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천설화 길라잡이]‘포천설화의 길라잡이’를 시작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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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천설화 길라잡이]‘포천설화의 길라잡이’를 시작하며
  • 이 병 찬(대진대학교 한국어문학부 교수)
  • 승인 2015.01.16 13: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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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병찬 대진대 국문학과 교수

필자가 대진대학교에 둥지를 틀면서 지난 20여 년 동안 지속적으로 관심의 끈을 놓지 않은 것은 다름 아닌 포천의 설화이다. 그리하여 그동안의 성과는 포천설화집의 편찬과 󰡔포천의 설화와 문학󰡕(포천시 문화관광과, 포천정호 600주년 기념총서3, 2013)으로 집대성한 바 있다. 이제 이러한 자료들과 연구 성과를 모두가 공유할 수 있도록 하는 작업에 첫발을 내딛게 되었다. 고심 끝에 ‘포천설화의 길라잡이’라는 제목으로 여러분을 포천설화의 세계로 안내하기로 하였다. 말하자면 지금부터 포천시민과 함께 하는 포천의 설화여행을 시작하고자 한다.

설화란 인간 사회의 구성원 전체가 아래로는 이름 없는 백성으로부터 위로는 임금님에게 이르기까지 누구나 즐기는 이야기문학을 일컫는다. 학자들은 설화가 인간의 이야기 본능에서 유래한 것이기 때문에, 인류의 가장 오래된 문학 장르인 동시에 인류 최후의 순간까지도 존속할 것이라고 예견한다. 설화는 일반적으로 신화, 전설, 민담으로 3분하는데, 오늘에 전승되는 것들은 주로 전설이나 민담에 해당한다. 전설은 지역 단위로 전승되면서 그 주인공이 비범하지만 세계와의 갈등에서 끝내 좌절하는 비극적인 이야기들이다. 대체로 구체적인 사물로서의 증거물을 수반하며, 지역민들의 자긍심과 단결에 기여하는 기능을 갖는다. 이에 비해 민담은 전승의 범위가 세계적이며, 보통 또는 보통 이하의 평범한 인물들의 일상적인 이야기들을 가리킨다. 즉 증거물은 필요없고 그저 사랑방에 옹기종기 모여 앉아서 재미삼아 구연하는 이야기로서, 민담은 사교적이고 오락적인 기능을 주로 담당하는 것이다.

포천의 설화도 거의가 이러한 전설이나 민담들이다. 따라서 여기에는 포천 지역민들의 꿈과 사랑, 열정과 낭만, 삶에 대한 애환이 기발한 상상력을 바탕으로 다양하게 그려져 있다. 당연히 포천설화는 포천시민들의 자긍심과 단결 등 애향심에 기여하고, 친목과 사교의 흥행물로 전승되어 왔다. 동시에 이것들은 포천문화의 원동력 내지는 원류로서의 가치를 내포하고 있는 귀중한 자료들이다. 결국 포천 설화를 모르면서 포천의 문화를 운운한다는 것은 어불성설이 된다. 이와 같은 포천의 설화 자료들은 󰡔포천의 설화󰡕(이근영․이병찬 엮음, 포천문화원, 2000)와 󰡔경기북부 구전자료집 Ⅱ󰡕(조흥욱 외, 박이정, 2001)에 집중적으로 실려 있다. 다음에 이 두 책에 실린 자료들의 현황을 소개하는 것으로 포천 설화여행의 첫출발을 삼는다.

전자는 주로 대진대학교 국어국문학과 포천시 답사에서 채록된 자료를 중심으로 포천설화 256편을 인물담, 사건담, 동물담, 귀신담, 소화(우스개 소리), 지명유래담 등으로 나누어 실은 것이다. 인물담이 99편으로 가장 많은데, 이것은 다시 유명인물 59편(효와 열 11, 왕 3, 대신 27, 장군 11, 기타 7)과 무명인물 40편(효와 열 7, 선행담 5, 지혜담 14, 치우담 5, 용맹담 5, 기타 4) 등이다. 사건담은 44편(풍수담 13, 시집살이담 5, 변신담 9, 신이담 6, 결혼담 4, 기타 7)이고, 동물담은 33편(호랑이 14, 여우 4, 뱀 5, 기타 10)이 실려 있다. 귀신담 26편은 도깨비 이야기가 17편으로 많고 기타(산신, 조상신, 잡귀 등)가 9편이다. 소화는 12편인데 방귀(3), 거짓말(4), 기타(5) 등이다. 마지막으로 지명유래담 42편을 수록했다. 포천의 설화를 주체나 주제에 따라 유형 분류를 하였고, 표기도 현대어로 다듬어서 실었다. 따라서 학술적 의미는 다소 퇴색하였으나 일반인들의 접근이 용이하다는 장점을 갖는다. 필자는 이 자료집의 작품 일부를 󰡔포천군지󰡕(포천군지편찬위원회, 1997)에 싣기도 하였고, 디지털포천향토문화대전에도 소개한 바 있기도 하다.

후자는 185편의 포천설화를 채록된 장소를 중심으로 실어 놓았다. 작품의 수와 실린 순서는 소흘읍 23, 포천읍 12, 가산면 14, 관인면 10, 군내면 8, 내촌면 13, 신북면 33, 영북면 10, 영중면 10, 이동면 8, 일동면 9, 창수면 14, 화현면 21 등이다. 비교적 구비설화의 현지조사방법을 충실하게 따랐고 제보자, 조사자, 조사일시, 구연상황 등의 정보가 잘 정리되어 있다. 아울러 표기도 녹음된 구연 자료를 가감없이 기록한 것이어서, 학술적 가치가 인정되는 반면에 일반인들이 접하기에는 다소의 불편함이 따른다.

과거 한국정신문화원에서 1980년대에 대대적으로 전국 각 지자체의 구비문학 자료들을 집대성하여 방대한 󰡔한국구비문학대계󰡕(80여 권)를 편찬한 바 있지만, 무슨 이유인지 포천을 포함한 경기북부지역은 빠져 있다. 그러나 앞서의 두 책에 실린 포천설화를 합치면 모두 441편에 달한다. 필자가 󰡔한국구비문학대계󰡕를 일별한 바로는 어느 지자체보다 손꼽을 정도로 풍부한 양을 자랑한다. 이것은 포천 문화의 원류가 이야기문학의 전통에서 확립된 것임을 입증하는 것이다. 문제는 설화의 질적인 분석에 따른 가치의 정립인데, ‘포천설화의 길라잡이’는 이와 같은 역할을 시도해 보려고 기획되었다.

앞으로 본란에서는 두 자료집에 실린 441편의 포천설화에 대한 자세한 안내를 하게 될 것이다. 이를 위해 포천설화 전반에 대한 유형 분류를 새롭게 시도하고, 필요하면 과감하게 각편들을 통합하여 재구성하기도 할 예정이다. 그 결과에 따라 각 설화의 본문 제시, 설화의 분석, 설화의 의미와 가치 등을 정리하여 연재해 나갈 것이다. 이러한 검토들을 통하여 포천설화가 향후 포천지역에 걸맞는 스토리텔링이나 문화콘텐츠의 산실이 되기를 기대한다. 을미년 청양의 새해에 삼가 포천시민 여러분들께 약속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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