죠. 내신이랑 수능이 크게 다르다고 생각하지도 않았고요. 평소엔 수능 대비해서 수능 유형 위주로 문제를 풀고 중간고사나 기말고사 한 달 전부터 내신 준비를 했었어요.

전 학교 수업 들을 때 예습이 도움이 많이 된다고 생각해요. 수업을 안 들어도 될 만큼 완벽한 예습이 아니더라도 대강 무슨 내용인지를 알고 있으면 선생님께서 강조하시는 내용이 더 잘 들어오고 어떤 식으로 출제가 될지 예측은 해 볼 수 있거든요. 저도 항상 예습을 하고 수업을 들었던 게 아니기 때문에 아무것도 모르는 상태로 수업을 들었을 때와 예습을 하고 수업을 들었을 때를 비교해 보면 아무것도 모른 채로 수업을 들을 땐 그 내용을 쫓아가기에만 바쁘고 선생님 말씀을 많이 놓치게 되더라고요. 제가 공부했던 방법이 정답은 아니겠지만 제 과목별 공부법을 적어 보자면 국어는 인터넷을 많이 활용했어요.

제가 어렸을 때부터 책 읽는 걸 엄청 싫어해서 주변에서 너 고등학교 가면 국어 성적 떨어질 거다 뭐 이런 얘기를 많이 들었는데 지금 와서 생각해 보면 독서랑 수능 국어랑 별로 크게 관련은 없는 것 같아요. 그러니까 책 싫다고 국어 포기하지 말고 공부하세요, 여러분. 내신 국어는 보통 문학 작품을 자주 다루게 되는데 문학 작품을 해석이 다양하고 단어 의미 풀이도 다양해서 최대한 많이 찾아보려고 했어요. 검색창에 ‘(작품명) 해석’, ‘(작품명) 정리’ 이렇게만 쳐도 참고할 만한 게 되게 많이 나오거든요.

정리도 엄청 예쁘게 되어있어요. 처음엔 교과서에 일일이 다 적어 놨었는데 나중엔 양도 많아지고 무엇보다 귀찮아서 결국 다 프린트해서 파일을 따로 만들어서 들고 다녔어요. 작품 내용 다 공부했다 싶을 때 ‘(작품명) 문제’라고 치면 작품에 대한 문제가 많이 나오거든요. 시험 2주 전부터 작품 당 적어도 50문제씩은 찾아서 풀었던 것 같아요. 결국 우리가 시험 날 해야 할 건 작품 해석이 아니라 문제를 푸는 것이기 때문에 최대한 다양한 유형의 문제를 접해 보려고 했죠. 문법도 내신에서 자주 다루는데 문법은 인터넷으로 최대한 예시를 많이 찾아서 기억하려고 했어요.

문법은 예시를 통해서 문제 출제가 자주 되니까 문제 출제 방향에 맞게 공부법을 찾으려고 했던 거죠. 수학은 개념을 꼼꼼히 이해하려고 했어요. 어떤 과정을 거쳐서 공식이 나왔는지, 시간이 흘러서 공식을 잊어버려도 금방 다시 떠올릴 수 있게끔 만들었어요. 나머지는 문제를 많이 푸는 거죠. 어려운 문제만 푸는 게 아니라 쉬운 문제도 풀어야 실수를 줄일 수 있어요. 내신 영어는 우선 모르는 단어가 있으면 안 돼요. 모르는 단어부터 정리하고 암기한 다음에 지문 한 문장 한 문장을 기억하는 것이 아니라 지문의 스토리만 기억해도 수능 유형으로 변형되어서 출제되는 문제 대부분은 맞출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해요. 지문 스토리 파악이 다 됐으면 그 다음에 문법 요소를 파악해서 모르는 부분을 채워가는 거죠.

제가 했던 영어 공부 방법은 공부가 잘 안 될 때나 자기 전에 침대에 누워서 지문을 소리 내서 읽는 거였어요. 읽는 동시에 무슨 내용인지 바로 해석이 될 만큼 공부가 된 상태에서요. 시험 준비 기간 한 달 동안 지문 당 적어도 다섯 번은 읽었던 것 같아요. 눈으로만 공부했던 거랑은 또 다르게 기억에 잘 남아요.

영어 듣기 시험 같이 어렵진 않은데 어떻게 시험 준비해야 할지 모르겠다 싶은 과목 같은 경우에도 시험 전날 하루 종일 스크립트만 읽었어요. 영어 듣기는 항상 직전 날 하루만 준비했던 것 같네요. 확실히 보고 말하고 들은 내용이라 시험 당일에 기억에 훨씬 잘 남아요.

