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포천시장, ‘귀게스의 반지’ 막을 매니페스토로 뽑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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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포천시장, ‘귀게스의 반지’ 막을 매니페스토로 뽑자
  • 허 훈 포천미래포럼 회장 / 대진대 행정학과 교수
  • 승인 2017.04.07 16: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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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허 훈 포천미래포럼 회장 / 대진대 행정학과 교수

독자 여러분이 반지를 하나 선물로 받았다고 생각하자. 이 반지에는 보석이 하나 박혀 있는데 이를 안쪽으로 돌리면 나는 보이지 않고, 바깥쪽으로 돌리면 내가 다시 보이는 반지다.

이 반지를 끼고 나는 좋은 일만 할게 될까? 그동안 갖고 싶었던 물건도 슬쩍 하게 될까? 정답은 ‘처음에는 좋은 일에 이 반지를 쓰지만 인간인 이상 점차 나쁜 일에 빠져 든다’이다. 이 반지가 소크라테스가 정의를 설명할 때 소개한 ‘귀게스의 반지’이다. 권력이란 것이 바로 이렇다.

처음에는 권력을 잡으면 국민-시민을 위해 봉사하지만, 나쁜 짓을 하더라도 들키지 않고 처벌받지 않는다면 권력은 남용된다. 박 전 대통령과 전 포천시장이 낀 반지도 바로 이 ‘귀게스의 반지’였던 셈이다.

이 일화가 보여주는 것은 바로 대의민주주의의 한계이다. 대통령을 뽑거나 시장을 뽑거나 이는 결국 다수 인간과 선출된 한 인간 간의 계약에 의존한다. 선출직 공직자 역시 누구나처럼 유혹에 노출될 수 있으며, 이럴 경우 보통의 시민보다 훨씬 더 치명적인 결과를 부른다. 선택된 소수에게 다수의 운명을 맡겼기 때문이다.

토크빌은 “민주주의가 경험하는 어려움은 매우 사소한 것들에서 관찰된다. 칭찬에 둘러싸인 사람들은 자신을 통제하는 것을 무척 어려워했다”(Tocqueville, 2003:262)라고 말한다. 그 결과 선출직 공직자들이 직을 이용하여 뇌물을 수수하거나 성범죄를 저지르는 것 같은 스캔들적 상황도 발생한다. 결국 선출직도 인간이기 때문에 처음에 국가-시민을 봉사하겠다는 약속이 점점 옅어지고, 사익추구에다가 정책무능-독선-실패라는 정책오류 3종 세트를 낳고 심하면 도덕적 일탈까지 낳게 된다.

대의민주주의가 가져다주는 인간의 오류를 막기 위해서 도입한 것의 하나가 매니페스토(참공약으로 번역된다)이다. 즉 ‘귀게스의 반지’를 쥐어주고도 그의 일탈을 막는 방법의 하나이다. 매니페스토의 어원은 '증거' 또는 '증거물'이라는 의미의 라틴어 마니페스투(manifestus)에 왔는데, ‘과거 행적을 설명하고, 미래 행동의 동기를 밝히는 공적인 선언’이라는 의미로 사용되었다.

선거에서 매니페스토가 사용된 것은 1834년 영국 보수당 당수인 로버트 필에 의해서였다. 그는 유권자들의 환심을 사기 위한 공약은 결국 실패하기 마련이라면서 구체화된 공약의 필요성을 강조하였다. 1997년에는 영국 노동당의 토니 블레어가 매니페스토 10대 정책을 구체적으로 제시해 집권에 성공한 것이 불을 붙였다. 그는 대처정부 이후의 20년 보수당 정권을 구체적이고 명확한 공약(매니페스토)을 내놓고 이를 이행하여 영국을 유럽의 맹주로 다시 세워놓았다.

우리나라에서는 시민단체에 의해 2006년 5월 31일의 지방선거를 계기로 도입되었다. 당시에 후보자에 의한 뻥 공약과 중앙당이 내려 보내는 소위 허수아비 공약이 판을 쳤었다. 그만큼 한국정치의 개혁을 정당이나 입후보자들에게 기대하기 어려웠다.

초유의 대통령 탄핵을 겪고 있는 시기에 시장 선거를 앞두고 있는 우리 포천의 현실도 자칫하면 과거처럼 뻥 공약 허수아비 공약을 내건 사람이 당선될 수도 있다. 포천시의 낙후와 이미지실추를 되돌려 놓을 사람이 누군가를 찾기 위해 매니페스토 공약평가를 해보자는 것이다.

매니페스토에 의한 후보자들의 공약평가는 요약하면, 지역을 발전시킬 실현가능한 공약을 내놓으라는 것에 다름 아니다. 이를 좀 자세히 보면, 후보자의 공약이 SMART기준으로 맞는지를 보자는 것이다. S는 공약의 구체성(specific), M은 검증 가능성(measurable), A는 달성 가능성(achievable), R은 타당성(relevant), T는 달성기한 명시(timed)를 의미하는 것이다.

이를 통하여 후보자가 제시한 공약이 당선된 이후에도 이행책임을 물음으로써 그 이행 정도에 따라 다음 선거에 심판하겠다는 뜻이다. 포천시장 선거는 유권자와 밀접하게 진행되기 때문에 대통령 선거보다 오히려 매니페스토선거가 유용한 판단 기준이 된다.

이번 보궐선거에서 시민들이 나서서 매니페스토(참공약) 평가를 하게 되면 입후보자들이 진정성 있는 공약을 내놓게 하는 힘이 있다. 이번 선거는 특히 전 시장의 범법행위로 파면된 상태에서 진행되는 탓에 유권자나 후보자나 밀려서 선거를 하게 되었다. 이런 탓에 이미 지연, 학연, 혈연이나 참공약보다는 중앙정치의 바람에 의존하려는 성향이 크다. 이런 분위기를 일소하고 포천시 발전을 위한 공약을 평가하는 것으로 시장을 뽑아보자는 것이다.

후보자들의 매니페스토 선거참여는 더 이상 표를 얻기 위한 거짓말을 하지 않겠다는 선언이며, ‘귀게스의 반지’를 시민들을 위해만 쓰겠다는 선언이다. 이런 점에서 이번 포천시장보궐선거에 나선 후보자들이 매니페스토 공약을 제시해주길 바란다. 공약검증단 활동에 참여하시는 시민들에게는 적잖은 수고가 있으시겠지만, 그로 인해 좋은 시장을 뽑고 또 이에 근거하여 그의 시정성과를 검증할 수 있다면 포천정치도 한 단계 성장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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