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무신불립 : 영평사격장 문제 새해엔 꼭 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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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무신불립 : 영평사격장 문제 새해엔 꼭 풀자
  • 허 훈 대진대 행정학과 교수
  • 승인 2017.12.24 15:18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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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허 훈 대진대 행정학과 교수

2017년 8월 3일 초야인 9시 전후 일단의 인사들이 영중면 영평1리 마을회관에 들어섰다. 영평사격장 문제를 풀 수도 있는 권한을 가진 사람들이다. 국방부를 대표하는 차관과 국회 국방위원장, 미군을 대표하는 미사령관, 시장이 머리를 맞대는 것은 처음 있는 일이었다. 이만하면 수 십년 피해를 받으며 살아 온 주민들로서는 드디어 무언가 실마리가 풀리겠구나 하는 기대를 할만 했다. 이들이 소위 사격장 소음체험을 자처하고 나선 것이다.

그들은 실내에서 80db 정도의 소음을 들었는데 이는 교통량이 많은 4거리 한가운데서 듣는 음량이다. 한편 야외에서는 최고 104db의 소음이 측정되었는데, 공사장소음이나 전기톱이 돌아가는 소리에 해당한다, 야간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정상적인 생활이나 취침이 어려운 것이다. 이날 서주석 국방부 차관은 소음을 체험한 후 "고통과 피해를 감내한 주민에게 죄송한 마음이 든다. 최선의 대안을 만들겠다"며 "올해가 가기 전에 다시 영평사격장에 와서 대책의 진행 상황을 살펴보고 주민과 대화 하겠다"고 밝혔다. 또 미사령관은 "책임권한 내의 모든 행동을 취해 주민의 불편과 우려를 최대한 완화할 것을 약속한다"고 말했다(포천일보 8월 4일보도).

하지만 연말이 다가도록 그러한 약속은 지켜지기는커녕, 영평사격장 앞의 1인 시위를 수백일째 계속할 수밖에 없게 했다. 그러다 11월 25일에는 다시 도비탄이 영북면 문암리 민가에 떨어졌다. 주민들과 사격장대책위(위원장 이길연)는 추운 겨울에 미국대사관 앞에 설 수 밖에 없었다. 신뢰가 깨졌으므로 항의집회가 되살아나는 것이다. 12월 14일에야 다시 사후약방문 격으로 국방위원장 김영우의원은 빠지고 다른 3사람이 모였다(그는 이제 국방위원장직을 내놓게 된다. 영평사격장을 풀 수도 있을 정치자원을 가졌던 그가 무엇을 하였는가 묻는 사람들이 많다). 그제 서야 자동소음측정기를 설치하겠다, 주민안전과 생활개선문제를 최우선으로 처리하겠다, 주민피해를 보상하겠다는 약속을 쏟아냈다.

무릇 책임있는 사람들의 약속이란 얼마나 중요한가. 공자에게 자공이 정치의 요체가 무엇이냐고 묻자 "식량(足食), 군대(足兵), 그리고 백성들의 신뢰(民信之)"라고 답했다. 자공이 세 가지 중에 어쩔 수 없이 하나를 버려야 한다면 무엇을 버려야 하느냐고 묻자 공자는 "군대를 버리라(去兵)."고 했다. 군대가 없어도 백성들이 신뢰로 뭉치고 물질적으로 풍족하기만 하다면 나라는 어떻게든 꾸려나갈 수 있다는 뜻이다. 만약 나머지 두 가지 중에서 또 하나를 버려야만 한다면 무엇을 버려야 하느냐고 묻자 공자는 "식량을 버리라(去食)"고 했다. "예부터 굶어 죽는 일을 겪은 나라가 많았지만 백성들이 굳은 믿음으로 뭉쳤을 때는 그 어려움을 지혜롭게 극복했다. 그러나 풍요로워도 백성들이 서로 헐뜯고 신뢰하지 않는 나라는 바로 설 수가 없었다(無信不立)."고 했다.

다시 말하면 나라가 잘되기 위해서는 군대보다 백성들의 신뢰가 더 중요하다는 말이다. 국가안보가 백척간두인데 무슨 한가한 소리인가 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고금의 역사는 나라가 어려워도 국민들의 신뢰가 있으면 국가위기 상황에도 어려움을 극복하게 되는 것을 극명하게 보여준다. 이순신 장군이 임진왜란 초기에 군량을 구하기 위해 낙안읍성에 갔다. 1592년 4월 개전직전 그의 전라좌수영에는 판옥선 23척과 거북선 2척이 전부였다고 낙안읍성지는 기록한다. 병사와 군량을 보충해야 하는 그의 마음은 매우 절박했다. 그런 그에게 주민들은 개천에서 물고기를 잡고, 7가지 나물을 담아 8진미를 내놓아 대접했다. 그리고선 난리 통에 부족할 수밖에 없는 군량과 병력지원을 지성으로 해냈다. 낙안읍성 백성들의 충무공에 대한 신뢰가 병참을 여는 계기가 되었고 왜의 패퇴를 이끈 것은 물론이다. 시대도 다르고 나라도 다르지만 마키아벨리도 위정자와 백성 간의 신뢰를 로마가 번성한 가장 큰 이유로 꼽았다. 그는 ‘로마사이야기’에서 군정론(軍政論)이 가져야 할 정치의 극치는 성곽으로 방어막을 치는 게 아니라 군민(君民)의 믿고 사랑함에 의한 융합이라고 했다. 하지만 400년 경 로마후기의 권력은 점점 타락해 중소자영농민층의 붕괴를 초래했고 결국 민의 신뢰가 깨지면서 게르만 족 등 이민족의 침입을 불러 멸망하게 되는 것이다.

이런 역사적 사실들을 교훈으로 삼는다면 영평사격장을 두고 약속을 지키지 않는 국가가 되어서는 안 된다. 사고가 나고, 재발방지를 약속하고, 또 새로운 도비탄 사고가 나고 또 새롭게 사과를 하고 야단법석이 나고서야 또 새로운 약속을 한다. 새해에는 이런 일을 되풀이하지 말고 반드시 영평사격장 주변지역 주민들의 신뢰를 얻는 조치들을 취해주길 바란다. 그러한 조치란 복잡해보이지만 실은 단순하기 까지 하다. 그동안 피해를 입힌 것을 인정하고 보상해주며 향후 사격연습을 계속하려면 안전조치를 취해주는 것이 첫째 관문인 것이다. 피해보상수준과 보상방법은 이견이 있겠지만 대화로 풀면 될 문제이다. 이 과정에서 주민들이 요구하고 서차관이 검토해보겠다고 한 포천고속도로 영북까지 연장과 철도 포천연결, 승진훈련장으로 인한 산정호수 탁류문제 등에 대해 최대의 성의있는 자세를 보여주기 바란다.

안전대책으로서는 도피탄 피탄 지역의 방호벽설치와 완충지대의 매입, 그것이 어렵다면 주민들의 이주대책을 세워주어야 할 것이다. 제도와 예산문제를 이유로 들거나, 한ㆍ미간의 교섭의 어려움을 들어 시간을 질질 끄는 것은 하책일 뿐이다. 그러는 가운데 신뢰는 더욱 땅에 떨어지게 되고, 주민들의 분노는 더 커지게 된다. 주민들의 신뢰가 없으면 국가안보도 약화될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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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진침대 2017-12-25 14:43:50
가발 잘 어울리시는 듯..