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사회적 경제 자본주의 대안될 수 있을까? (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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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사회적 경제 자본주의 대안될 수 있을까? (41)
  • 이정식
  • 승인 2018.01.05 13: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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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정식

또한 현재 국내법에 따르면 소비자생활협동조합이 조합원이 아닌 일반인을 상대로 사업을 하면 불법이다. 한국을 방문한 이탈리아의 협동조합, 레가쿱 에밀리아로마냐의 몬티 회장도 이 부분을 놀랍다고 이야기 했다고 한다. 이탈리아에는 그런 법도 없지만, 그런 규제가 있다 해도 절대 따르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는 것이다. 이런 규정을 적용하고 있는 나라는 우리나라 외에는 없을 정도로 매우 이례적인 것이다.

국내의 개별법에 의해 설립된 협동조합들은 조합원의 이용에 지장이 없는 범위에서 일반인 상대의 사업을 허용하고 있지만, 소비자협동조합을 협동조합기본법이 아닌 생협법을 근거로 만들 경우에는 비조합원 대상 사업이 불법이라는 것은 불합리한 측면이 있다. 

그리고 신생 협동조합이 사업하기 위해서는 당연히 많은 자금이 필요하다. 설립 후 어느 정도의 시일이 지난 협동조합의 경우는 그동안 사업을 하면서 쌓인 자산을 이용하여 사업을 하면 되지만 새로 설립된 협동조합은 축적된 자산이 없기 때문에 사업을 하기 위해서는 자금을 조달하여야 한다. 일본의 경우는 생활협동조합들이 조합채를 발행하여 조합원들로부터 자금을 조달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것은 우리나라의 회사들이 자금조달을 위해 회사채를 발행하는 것과 크게 다르지 않은 것이다. 미국과 영국의 경우도 조합원 채권을 발행해 자금을 운용하고 있으며 스페인의 몬드라곤 역시 큰 규모의 채권을 발행해 사업에 활용하며 그 규모를 키워왔다고 살펴보았다.

그러나 한국의 협동조합기본법과 생협법에 의해 설립된 협동조합은 ‘출자금’ 외 다른 자금 조달 수단이 없다. 물론 국내의 개별법에 의해 만들어진 농협과 신협 같은 경우는 출자금만이 아니라 채권발행은 물론 다양한 조합원과 비조합원을 대상으로 하는 투자제도 등을 통해 자금을 조달하고 있다. 즉 몬드라곤의 경우처럼 이들은 편리하게 금융을 이용한 사업 확장을 할 수 있는 것이다. 이런 상황이라면 일반 협동조합들이 과연 얼마나 효과적이고 효율적으로 사업을 할 수 있을지 의문이 드는 대목이다. 

정부의 실태 조사에 따르면 협동조합들의 가장 큰 애로사항은 바로 자금 조달이었다고 한다. 현행 협동조합기본법은 일반 협동조합들의 금융 또는 보험 사업을 금지하고 있는데 이것은 금융 당국의 견제와 우려가 컸기 때문이다. 하지만 중소기업은행이나 산업은행처럼 협동조합을 위한 특수은행도 없는 현실에서 조합원 간의 상호금융도 할 수 없도록 규제하고, 일반 금융기관에서 대출을 받는 것도 문턱이 너무 높고, 신용대출은 아예 하기도 어려운 상황이라면 과연 일반 협동조합들은 사업을 할 수가 있기는 한 것인지 답답할 따름이다.

그래서 사람들 사이에서는 몬드라곤의 경우처럼 아예 직접 협동조합을 돕는 협동조합 금융을 협동조합이 힘을 키워 스스로 만들어야 하는 것은 아닌가 하는 말들이 나오고 있다.(다음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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