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사회적 경제 자본주의 대안될 수 있을까? (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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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사회적 경제 자본주의 대안될 수 있을까? (15)
  • 포천일보
  • 승인 2017.10.12 16: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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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정식

당시 일본의 상황은 미래에 대한 합리적인 예측이 없어서라기 보다는 한 번도 경험해 보지 못한 시장의 폭등과 불안 심리 때문에 제대로 된 분석도 평가도 없이 허망하게 시장이 붕괴한 것이었다.

한 때 미국 영토 모두를 사들일 것처럼 기세가 좋았던 일본의 부동산 경기는 그러나 불과 몇 년 만에 85% 이상 하락하며 거품이 꺼지고 가라 앉았다. 미국 경제의 상징이었던 록펠러 센터나 엠파이어스테이트 빌딩도 모두 사들였던 일본의 경제력은 정말 신기루처럼 한 순간에 사라져 버렸다. 

이 대목에서 우리가 주목해야 하는 것은 많은 사람들을 부동산이나 주식 투자 전선에 나설 수 있게 적극적으로 영업했던 일본 은행들의 저금리 대출이 즉, 일본정부의 저금리 정책이 모든 사태의 출발점이라는 것이다. 오늘날에도 우리는 시장 경제 상황을 이야기 할 때 은행들이 얼마나 공격적으로 영업하여 시중에 돈이 얼마나 많이 풀려 나갔는가를 보면서 시장경제의 과열 양상을 가늠할 수 있다. 시장에 돈 즉, 유동성이 지나치게 많다면 당연히 그 돈들은 이익을 따라 과당 경쟁을 할 수밖에 없기 때문에 경제 정책당국은 과열이라는 말이 나올 때 가장 먼저 은행부터 단속을 하는 것이다. 

당시 일본 은행들은 고객들에게 돈을 빌려 줄 때 담보로 잡은 부동산 가격이 떨어질 가능성이 거의 없다고 판단하여 원금 손실은 없을 것이라 예측했고, 오히려 부동산 가격이 계속 오를 것이라 예상했기에 더 이익을 낼 수 있을 것이란 판단 하에, 고객들이 더 많은 부동산을 살 수 있도록 부축였다. 한동안 이런 그들의 영업방식이 시장에서 먹히는 듯도 했다. 일본 은행들은 유사 이래 최고 수준의 대단한 영업 마진을 거두게 되었기 때문이다. 

이런 시장 상황에서 대출을 규제한다는 것은 시대에 역행하는 바보스런 일로 치부될 수밖에 없었고, 정책 당국자들 조차 그런 시도를 하지 않았다. 그렇게 일본 부동산 시장은 넉넉한 자금이라는 총알과 하고자 하는 의욕에 넘치는 병사들이 충만한 전쟁터로 변해갔고 결과적으로 그 전쟁의 말로는 너무나 참담한 것이었다. 

버블이 붕괴 될 때는 언제 그랬냐는 듯이 가격이 하루가 다르게 떨어지기 때문에 매수자를 찾을 수 없다. 1930년대 미국의 대공황에서처럼 끝없는 많은 매도자 즉, 가격의 밑도 없는 추락만이 있을 뿐이다. 이런 현상은 단순히 돈을 빌려 부동산이나 주식을 산 사람들에게만 영향을 미치는 것이 아니라 시장 경제 전반에 영향을 주게 된다. 

은행이 빌려준 돈을 회수하지 못해 부실화되면 시설 투자를 위해 은행을 찾은 기업들도 자금을 빌릴 수 없게 되며, 당장 급전이 필요한 서민들도 돈을 빌릴 수 없게 된다. 투자가 경직되면 매출이 줄고 기업의 이익이 감소하며 직원들이 직장을 잃게 되는 현상이 발생한다. 뒤이어 실업자가 늘고 구매력, 즉 유효수요가 감소하여 기업들은 더 물건을 팔 수 없게 된다. 정말 기가 막힐 정도로 미국의 대공황과 비슷한 시장 메카니즘이 일본에서도 적용되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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