그리고 내신 기간에 보면 자기 무슨 과목 끝냈다 하는 친구들을 자주 봤었는데 시험 직전까지 끝난 게 아니기 때문에 끝냈다고 말할 수도 없는 거고 한 번 본 건 또 계속해서 봐야 해요. 모든 교과서를 시험 전에 최소한 두 번은 보셨으면 좋겠어요.

(2) 수능 공부

말씀드렸다시피 전 수능 공부랑 내신 공부가 크게 다르다고 생각하지 않아요. 공부하기 싫은 제 핑계일 수 있겠지만요. 다른 게 있다면 문제 유형 정도? 3학년 1학기까지는 내신 준비 기간 이외의 시간에 부족한 과목의 부족한 유형을 찾아서 공부했어요.

예를 들면 야자 시간에 국어 비문학을 푼다든지, 영어 빈칸추론을 푼다든지. 가끔 시간을 재서 모의고사를 풀기도 했고요. 그런데 3학년 2학기가 되면 등교해서 하교할 때까지 모두 자습, 본인의 시간이에요. 전 그때부터 본격적으로 수능 준비를 한 것 같네요. 수능 시간에 맞추기 위해서 8시까지 등교하고 주변 정리 후에 곧바로 국어영역을 풀었어요. 시간 재서 풀고 끝나면 채점하고, 조금 쉬었다가 수학영역 풀고 채점하고 틀린 것까지 확인해서 정리하면 점심시간에 대충 맞더라고요. 점심 먹고 와서 바로 영어영역 풀고 탐구까지 풀고 채점하고 내용 정리하면 정규수업 끝날 시간이 돼요. 저는 이런 식으로 2학기를 보냈던 것 같아요.

야자 시간엔 전처럼 부족한 내용 위주로 정리했고요. 수학은 문제 많이 풀라는 것밖에 해 줄 말이 없어서 국어랑 영어에서 한 가지씩 얘기하자면 모의고사 날 아침에 일찍 등교해서 국어 시험 전까지 국어 비문학 지문 하나만 푸세요. 잠이 덜 깬 상태로 국어 지문을 바로 보면 눈에 잘 안 들어오는 경우가 있더라고요. 아무래도 글을 좀 읽고 뇌가 풀린 상태로 시험지를 여는 게 수능 날에도 도움이 될 것 같아요. 친구들이나 후배들이 영어 단어 외우는 거에 대해서 많이 물어보더라고요. 자랑은 아니지만 전 단어장 하나를 완벽히 끝내본 적이 없어요. 나열된 단어들만 계속 보고 있으면 지루하기만 하고 내가 지금 보고 있는 단어가 과연 수능 날 나올까 하는 의구심만 들어서 안 외워지는 것 같았어요.

대신에 전 기출문제나 연계지문 풀면서 모르는 단어들을 포스트잇에 적어서 하나씩 노트에 붙여 놨어요. 노트에 적으면 그 노트에 손이 잘 안 가서 나중에 보려고 쓴 건데 결국 써 놓기만 하고 안 보더라고요. 그래서 포스트잇에 적어서 노트에 붙였는데 하루에 포스트잇 하나씩 떼어서 핸드폰 같이 가까이 있는 물건에 붙여 놓으면 수시로 보게 되거든요. 다 외우면 다시 노트에 붙여 놓거나 버리면 되는 거고요. 단어는 자주 봐서 눈에 익어야 외워져요.

ⅲ. 고3 생활은 어떻게?

선배들이 고3때 공부 제일 안 하게 될 거라고 얘기했었는데 그게 사실이 될 줄 몰랐어요. 그렇다고 마냥 노는 게 아니라 입시 관련해서 이것저것 할 게 너무 많아요. 원서 쓰랴, 자소서 쓰랴, 면접 준비하랴 공부할 시간이 별로 없어요.

2학기 되면 수능 전에 발표 나는 학교도 있고 수능 성적 반영 안 되는 학교도 있어서 분위기가 많이 흐려져요. 본인이 수능 최저가 있는 학교를 쓰거나 정시를 준비한다면 자기 관리가 정말 중요합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고3 수험생이라는 신분만으로도 느끼는 부담감과 압박감이 심해요. 공부하면 공부한다고 스트레스 받고, 공부 안 하면 난 왜 공부를 안 할까 자괴감이 들어서 스트레스 받고, 가만히 있어도 난 왜 수험생일까 스트레스 받고, 대학에 붙을 수 있을까, 재수를 해야 하나 그냥 모든 것이 스트레스예요.

