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사회적 경제 자본주의 대안될 수 있을까? (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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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사회적 경제 자본주의 대안될 수 있을까? (14)
  • 포천일보
  • 승인 2017.10.11 09: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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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정식

1980년 대 말 일본의 부동산과 주식시장은 가히 열광의 도가니였다. 도쿄의 아파트 값은 한 해에만 3~4배가 올랐고, 상업지역의 빌딩이나 상가의 경우는 훨씬 더했다. 사람들은 너나 할 것 없이 은행에서 저금리로 돈을 빌려 부동산이나 주식 투자 대열에 가담했다. 당장 돈이 없더라도 지금 투자하지 않으면 자신만 바보가 될 것 같은 군중심리도 이 광풍에 한 몫을 했다. 

후일 거품이 빠진 후 일본 은행 관계자들이 국민들 앞에서 무릎을 꿇고 눈물을 흘리는 모습을 마치 막장 드라마처럼 자주 보게 되는데 그만큼 당시 일본에서는 은행도 정부도 시장의 버블을 막지 못했다. 오히려 그런 광풍을 조장하기까지 했다.

사실 일본의 은행들은 이전까지 이렇다 할 이익을 내지 못하고 있었다. 은행의 기본 이익구조인 예대마진이 그렇게 좋지 못한데다 일본 사람들의 보수적인 투자성향과 과다한 저축에 대한 인식 때문에 정작 금고에 돈은 많지만 빌려줄 만한 곳이 마땅치 않았던 것이다. 그래서 당시 일본 은행들은 돈을 빌려 줄 수만 있다면 다른 은행보다 더 싼 이자에 더 큰 금액을 빌려 주겠다고 과당 경쟁을 하게 되었다. 그야말로 당시 일본 사회는 시중에 너무나 많은 돈이 풀려 고삐 풀린 망아지 같은 모습이었다. 

하지만 이런 투기 열풍으로 모든 사람이 이익을 얻은 것은 아니었다. 소위 가진 것이 없는 서민들은 그런 투기 열풍으로 하루가 다르게 상승하는 집값을 그저 바라보아야만 했다. 그들은 투기 열풍이 불기 전에도 사기 힘들었던 시내의 집 한 채를 죽을 때까지 일해도 절대 살 수 없게 되어 버린 현실을 비판하며 정부에 책임을 묻기 시작했다. 과연 일 년에 몇 푼 버는 일반 샐러리맨이 도쿄 시내의 아파트를 사려면 하나도 안 쓰고 모아도 200년이 더 걸릴 것이라는 자조 섞인 이야기들이 사람들 사이에서 정설처럼 퍼져 나갔다.

그러자 드디어 일본 정부도 경기가 지나치게 과열이라는 판단을 하게 되었고 시장을 진정시키기 위해 금리인상을 결정한다. 하지만 한 번 불붙은 시장의 과열 양상은 쉽게 수그러들지 않았다. 그렇게 일본정부가 지속적으로 금리를 인상시켰지만 시장에서 이자율 인상에 대한 반응이 나오기까지는 거의 2년 이라는 시간이 걸렸다. 

하지만 다른 공황 때도 마찬가지였듯 이번에도 시장에는 반대로 경기가 침체될 것이라는 분위기가 퍼지면서 걷잡을 수없이 거품이 꺼지기 시작했다. 앞으로 계속 투자를 하다가는 손해를 보게 될지 모른다는 불안 심리가 자리를 잡자 이번에 모두가 앞 다투어 일단 팔고 보자는 투매양상을 보이기 시작했던 것이다. 그렇게 하루가 다르게 매물이 넘쳐나니 부동산이나 주식의 가격은 곤두박질치기 시작했다. 
불과 몇 달 사이에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치솟던 부동산 가격은 일 년 사이에 80% 가까이 빠지게 되었다. 

하지만 사실 시장상황이 이렇게 되면 손해를 보더라도 팔아야 겠다고 작정해도 누구도 주식이든 부동산이든 물건을 팔 수 없게 된다. 사려는 사람은 없고 팔려는 사람만 있다면 거래는 성사될 수 없는 것이다. 그리고 그 집을 담보로 돈을 빌려준 은행 역시 빌려준 돈을 회수 할 수 없게 되어 은행의 부실이 시작되고 종국에는 은행도 부도를 맞게 되는 것이다. 이것이 바로 일본 경제의 잃어버린 10년의 시작이었다.(다음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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