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에게 보내는 편지] 稚子離騷有感 (치자이소유감): 어린 아들의 집 떠남에 부처

김정완 대진대 행정학과 교수l승인2018.01.10l수정2018.01.10 09: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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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정완 대진대 행정학과 교수, DMZ연구원장

어둠 속에서 방심하고 걷다가 깊은 계곡으로 추락하여 허둥되고 있던 순간에 한 줄기의 불빛처럼 찾아왔던 늦둥이 내 아들.

이 아들이 태어나면서 크리스마스 날 노력하지 않고, 기대하지 않고, 예상하지 않았는데도 아침에 일어나서 산타 할아버지 선물을 발견한 어린이처럼 마냥 기뻤어. 하늘이 나를 버리지 않았구나 하는 안도의 한숨과 함께 작은 것을 내주고 너무 큰 것을 얻었다는 부채의식까지 갖게 되었어.

존재 자체만으로도 나에게 꿈과 희망을 주고 인생의 의미를 부여했던 아들. 얼굴 생김새와 노는 모습이 어릴 적 나와 너무 닮아서 내 몸의 일부였던 아들. 떨어져 있으면 사지가 절단된 듯이 애절하고 함께 있어도 보고 깊었던 아들.

초등학교 입학할 때 무균실에서 자라던 새끼 까마귀와 같아서 걱정이 많았던 아들이 입학 후 반장으로 당선되던 날 깜짝 놀랐어. 예상했던 것 그리고 보이는 것과 달리 활달하고 외향적인 성격 때문에 바이올린이나 피아나보다는 태권도를 좋아했던 아들. 초딩시절 발목이 두 번이나 부러지도록 열심히 태권도를 했던 아들이 미국에서 발을 걸었던 덩치 큰 흑인 녀석에게 태권도 한 방 먹였을 때 너무 통쾌 했어.

미국에서 일년 동안 함께 생활하면서 내 아들이 나약하고 철부지이고 단순할 것이라는 나의 생각이 천동설만큼이나 낡은 관념이라는 것을 깨달았어. 그 후부터 아들은 나의 친구이면서 통역자와 맨토 역할을 했어. 단순한 요보호자가 아니라 중요 사안에 대해 서로 의견을 교환하고 자문을 주고받은 동반자가 되었어.

고딩시절 우리나라 청소년들의 지상과제인 대학입시를 앞두고도 남들과 달리 차분하고 소신있게 준비를 했던 아들. 컴퓨터 프로그램어의 꿈을 갖고 틈틈이 컴퓨터 언어와 프로그래밍을 공부했던 아들. 이런 아들에게 아비는 “그런 공부는 대학에 가서 하고 지금은 학교 시험공부와 수능공부를 열심히 하라”고 농담 반, 핑잔 반으로 말했잖아.

교과공부만 열심히 하면 되는 줄로 알았고 그렇게 했던 20세기의 아비가 21세기의 아들을 이해하는 데에는 한계가 있었어. 아비가 학교공부만을 강요하지 않았던 것이 다행이었고, 그렇게 강요했어도 듣지 않았을 아들이 대견해. 지원하는 학과의 성격과 입시전형에 맞추어 준비했던 것이 성공했어. 열심히 그리고 빨리 걷기만 하고 어디로 가는지, 어디로 가야하는 지를 몰랐던 아비보다는 아들이 휠씬 더 현명하다고 생각해.

수능날 아침 “친구들과 다른 수험생들의 행운을 함께 기원하자”는 아비의 제안에 “공자 말씀하지 마시오”라고 핑잔 주지 않고 수긍하려고 노력하는 모습이 고마웠고, 또 아비가 그렇게 말해서 미안하기도 했어.

수능날 시험장으로 들어가는 모습이 초조하기보다는 당당한 모습이 너무 대견스러웠어. 아비는 결과보다는 과정이 중요하다는 신념을 견지하고 있었고, 아들이 늦둥이로 태어나서 수능 볼 때까지 무사하게 성장해 주었다는 것이 너무 고마웠어.

그 당시 감사와 기원의 마음이 뒤섞여 다른 생각과 감정이 끼여 들 틈이 없어서 눈물만 났어. 그 때 자식과 부모가 함께 철이 들고 성장해 간다는 것을 느꼈어. 아마도 생각이 단순한 너의 어미는 그런 아비의 마음을 몰랐을 거야.

이제 입시가 끝나고 아들이 원하는 대학과 학과에 진학할 수 있게 되어 기뻐. “아들의 입시는 최선 결과로 마무리될 것이다”라고 주문처럼 되풀이 했던 아비의 말이 당시에는 책임질 수 없는 말이었지만 결과적으로 효험이 있었던 같아. 아니 아들이 준비를 잘했기 때문일 거야.

그러나 모든 인생사가 자신의 힘과 노력만으로는 이루지지 않아. 운칠기삼(運七技三)이라는 말이 있잖아. 가족과 주위분들의 기도와 성원에 힘입은 바가 커. 할머니와 큰아버지를 비롯한 가족들과 친지 그리고 아비의 친구와 동료, 우리 주위 모든 분들께서 힘을 모아주셨다는 것은 아들은 잘 알고 있을 거야. 이 모든 분들께 감사의 마음을 잊지 말자.

우리나라 대학입시는 제로섬(zero-sum) 게임이야. 내 아들의 성공 때문에 실패한 남의 아들도 있어. 기쁘다고 큰 소리로 웃지 말자. 대한민국의 모든 수험생들이 최선을 다해 원하는 결과를 낼 수 있도록 겸허하게 기도하는 마음을 갖자.

아비의 자식농사는 지금까지는 성공적인 듯 해. 그러나 아직 자식농사가 끝나지 않았어. 지금 단계는 못자리에서 모를 논에 이양했을 뿐이고 앞으로서가 더 중요해. 모가 튼튼하게 자라 가을철에 풍요로운 결실을 맺어야 하듯이 아들도 대학졸업 후에 성공적인 삶을 영위할 수 있어야 해.

돈 많이 벌어 풍요로운 생활을 영위하는 것이 인생의 목표가 아니야. 물질적인 풍요와 자식 기르는 것은 인간뿐만 아니라 동물들도 본능적으로 추구하는 가치야. 이 아비는 동물의 아비가 되고 싶지 않아. 인간이 동물과 다른 점은 인간적 가치, 즉 남에게 도움을 주면서 다른 사람과 더불어 더 나은 세상을 지향하는 거야. 애덤 스미스가 말하는 ‘미덕이 넘치는 공동체’를 건설하는 거야. 아들이 인류에게 기여하겠다는 목표를 향해 나아가길 바래.

앞으로도 아들이 자신보다는 남을 먼저 배려하고 감사와 칭찬의 말을 입에 달고 살면서 인간적인 가치를 지향하는 삶을 살아가기를 바랄뿐이야. 그리고 용기와 패기로 갑옷을 만들어 입고 거친 세파를 헤쳐 더 넓고·맑고·밝은 세상으로 나아가길 바래.

이제 이 아비도 아들을 먼 곳의 기숙형 대학으로 보내면서 새끼를 둥지 떠나 보내는 어미 까마귀의 마음을 이해할 수 있을 같아. 어미 까마귀가 이소(離騷)하는 새끼에게 마지막으로 당부하는 말이 떠올라.

“애야 부디 건강하고 한가할 때 어미와 먹이 놀이했던 경험을 행복한 추억으로 떠올리기를 바래, 그리고 친구들과 떼 지어 하늘을 날을 때 고향인 듯 한 곳을 지나가거든 눈길 한 번 보내 주었으면 해”


김정완 대진대 행정학과 교수  ㅡ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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