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칼럼] "괜찮아, 더 멋지게 실패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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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칼럼] "괜찮아, 더 멋지게 실패하자!"
  • 김현철 포천교육지원청 장학관
  • 승인 2018.01.03 09: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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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현철 포천교육지원청 장학관

『포천미래교육도시』의 닻을 올렸다. 우리 지역에서 처음으로 시청과 교육청이 힘을 모아 수립한 포천교육력 향상을 위한 마스터 플랜이다. 그 동안에도 자랑스러운 학교 육성 사업, 학력향상 우수 프로그램 공모 사업, 핵심인재 육성 사업을 비롯한 다양한 교육 협력 사업을 꾸준히 펼쳐왔다. 이를 통해 각 학교가 저마다 특성을 살린 다양하고 특색있는 교육과정을 운영하는 데 많은 기여를 했다.

특히 적극적인 교육협력 사업의 계기가 되었던 국가수준 학업성취도 평가에서 큰 진전을 이루는 등 괄목할만한 성과도 거두었다. 그러나 경쟁 방식의 지원으로 인한 위화감 조성과 초,중,고등학교간 프로그램의 연계성 부족 등 개선해야 할 과제도 남겨주었다.

『포천미래교육도시』프로젝트는 그 동안의 성과를 바탕으로 세 가지 관점에서 개선된 교육협력 사업이라 할 수 있다.

첫째는 초,중,고등학교 전체 학교에 대한 지원이다. 많은 연구를 통해 이제 과도한 경쟁이 오히려 경쟁력을 떨어뜨린다는 것은 정설이 되었다. 전체 학교를 지원함으로써 학교간 경쟁 구도에서 벗어나 신뢰를 바탕으로 협력적 성장이 이루어져야 한다. 그래야 포천교육의 근본적인 변화를 이룰 수 있을 것이다.

둘째는 자랑스러운 학교 육성 사업의 업그레이드 판이라 할 수 있는 미래인재 핵심역량 육성사업에서 초,중,고 프로그램간 연계성을 강화한 것이다. 초,중,고등학교 교육, 대학의 학생 선발, 기업 등 사회에서의 인재 선발을 관통하는 핵심 요소는 ‘역량’이다. 건강한 사회인으로서 자아를 실현하고, 조직과 사회에 기여할 수 있는 ‘핵심 역량을 갖추고 있는가?’이다. 때문에 자기주도적 학습력 신장, 독서 토론․글쓰기 교육을 필수 사업으로 지정하여 기초를 탄탄히 함으로써 초등학교에서 고등학교까지 체계적으로 핵심역량을 길러나갈 수 있도록 하였다.

셋째는 학교 교육과정 운영을 위한 예산지원을 넘어 학생 성장에 가장 중요한 영향을 주는 주체인 교사의 성장 지원, 그리고 학부모와 지역사회의 교육지원 역량 강화를 위한 계획을 수립한 것이다. 교사의 성장 지원은 교육지원청이, 학부모와 지역사회의 교육지원 역량 강화는 시청이 맡게 된다.

『포천미래교육도시』추진을 위한 협약 체결, 그리고 대토론회를 거치면서 학부모를 비롯한 많은 시민들이 지역의 교육발전에 대한 기대를 하고 있다. 성공적인 항해에 대한 기대보다는 출항 자체에 의미를 두는 반응이 주류를 이룬다. 또 『포천미래교육도시』호(號)의 실체가 없다는 비판도 들린다. 모두가 현실을 냉정히 바라보고 바르게 판단한 것이라 생각된다.

모든 일이 그렇듯이 교육에도 360개의 측면이 있으니까. 그렇기에 서로 다른 입장에서 애정 어린 관심과 비판이 쏟아내는 것은 매우 바람직한 일로 여겨진다. 교육에 대한 관심이 높은 만큼 혜안을 가진 분들이 앞으로의 추진과정에서 훌륭한 대안들을 제시해 줄 것으로 기대된다. 다만 그 대안들이 설정하는 과정에서 다음 사항들이 반드시 고려되어야 하겠다.

첫째, 학교가 교육의 중심이 되어야 한다. 나아가 ‘교사와 학생의 만남의 장’에 교육적 에너지가 집중되어야 한다. 지금 학교는 과거에 비해 지나치게 많은 에너지를 교육의 본질인 수업이 아닌 다른 일에다 쏟고 있다. 한 해에 학교에서는 약 12,000건의 공문을 처리한다(경기도교육청, 2106). 단순 계산하면 6학급 초등학교 교사는 1인당 약 2,000건의 공문을 처리해야 하는 셈이다. 교사들 사이에서 공문 처리하고 남는 시간에 아이들 가르친다는 자조(自嘲)의 소리도 들린다.

