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사회적 경제 자본주의 대안될 수 있을까? (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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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사회적 경제 자본주의 대안될 수 있을까? (18)
  • 이정식
  • 승인 2017.10.23 09: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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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정식

이렇게 과학적인 투자를 하던 롱텀 캐피탈은 완벽하게 만들어 놓았다는 프로그램매매 기법에도 불구하고 결국 엄청난 손실을 보게 된다. 안전하다고 판단한 러시아의 루블화에 투자했다가 러시아가 갑자기 자금난을 이기지 못하고 채무불이행, 즉 디폴트를 선언하면서 하루아침에 천문학적인 손실을 기록하게 되었던 것이다. 당시 이들이 기록했던 손실액은 1조2,500억 달러 이상으로 알려져 있는데 이 정도의 손실이라면 세계 경제에 치명적인 악재가 될 정도의 액수였다. 

자본금이 47억 달러에 불과한 회사가 입은 손실이라고는 도저히 믿을 수 없는 이런 손실은 앞서 살펴 본 레버리지 투자라는 방법론에서 원인을 찾을 수 있다. 당시의 미국의 투자사들은 레버리지 허용치가 자기 자산의 25배였다. 이 말은 간단하게 말하면 자신의 자산보다 25배 많은 고객의 돈으로 투자하는 것이 허용되었다는 말이다. 이것은 최대치를 규정한 것일 뿐 대부분의 당시 미국의 투자은행들 자기 자산의 8배 정도의 레버리지를 사용하여 아주 일정 규모의 작지만 안정적인 수익을 내고 있었다.

하지만 롱텀 캐피탈은 지나친 자신감으로 과감하게 레버리지 수치를 올려가면서 자신들이 만들어 놓은 프로그램대로 투자를 해서 수익을 올려왔었다. 그러던 그들의 자신감이 지나친 나머지 러시아 경제의 위기와 함께 엄청난 손실을 보게 되었는데, 손실이 날 때 당시 이들의 레버리지는 자기 자산에 무려 100배에 달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말 그대로 도덕적인 해이이자 고객의 돈을 내 쌈지돈 정도로 생각했던 처사였다. 

노벨경제학상까지 받을 정도로 이론에 강했던 이들이 어떻게 이처럼 처절하게 손실을 보게 된 것일까? 러시아의 루블화 투자를 통해 롱템 캐피탈이 손실을 입을 확률은 이들의 계산에 따르면 10의 24승분의 1이었다고 한다. 

이런 확률은 지구가 이런 저런 원인으로 파괴될 확률 보다 훨씬 적은 확률이라지만, 현실경제는 이론으로는 풀 수 없는 복잡 다양한 변수들이 도사리고 있고, 합리적인 정보가 통제된 가운데 다른 많은 변수들을 아무리 고려한다 해도 결국 방향성을 찾기 어려워 엉뚱한 방향으로 투자를 할 수도 있다. 로버트 머튼은 노벨경제학상 수상식장에서 아이러니 하게도 자신들의 이론이 정교하고 정확한 것은 맞지만, 현실 경제에는 수많은 변수들이 있기 때문에 맞지 않을 수도 있다는 말을 했다고 한다.
그가 자신의 신념대로 보다 보수적인 자금 운영을 했다면 아마도 이들의 이런 파국은 막을 수 있었을 것이다. 현실 경제의 냉험 하고 복잡한 여러 요소들은 이렇게 아무리 정교한 방정식을 들이 댄다고 해도 쉽게 넘기 어려운 것이다. 거기에는 참여하고 있는 많은 사람들의 각각의 의견과 취향, 두려움과 선호도 등이 다 녹아들어 있으며 상황을 판단하는 여러 잣대들이 현존하는 아주 복잡한 것으로 실물경제에서의 투자는 그 자체가 바로 우주인 것이다. 

롱텀 캐피탈 사태 때문에 세계 경제의 파국이 오는 것을 막기 위해 미국의 연방준비제도이사회는 미국의 14개 은행을 통해 36억 달러를 투자해 롱텀 캐피탈의 파산을 막고 지분을 인수하는 작업을 하게 된다. 기존의 경제 체제를 지키기 위해 정부가 사적인 부분에 개입하여 국민의 혈세를 투입하는 행태는 비단 우리나라의 IMF 사태 때에만 국한된 문제가 아니었던 것이다.

이들의 실패는 후일 그저 한 사기업의 파생상품 취급상의 문제로 치부되어 중요성이 많이 희석되었지만, 실은 파생상품이 얼마나 위험한 투자대상인가를 보여주는 중요한 사건이기도 했다. 그러나 미국과 세계 경제당국 모두 파생상품의 위험에 대한 대비책을 만들기 보다는 보다 많은 이익을 내기 위해 파생상품의 족쇄를 풀어주는 쪽으로 경제정책의 방향을 잡는 어처구니 없는 결과를 낳게 된다. 이들에게 지나간 역사는 큰 교훈이 되지 못했던 것이다.(다음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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