좀 더 정치적인 의미가 강한 ‘경제민주주의’ 라는 개념도 있다. 과거 정치의 민주화 열망이 높던 시절 자본주의 경제체제는 바꾸지 않으면서 경제 주체인 노동자나 소비자, 하청업체나 일반 시민들이 경제체제의 의사결정에 참여하여 민주주의 가치를 실현하자는 것이 ‘경제민주주의’ 였다.
전두환 전 대통령의 호헌발언에 대하여 강한 반발을 하던 민주진영의 손을 들어 준 개헌이 이루어지던 1987년 처음 이 개념이 ‘경제 민주화’ 라는 말로 헌법 제119조에 기록되게 되었다. 그러나 30년이 지난 현 정부에서도 ‘경제 민주주의’ 는 여전히 뜨거운 감자이자 해결해야 할 현안으로 남아 있다. 80년 대 당시의 민주화 운동으로 대통령 직선제, 시위∙집회에 관한 제도적 보완 등 정치적인 민주주의는 많은 발전을 보았지만 아직도 경제 분야는 민주화가 이루어지지 못하고 있다는 반증이 되겠다.
‘경제 민주주의’는 노동자나 자본가나 중앙이나 지방이나 어느 한 쪽의 희생만을 강요하는 경제체제가 아니라 유럽의 ‘바세나르 협약’ 이나 ‘하르츠 개혁’ 처럼 경제 주체들이 함께 참여하고 양보하며 서로를 이해하면서 발전해 나가자는 의미를 가지고 있다. 이를 위해서는 어느 일방의 목소리에 지나치게 힘이 실리거나 어느 한 쪽이 지나치게 약자가 되어서는 안 될 것이다.
이것은 완전 고용이나 소득 분배의 민주화 같이 우리가 사는 세상을 어떻게 하면 보다 나은 세상으로 만들 수 있느냐에 대한 사회 경제학적 철학이라고 볼 수 있다.
경제 민주주의에 대한 개념이 완전하게 정립되어 세계적으로 공통된 추론을 하고 있다고 볼 수는 없다. 각 나라의 사정과 환경에 따라 다르게 적용되고 있으며 중요 개념도 조금 다르게 해석되고 있다. 하지만 경제 민주주의는 그 방법이 무엇이든 궁극적으로는 사회적인 목표와 경제적인 목표를 동시에 달성하고자 하는 것이다. 경제 민주주의에서 바라는 모습은 기업이나 대주주 같이 가진 사람들이 일반 시민들의 민주적 사회 건설 목표와 일치하도록 자신이 가진 것을 나누어 주고 양보해주기를 바라는 것이다.
우리나라 역시 경제 민주주의에 대한 욕구가 점점 높아지고 있다고 볼 수 있는데 이 시점에서 ‘경제민주주의’라는 책을 쓴 미국의 로버트 A. 달의 견해는 시사하는 바가 크다. 그는 자신의 저서에서 자유와 평등은 토크빌이 우려하는 것과 달리 상호 대립하는 것이 아니라 보완하는 것이지만 민주주의 체제에서 다수가 합법적 과정을 통해 소수를 억압할 위험이 있다고 보았다. 그리고 정치적으로나 사회적, 경제적으로 불평등이 심화된다면 일반 시민들을 분열시키고 민주주의에 대한 신념을 약화시켜 독재자가 탄생하게 된다고 했다. 이런 현상은 평등이 얼마나 중요한 요소인가를 보여주는 것이라 했다.(다음에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