거기에다 학생 인권의식의 신장으로 인해 학생 안전, 학교폭력에 관한 사안 등 교육의 장에서 교사가 처리해야 하는 업무는 매년 늘어나고 있다. 교육의 중심인 교육과정 운영에 집중할 에너지와 시간을 다른 데 소모하고 있는 것이다. 때문에 교사의 업무 부담을 가중시키고 희생을 요구하는 정책은 성과를 거두기 힘들다.

교육청과 시청은 물론 학부모와 지역사회가 어떻게 하면 학교가, 교사가 소모적인 업무에서 벗어나 교육이라는 본질에 집중하도록 도울 것인지를 고민해야 한다. 학교공동체 구성원 모두가 신뢰의 바탕위에서 교육을 바라볼 수 있어야 한다. 내 아이가 아니라 우리의 아이를 키워야 한다. 그것이 결국은 내 아이를 위하는 길이기 때문이다. 모든 정책과 사업은 이 관점에서 추진되어야 한다.

둘째, 학부모와 지역사회의 학교 교육 참여가 확대되어야 한다. 바꾸어 말하면 학교 교육의 장이 학교라는 울타리를 벗어나 지역사회로 확대되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공교육의 목적은 학생이 행복한 민주시민, 건강한 사회인으로 성장하는 것이다. 이런 목표를 학생들이 살아가야 할 마을과 지역사회에서 분리하여 학교 울타리 안에서 달성한다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한 일이다.

학교 교육의 장을 지역사회로 넓힌다는 것은 단순히 학습의 장을 학교 밖으로 넓힌다는 것만을 뜻하지는 않는다. 학생의 삶에 영향을 주는, 그리고 주게 될 지역사회의 보다 많은 사람들이 교육활동에 참여한다는 것을 의미하기도 한다. 그래서 학교 교육의 비전과 목표를 학교 내부 구성원만의 뜻으로 결정한다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이렇게 되면 학교 외부의 구성원들은 잘해봐야 단순 협력자 혹은 민원인에 머무를 것이 분명하기 때문이다. 학교공동체의 진정한 주인으로 자리매김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학교 공동체 구성원간에 겪게 되는 갈등의 많은 부분이 여기에서 비롯된다는 점에서 내부 구성원들의 깊은 성찰이 요구된다.

셋째, 지역사회와 시민사회의 교육적 역량을 높여야 한다. 지역사회의 교육적 역량이 공교육의 질에 중요한 영향을 미친다는 것은 이제 상식이다. 다양한 인사(人士)들이 꿈의 학교 운영 등 경기도교육청의 마을교육공동체 사업에 참여하면서 지역사회의 교육력이 성장하고 있는 것은 무척 고무적인 일이다. 시청과 교육청, 그리고 시민사회는 어떻게 지역사회의 교육 역량을 높여갈 것인가를 고민해야 할 시점이다.

우리 나라에 교육전문가가 5,000만 명이라는 우스갯소리가 있다. 모두가 교육에 관해서는 할 말이 있다. 자신의 생각이 최선의 해결책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도 많다. 자신의 관점에서 보면 타인의 생각은 해결책과 거리가 멀어 보인다. 그래서 교육 주체 간에 갈등이 반복된다. 우리 지역사회만 그런 것이 아니다. 모두가 그렇다. 이러한 생각의 차이를 극복하고 문제를 해결해가는 곳과 그렇지 않은 곳이 있을 뿐이다.

이제 우리는 교육경쟁력 향상을 위한 새로운 출발선에 서 있다. 우리 아이들의 미래를 위해서 지금까지 하지 않았던 새로운 시도를 하는 것이다. 새로운 시도를 한다는 것은 그만큼 실패의 가능성이 높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 점을 깊은 고려가 필요하다. 서로의 실패를 질책하는 것을 멈추고, 실패를 새로운 도전과 성장의 필수 요소로 받아들이는 것이다. 작은 실패에도 추상같은 질책이 따라올 때 우리는 새로운 도전을 주저할 것이기 때문이다. 우리가 새로운 시도를 주저하면서 어떻게 아이들에게 미래 인재의 핵심요소인 창의성과 도전정신을 길러줄 것인가?

서로를 향한 날선 비난은 잠시 미뤄 두자. 아이들을 위해 좋은 의도로 시도한 일이라면 적극적으로 도전하도록 격려하자.

유명한 부조리 극 『고도를 기다리며』의 작가 사무엘 베케트(Samuel Beckett)는 이렇게 말했다.
“Ever try, Ever Fail, No matter. Try again, Fail again, Fail Better.”
“(우리는) 계속 시도하고, 계속 실패한다, 괜찮아, 다시 시도하고, 다시 실패하라, 더 멋지게 실패하라.”

그렇다. 수많은 실패를 겪지 않고, 더 멋진 실패를 건너뛰고 어찌 큰 성취를 기대하겠는가? 부디 서로의 도전과 실패에 대해 ‘괜찮다(No matter.)’고 말해주기를, ‘더 멋지게 실패하라(Fail Better!)’고 격려해주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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