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문] 남북문제 해법에 대한 근원적인 담론: 우리에게 북한이란?
상태바
[기고문] 남북문제 해법에 대한 근원적인 담론: 우리에게 북한이란?
  • 포천일보
  • 승인 2017.08.21 15:49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 김정완 대진대 행정학과 교수

I. 문제제기: 대북관에 대한 국민적 합의의 중요성

국내의 여러 현안 중에서 북한의 핵과 미사일을 비롯한 남북문제에 대한 접근방법이 만큼 첨예하게 의견이 대립되는 사항은 없다.

궁극적인 남북관계는 통일이라고 부르짖으면서 이에 대한 접근방법에서는 진보와 보수, 여당과 야당, 기성세대와 신진세대 간에 상이한 견해를 보이고 있다. 남북통일이라는 주제가 오히려 구성원 상호간의 반목과 갈등을 유발하고 국론을 분열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그렇다고 해서 남북의 현안문제를 방치할 수 없는 상황이다. 특히 최근에 대두된 북한의 핵과 미사일의 문제는 남북한뿐만 아니라 국제적인 이슈로 등장하면서 한반도 전쟁위기 상황까지 비화된 바 있다. 다행히 남북한 정부의 노력과 자제, 미국과 중국의 대북노선 공조를 통해 위기상황은 모면했으나 북한의 핵과 미사일에 대한 해법에 있어 대화에서 군사적 대응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이념적 스펙트럼이 존재한다. 분명한 점은 남북문제는 한민족의 생존과 한반도의 안전과 관련된 문제이기 때문에 다른 나라에 의지하기보다는 우리가 주도해야 한다는 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국내에서 의견대립을 보이고 있어 북한과 주변 국가들에게 일치된 목소리를 내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물론 민주국가에 있어 특정사안에 대해 다양한 의견과 접근방법이 존재하는 것은 당연하고 바람직하지만 국가의 안전과 국민의 생명과 관련된 사항에 대해서는 국민적 합의(national consensus)가 전제되어 한다. 따라서 북한의 핵과 미사일에 대해 국내의 첨예한 의견대립을 해소하기 위한 노력이 있어야 한다.

그런데 북한의 핵과 미사일 그 자체에 대해서만 집착하는 경우 현재 평행선으로 달리고 있는 접근방법에서 합의를 도출할 수 없다. 현 상황에서 한 발 물러나 더 넓고 그리고 표피적인 현상에서 벗어나 더 깊게 바라볼 필요가 있다(人無遠慮難成本業).

II. 다양한 대북관에 대한 평가: 햇볕정책의 유용성

먼저 북한의 존재가 한국에 어떤 의미를 보유하고 있는가에 대한 고심이 있어야 한다. 일단 북한을 유익한 존재, 해로운 존재, 중립적인 존재의 세 가지로 가정할 수 있다. 이에 대한 합의가 성립한다면 대북 접근방법은 분명해진다.

만약 해로운 존재라면 우리가 감당할 수 있는 수준에서 군사적 보복과 경제적인 제재를 통해서 북한정권을 붕괴시키고 지구상에서 지우는 조치가 필요하고(상호주의), 반면에 유익한 존재라면 대화와 설득을 통해 관용과 포용의 정책을 펴야하고(햇볕정책), 중립적인 존재하면 현재의 상태를 방치하면 된다(방림주의). 세 가지 관점에 대한 논리적이고 객관적인 평가를 해보자. 일단 동일한 민족이기 때문에 도와주어야 한다는 규범적인 접근방법은 배제하고자 한다.

현재 악화된 남북관계와 그에 따른 국민들의 부정적인 정서를 고려할 때 합당한 판단기준이 되지 못하기 때문이다. 오로지 우리의 입장에서 국익증진이라는 이해타산의 관점에서 평가해 보자.

먼저 방림주의(laissez-faire policy)는 남북한 간의 군사적 대치상황과 미·중·러·일 간의 국제관계를 고려할 때 채택할 수 없는 대안이다. 그렇다면 상호주의와 햇볕정책에서 하나를 선택해야 한다.

