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생교육을 지향하는 학습동아리 ‘포천시 일본어교실’을 찾아봤다.
올해로 14년째를 맞는 ‘포천시일본어교실’은 2005년 6월 이규승 대표가 고향 포천에서 재능기부를 하겠다며 만든 작은 학습동아리 단체다.
당시 LG화재에서 보험대리점을 운영하던 이 대표는 단국대학교에서 국어국문학과 일어일문학을 전공하고, 한국외국어대학교 교육대학원에서 일어교육을 전공한 일본어 전문가로 20년의 강의 경험을 가지고 있었다. 한국어와 일본어를 비교하며 강의하는 독특한 교수법으로 수강생들로부터 큰 호평을 받았다.
이 대표는 “A가 아무리 좋다고 설명해 봐도 비교대상이 없으면, 얼마나 좋은지 납득이 가지 않는다. 그러나 A는 이런 점이 좋고 B는 이런 점이 좋다고 설명한다면 상대방은 손쉽게 둘 중에 어느 것이 더 좋은지 구별할 수가 있다”고 자신의 강의법에 대해 열변을 토한다. 그 당시 사람 좋기로 소문난 LG화재포천영업소 이계근 소장의 도움으로 일본어강의는 시작됐지만 순탄치만은 않았다고 이 대표는 회고했다.
영업소교육장이라고 해도 냉, 난방이 전혀 안 되는 아주 열악한 조건에서 일주일에 한 번하는 일본어강의(2시간)는 거의 반년 쯤 이어지다가, 당시 박윤국 포천시장의 배려로 포천시청 대회의실에서 시민강좌로 진행하기도 했다.
이 대표가 야간강의를 고집하는 이유는 국제화 시대에 걸맞게 하루 일과를 마치고 3대(할머니, 아빠, 수경)가 함께 모여서 일본어공부를 하자는 취지였다. 평상시 여가선용이라고 해야 TV시청이 주를 이루는 우리 가정에 평생공부의 힘을 불어넣기 위한 시작이었다. 그 당시 박윤국 시장은 걸상만 있던 대강당에 책걸상(40개-80석)을 구입해 주면서 대강당을 강의도 할 수 있는 장소로 만들겠다고 했다. 또 평생교육팀장을 통해 운영비도 정식으로 지원받아 비로소 그 해에 〈종강송년회〉도 하고 남은 돈으로 일본어교재를 구입해서 수강생들에게 무료로 나누어주기도 했다.
이 좋은 학습 환경도 그리 오래가지 못한 것은 그 당시 선거법에 저촉된다며 강의실 이용을 할 수 없게 되면서 담당자가 아쉬워하며 강의실 사용 불허통지를 해왔다고 착잡했던 당시의 심경을 밝히기도 했다.
우여곡절을 겪으며 성장한 포천시일본어교실은 7년차에 다시 〈포천시자원봉사센터〉에 입성은 했으나 이번엔 학습자의 민원으로 강의 장소를 옮겨야 했다. 마땅한 장소가 없어서 2년간 휴식기를 갖기도 했다. 2년 전에 우연한 기회에 근로종합복지관 강의실을 무상으로 사용할 수 있다는 정보를 얻은 이규승 대표는 「근로자와 그 가족이 함께하는 일본어」 라는 주제로 무료일본어강의를 다시 시작할 수 있었다.
하지만 〈근로종합복지관〉은 접근성이 떨어져 수강생을 모으기가 아주 어려웠다. 강의 최소인원 5명을 겨우 유지하며 연명만 해오던 포천시일본어교실에도 서광이 비치기 시작했다. 9년 전에 일본어를 배웠던 시청 김정식 과장이 총무국장이 된 것이다. 이 절호의 기회를 놓칠 리 없는 이규승 대표는 김정식 총무국장을 찾아가 강의실 문제를 몇 번이나 건의할까 생각했다가도 폐를 끼치는 것 같아 망설이다가 결국 12월 초에 자원봉사센터에서 강의하고 싶다고 어렵게 건의했다. 그 말을 들은 총무국장은 이명선 센터장과 협의해 어려운 문제를 쉽게 풀어주었으며, “하늘이 무너져도 솟아날 구멍이 있다는 말을 실감했다”며 그 당시의 기쁨을 떠올리고, 얼굴에 환한 미소를 지었다.
이명선 센터장은 이 기회에 본인도 일본어공부를 하고 싶다며 힘을 실어주었다. 오는 22일(월:19:00~20:30)에 개강하는 일본어 입문은 5년 일정으로 강의하며 그 기간 중에 3회의 일본현장실습(도쿄, 오사카, 북큐슈)계획도 갖고 있다. 누구든지 참여할 수 있는 일본어입문 과정은 32년의 강의 노하우를 가진 이규승 대표가 직접 강의한다.
한 가지 아쉬운 점은 강의실이 20명 정도밖에 수용할 수 없다는 사실이다. 기존수강생과 이번에 신청한 수강생이 15명을 넘어서 다 수강을 못할 것 같아 즐거운 비명을 지르고 있다.
한편, 이 대표는 4년전에 고양시(일산)로 이사한 이후 《고양시 일본어교실》이라는 학습단체를 만들어 4년째 일반인을 위한 시민강좌(강독반, 회화반)를 하고 있으며 2/4분기부터는 청소년을 위한 일본어 입문 강좌를 상시적으로 운영할 계획이다.
이규승 대표가 평소 암송하는 문구가 있다고 한다. 知之者 不如好之者 好之者 不如樂之者(아는 사람은 좋아하는 사람만 못하고, 좋아하는 사람은 즐기는 사람만 못하다.)라는 글은 論語 雍也篇(옹야편) 6장에 나오는 문구로 듣고 보니 학구파인 이 대표의 아호인 讀書痴(독서치)와도 잘 어울린다는 생각이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