전 고3때 스트레스로 나타나는 증상은 다 겪어 본 것 같네요. 그러니까 애초에 쉬는 날을 정해 두는 것도 괜찮은 방법인 것 같아요. 아무 계획 없이 놀면 그 나름대로 스트레스일 수 있거든요. 그러니까 예를 들어서 일요일 저녁엔 쉬어야겠다! 하고 정했으면 그 시간만큼은 아무 걱정 말고 쉬어요. 취미 생활을 하든, 운동을 하든. 그럼 그 자체가 공부하는 데 동기부여가 될 수도 있어요.

ⅳ. 대학 입시 관련

(1) 자기소개서

자기소개서 쓰면서 느꼈던 건 다양한 교내 활동을 하는 게 중요하다는 거였어요. 막상 자기소개서를 쓰려고 생활기록부를 찾아보면 다른 학생들과 비슷한 활동들뿐인 경우가 허다하거든요. 자기소개서 시즌이 되면 대부분 자기소개서 신경 쓰여서 공부도 제대로 못 하고 공부를 안 하면 또 불안해서 자기소개서가 눈에 안 들어오고 그랬던 것 같아요. 그래서 전 시간을 딱 정해 놨었어요.

저녁 시간까진 공부만 하고 밤이나 새벽에 자기소개서를 쓰자! 이렇게요. 확실히 글은 새벽에 잘 써지더라고요. 새벽감성이라고 해야 하나. 다음 날 보면 손발이 오그라들고 온몸에 소름이 끼치지만요. 기간을 충분히 두고 여러 차례 수정하는 게 물론 당연하지만 그냥 제 생각엔 너무 자기소개서에 오래 매달리는 건 좋지 않은 것 같아요. 해야 할 공부도 못 하고 점점 욕심이 생겨서 처음 생각했던 방향이랑 멀어지는 경우도 생기더라고요. 어느 정도 됐다 싶으면 마무리 짓는 것도 괜찮은 것 같아요.

(2) 면접

면접은 말하는 연습이랑 마인드 컨트롤이 정말 중요해요. 면접을 준비할 때 가장 기본적인 질문을 뽑아서 대답할 내용을 생각해 보고 키워드만 정리해서 쓴 다음 문장으로 말하는 연습을 하는 게 도움이 많이 되었던 것 같아요. 면접실에 들어가면 생각했던 문장 그대로 똑같이 말할 수도 없고, 생각했던 문장이랑 조금이라도 틀어지면 당황해서 더 긴장이 되거든요. 어떤 식으로 말할 건지 방향만 잡은 다음에 말로 표현하는 연습을 하는 게 중요해요.

전 면접이 4개였는데 제일 처음 면접이 한양대학교였어요. 쉬운 질문들이었는데 너무 긴장하는 바람에 알던 것도 까먹고 나중에 돌이켜서 생각해 보니까 말하려고 했던 내용을 많이 빠트렸었더라고요. 그 다음 면접부터는 면접 전에 마인드 컨트롤 하는 데 힘을 썼죠. 늘 면접이 있는 날이면 면접 보러 가는 길 내내 신나는 노래를 틀어 놨었어요.

또 ‘면접관을 그냥 지나가는 아저씨 정도로 생각하고 내 얘기 들려주고 오자‘ 이렇게 혼자 계속 되새겼었죠. 제일 마지막 면접이 서울대학교였는데 저한테 과분한 학교라는 생각이 들어서 어차피 떨어질 생각을 하니까 마음이 그렇게 편할 수가 없더라고요. 긴장이 덜 되니까 하고 싶었던 말도 다 하고 나왔죠. 면접 전에 꼭 본인한테 주문을 거세요. ’저기 앞에 앉아 있는 사람은 지나가는 아저씨, 아줌마다.‘ 이렇게.

ⅴ.후배에게 하고 싶은 말

입시 준비하면서 느꼈던 것들을 최대한 많이 써 보려고 했는데 이게 후배님들께 얼마나 많은 도움이 될지는 모르겠네요. 제가 고3 생활 내내 가장 힘들었던 건 체력적인 문제와 스트레스였어요. 제가 운동하는 걸 진짜 싫어하거든요.

그 동안은 정신력으로 어떻게든 버텼는데 확실히 학년이 올라가면 올라갈수록 체력이 따라주지 않는 걸 많이 느꼈어요. 제가 하지도 않은 걸 후배님들께 하라고 하는 게 좀 그렇지만 그래도 틈틈이 운동은 하셨으면 좋겠어요. 운동하면서 스트레스도 같이 풀 수 있으면 더 좋고요. 영원히 끝나지 않을 것 같았던 입시였는데 눈 깜짝할 사이에 다 끝나버렸네요.

초등학교, 중학교, 고등학교 생활 다 합쳐서 가장 빠른 일 년이 될 테니까 너무 부담감 갖지 말고 그냥 늘 하던 대로 매 순간 본인이 해야 하는 일에 최선을 다 하셨으면 좋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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