상호주의 접근방법(tit-for-tap policy)은 북핵과 미사일에 대한 예방적 공격(preventive attack), 선제적 타격(preemptive strike), 북한 정권교체(regime change), 경제적 제재와 압박(economic sanction and pressure) 등으로 구체화될 수 있다. 그러나 이러한 군사적 대응은 한반도뿐만 아니라 전 세계가 전쟁의 화염에 휩싸일 우려가 있고, 김정은 정권의 교체 또한 불가능하고 바람직하지 못하다.

김정은 정권교체의 시나리오는 한·미·중·일의 개입에 의해 북한내부의 쿠데타와 인민혁명을 전제로 하고 있다. 그러나 현재 북한에서는 집권층에 의한 쿠데타나 인민의 민주화혁명의 불씨를 발견할 수 없는 상태이다. 북한에서는 지배층과 인민에 대한 감시와 통제체제가 온전하게 가동되고 있을 뿐만 아니라 집권층은 현재 노동당 조직을 기반으로 한 지배체제와 먹이사슬에 익숙해져 있기 때문에 현 체제에 대한 변화를 바라지 않고, 인민들 또한 백두혈통에 대한 변함없는 충성심과 함께 완만하지만 지속적인 경제성장으로 현재의 생활에 만족하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섣불리 주변국가의 개입에 의한 무리한 정권교체의 시도는 예기치 못한 치명적인 파국을 초래할 수 있다. 더 나아가 설사 일시적으로 정권교체 시도가 성공한다고 할지라도 새로운 정권이 기존의 지배층과 인민들의 지지 하에서 안착할 수 있겠는가의 문제가 대두된다.

만약 불협화음이 발생하는 경우 북한 내부의 살벌한 권력투쟁과 함께 현재 보유하고 있는 핵과 생화학무기를 비롯한 대량살상무기(MDW: massive destruction weapons)가 통제불능 상태에 빠지게 되어 한반도는 극단적인 위기상황에 직면하게 된다. 이러한 관점에서 현재 미국은 군사대응과 정권교체를 포기한 상황이다. 그리고 경제제재와 압박은 북한정권에 어려움을 줄 수 있을지라도 북한정권의 성향을 고려할 때 핵과 미사일의 포기에 이르기까지의 효과를 발휘하지 못할 것이다.

따라서 상호주의는 그 동안 북핵의 고도화를 위한 시간만 벌어주었고, 앞으로도 현재의 북한 핵과 미사일 문제를 해소하는 데 유효한 대안이 되지 못할 것이다. 그렇다면 북핵문제를 해소하기 위해서는 햇볕정책(sunshine policy)으로 회귀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그러나 햇볕정책은 마지못해 수용해야 하는 소극적인 의미를 넘어 우리의 현재의 경제발전과 향후 국운을 개척하는 데 새로운 돌파구가 될 수 있는 적극적인 함의를 내포하고 있는 지를 살펴보자.

현재의 우리나라는 중진국 함정(middle income trap)에 빠져 있다. 현재의 2만불대 국민소득에서 10년째 정체되어 있고, 저출산 노령화, 청년실업, 하우스푸어, 노령층 빈곤, 양극화 등 여러 사회문제와 함께 소비와 투자 감소에 의한 경제의 활력이 약화되면서 노사대립을 비롯하여 계층간·지역간·세대간 갈등이 격화되면서 국가적 위기상황이 증폭되고 있다. 이러한 사회문제들은 일자리 부족과 소득수준의 악화라는 경제문제에서 비롯된다.

앞으로 기업이 투자활성화를 통해 양질의 일자리를 만들어 내야 한다. 이를 위해 우리경제는 내수시장의 협소로 인해 대외 의존적인 경제체제를 유지하고 있기 때문에 기업이 국제경쟁력을 갖추어야 한다. 무엇보다도 우리 기업이 가격경쟁력을 확보하여 수출을 증대하고 투자를 확대하여 일자리증가 → 소득증대 → 소비확대 → 투자증대라는 선순환 경제구조를 갖추게 되어 국내의 사회경제적인 문제가 해소될 수 있다.

