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신분 상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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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신분 상승
  • 김병연 시인/수필가 김병연
  • 승인 2017.03.21 10: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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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병연 시인/수필가

세계경제포럼(다보스포럼)은 ‘2017 글로벌 리스크 보고서’를 통해 경제적 불평등, 사회 양극화, 환경적 위험의 심화가 앞으로 10년간 세계 발전에 3대 장애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경제적, 사회적 불평등의 심화가 국수주의와 보호주의 같은 포퓰리즘으로 이어지면서 세계적으로 공동 대처해야 할 위협 요인이 된 것이다. 사회양극화에 대한 불만과 분노에 영합하는 포퓰리즘 정치로 지난해 영국의 브렉시트가 결정됐고 미국에선 도널드 트럼프가 대통령에 당선되는 이변을 낳았다는 견해도 있다.

경제․사회적 양극화 문제는 우리에게도 강 건너 불이 아니다. 한국 사회의 양극화는 갈수록 심화돼 가고 있다. 국회입법조사처의 자료 분석 결과를 보면 2012년 기준 한국의 상위 10% 소득집중도는 44.9%였다. 우리나라의 상위 10% 소득집중도가 주요국 중 가장 빠른 속도로 확대됐고 주요국 중 미국을 제외하면 우리나라의 소득불평등이 가장 심한 것으로 분석됐다.

2008년 세계 금융위기 이후 젊은이들의 실업률이 높아지면서 헬조선이라는 용어가 급부상했다. 헬조선은 헬(Hell)과 조선의 합성어로 ‘지옥 같은 대한민국’을 말한다. 현 상황을 고스란히 대변하는 유행어가 됐다.

기본적인 소득의 양극화뿐만 아니라 주거, 교육, 소비, 의식 등 국민 삶의 많은 영역에 양극화 현상이 일어나면서 우리 사회 내부가 극단적으로 분리된 두 집단으로 형성되고 있다. 사회적 양극화가 대물림되고 부의 계급 간 이동 가능성이 급격히 줄어들면서 개천에서 용 나기가 어렵게 됐다. 이와 같은 양극화 현상은 대다수 서민에게 패배감과 좌절감을 심어주고 있을 뿐만 아니라 우리 공동체의 기본질서 자체에 대한 회의를 품게 만들고 있다.

지난 세월, 우리 사회에서 교육은 신분 상승의 사다리 역할을 수행해 왔다. 저소득층도 노력만 한다면 보다 나은 미래가 보장된다는 믿음으로 자녀교육에 눈물겨운 노력과 헌신을 보여 왔다. 하지만 헬조선이라는 유행어가 의미하는 바와 같이 이제는 많은 사람이 교육을 통한 신분 상승의 꿈을 포기하고 있다.

외환위기 이후에 소득양극화가 심화되면서 저소득층의 경우 자녀교육에 투자할 수 있는 여력이 거의 사라져버렸다. 반면 고소득층은 증가한 소득을 자녀 교육에 좀 더 집중적으로 투자하는 행태를 보여주고 있다. 좋은 대학에 가기 위해서는 엄마의 정보력과 할아버지의 재력이 있어야 한다는 웃지 못할 이야기가 마치 사실처럼 떠돌고 있다. 교육이 더 이상 신분 상승의 사다리로 기능하지 않는다는 엄연한 현실을 보면서 서민들이 자녀 세대의 미래에 대해 비관적인 전망을 갖게 됐다.

교육이 희망의 사다리로 기능하기 위해서는 저소득층 학생들 가운데 교과 성적이 우수하거나 비교 과 영역에서 뛰어난 잠재력을 가진 집단 모두에게 국가적 관심과 지원을 제공해야 한다.

상급학교 진학에서 잠재력이 충분한 소외계층 학생들을 배려하고 사후적으로 적절히 관리하는 정책을 강화해야 한다. 지속적이고 충분한 지원을 통해 소외계층의 자녀들을 인재로 길러냄으로써 교육이 희망의 사다리가 되도록 해야 한다. 청년일자리를 창출해 청년들에게 희망을 주고 결혼할 수 있는 여건을 조성해야 한다. 사회가 정상적으로 발전하기 위해서는 분배와 성장이라는 두 바퀴가 잘 굴러가야 한다. 양극화의 현상은 국가의 통합과 번영에 결정적인 장애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소통과 책임의 리더십으로 불평등과 양극화 문제를 풀지 못하면 민주주의와 번영도 흔들릴 우려가 크다. 우리 사회 양극화 문제는 결국 정치의 장을 통해 해결돼야 하고, 그 해결책을 제시해야 한다. 양극화로 인한 갈증을 해결하지 못한다면 사회통합은 물론 선진국으로의 진입도 어려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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