그런데 현재 국내 경제상황은 인건비와 원자재값 상승을 비롯한 기업의 채산성과 수출경쟁력이 악화되기 때문에 투자를 축소하거나 해외로 생산설비를 이전하고 있다. 이로 말미암아 국내에서는 투자감소 → 일자리축소 → 소득감소 → 소비축소 → 투자감소라는 악순환이 심화되는 극한 상황에 직면해 있다. 무엇보다도 인건비 절감이 요구되는 상황에서 최저임금 인상을 비롯한 기업의 인건비 부담이 가중되고 있는 실정이다.

이러한 모순적인 상황은 국가가 온전하게 유지될 수 없는 위기상황으로 치닫고 있다. 이에 대한 유일한 해결책은 북한의 저렴한 인력을 활용하는 것이다. 북한의 1개월 1인당 인건비(개성공단 기준)는 60달러로 중국의 1/4, 인도의 1/3, 베트남의 1/2 수준으로 경쟁국 중에서 가장 저렴하면서 북한 노동자 또한 언어가 통하는 양질의 인력이다. 우리기업들이 북한의 인력이 활용하는 경우 국제적 가격경쟁력을 갖게 되어 수출증가와 함께 투자를 확대함으로써 일자리 창출과 함께 소득을 증대시킴에 따라 그 동안 국내의 다양한 사회경제문제가 해소될 수 있다.

지금까지 우리나라 기업들이 해외에 투자하는 주된 이유는 인건비 절감이었다. 지금까지 해외투자로 인해 2백만 개의 국내 일자리가 사라졌다. 만약 이를 국내로 유턴시키는 경우 현재 1백만 명에 달하는 실업자 문제는 자연스럽게 해소되고 추가적으로 외국기업의 투자유치를 통해 국내경제를 더욱 활성화시킬 수 있을 것이다.

이밖에도 북한은 1경1조26억원에 달하는 지하자원과 함께 7천조원 규모의 세계적인 희귀자원을 보유하고 있다. 만약 남북관계가 개선된다면 북한의 양질의 인력과 풍부한 지하자원을 활용할 수 있게 되어 우리경제는 비약적인 발전을 위한 모멘텀을 확보하기 된다. 이러한 관점에서 세계적인 투자 귀재 짐 로저스(Jim Rogers)는 남북관계가 개선되는 경우(통일) 자신의 “전 재산을 투자하겠다”고까지 설파한 바 있다.

III. 맺음말: 대북관에 대한 숙의 민주주의 필요

이를 종합할 때 북한은 한국에 있어 절대적으로 필요한 존재이다. 북한정권 또한 최고의 목표는 인민경제의 발전일 것이다. 지금까지 북한이 핵과 미사일 개발에 매진했을지라도 이를 이용하여 한국을 비롯한 주변국가를 공격하기 위한 것은 아니라고 볼 수 있다. 체제유지나 자위권용에 목적을 두고 있지 공격용이라고 보기 어렵다. 왜냐하면 북한이 선제공격을 하는 경우 한국과 주변국가에 피해를 입힐 수 있을지라도 전쟁에서 최종적으로 승리할 것이라는 확신을 갖고 있지 못하기 때문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북한이 핵미사일을 이용하여, 제임스 클래퍼(James Clapper) 前 미국 국가정보국(DNI) 국장이 표현한 것처럼, 자살행위를 감행하지 않을 것이다(8월13일, CNN뉴스 인터뷰). 이러한 안목과 확신을 갖고 북한과의 관계를 설정하는 경우 북한의 핵과 미사일에 대한 건설적인 해법을 기대할 수 있다. 따라서 정부는 북한의 핵과 미사일이라는 미시적인 문제에만 집착할 것이 아니라 한 반 물러서 북한을 바라보고 분명한 미래의 대북노선을 설정한 후에 국민들을 설득해야 한다.

이러한 과정에서 편 가르기가 아닌 정파와 이념을 뛰어넘어 국민적 공론과 담론의 장을 마련하여 국민의 동의와 합의를 도출해가는 숙의(熟議) 민주주의(deliberation democracy) 과정이 요구되고 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