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영평사격장 극심한 피해대책 이젠 대통령 아젠다
상태바
[칼럼]영평사격장 극심한 피해대책 이젠 대통령 아젠다
  • 허훈 대진대 행정학과 교수
  • 승인 2018.02.28 11:09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 허훈 대진대 행정학과 교수

호미로 막을 것을 가래로 막는다는 속담이 있다. 영평사격장 문제가 그렇다.

작년 8월에 도비탄사고를 계기로 국방부차관과 국회국방위원장, 미군사령관, 포천시장이 만나서 안전대책을 세운다고 하였다. 그러나 작년 11월 25일에는 다시 도비탄이 영북면 문암리 민가에 떨어졌다. 그러자 다시 임기가 끝난 국회 국방위원장을 뺀 3사람이 다시 12월에 4일 다시 사격장마을을 찾았다. 또 재발방지를 약속했다. 하지만 돌아온 것은 새해인 1월 2일 기관총탄 20여발이 영북면 야미리 인근 육군전차부대로 떨어졌다. 제도와 예산문제를 이유로 들거나, 한ㆍ미간의 교섭의 어려움을 들어 시간을 질질 끌다가 일어난 일이었다.

주민들은 최소한 안전대책만이라도 세워달라고 3년여를 요청했고, 겨울철 칼바람에 1,000일이 가까워지도록 1인 시위를 이어가고 있다. 하지만 그동안 사고재발과 사과반복이 되풀이 되었을 뿐이다. 그 결과 안전대책을 약속한 정부와 미군을 더 이상 믿지 못하는 사태에 이르렀다. 이제 주민들 대부분은 더 이상 안전대책을 요구하지 않는다. 사격장 이전 또는 폐쇄를 주장하기에 이르렀다.

영평사격장으로 인한 피해로부터 주민들은 다른 국민들처럼 멀리 떨어져 살고 싶기 때문이다. 작년 말 까지만 해도, 포천고속도로 영북까지 연장과 철도 포천연결, 승진훈련장으로 인한 산정호수 탁류문제 등의 해소, 도피탄 피탄 지역의 방호벽설치와 완충지대의 매입, 주민들의 이주대책 등을 말했던 그들이다. 신뢰는 더욱 땅에 떨어지게 되고, 주민들의 분노는 더 커지게 된 까닭이다.

이번에는 국방부장관이 영북면사무소로 왔다. 문대통령이 장관들이 현장에 가서 해결할 수 있으면 장관선에서 하라는 지시가 있었기 때문이다. 영평사격장문제가 불거지고 나서 최고위급인사가 온 것이다. 이 방문 말미에 국방부장관은 “예산의 한계 때문에 시간은 걸리겠지만, 한번 믿어달라”는 취지의 말을 했다. 그런데도 주민들은 장관의 말을 믿을 수 없다.

그동안 안전대책을 강구하다고 하였지만, 번번히 도비탄이나 유탄사고가 되풀이되었기 때문이다. 공적인 약속이 깨지면 다음에 오는 것은 저항이다. 그것을 피하기 위해서 국방부 장관은 최소한 영평사격장 문제의 본질을 깊이 이해하고, 대통령 아젠다로 이 문제를 격상시켜주기 바란다. 그 이유는 이렇다.

첫째는 영평사격장 문제는 국가안보라는 국민전체에게 돌아가는 안보이익의 대가를 사격장 주변지역에만 전가하는 정의롭지 않은 것이다. 국가가 정의를 바로 세우려면 국가안보라는 서비스를 동일하게 받는 사람이라면 그 부담도 공평하게 부담해야 한다. 하지만 영평사격장 주변의 주민들은 생명의 위협, 재산권 침해 등 피해를 받을 뿐 국가나 미군으로부터 형평성 있는 대우를 받지 못했다.

둘째는 영평사격장 문제로 인한 피해를 보상하기 위해서는 전 국민의 관심과 동의가 필요하다. 국방부가 주어진 예산에서 보상하려 해보아야 수 십년 누적된 피해는 고사하고, 현재의 피해를 보상할 수도 없다. 그러므로 국가정책전체의 틀 속에서 다루어야 영평사격장으로 인해 고통을 받아온 주민들의 삶을 어루만질 수 있다. 필요한 예산, 제도, 정책 등의 측면에서 국방부 만의 일이 아니다.

셋째 그러므로 영평사격장 문제는 대통령아젠다가 될 수 밖에 없다. 사격장 이전을 하거나. 현재 있는 대로 두고 완충지를 매수하고 주민을 이주시키는 문제 등은 국가재정이 투입되지 않으면 실현되지 못한다. 안전대책만 해도 미군과 미국의 이해관계가 걸려 있다. 그러므로 국방부장관, 기획재정부장관, 외교부, 미군과 미국의 해외주둔정책과 안보전략이 모두 맞물려 있기 때문이다. 이렇게 종합적인 접근이 안 되면 풀리지 않을 것이니, 이제는 대통령이 나서고 국방부장관이 간사가 되는 영평사격장 대책회의가 열리지 않으면 안 되는 문제로 커지고 말았다.

이젠 외부 환경단체 등과도 연대하겠다는 말까지 나오게 되었다. 저항력을 키우겠다는 것이다. 환경단체는 전체의 공익을 위해서 어느 지역은 피해를 볼 수밖에 없다는 공리주의적인 시각과 싸우는 데 있어서 이골이 난 단체다. 영평사격장으로 인한 피해주민들은 아마 속으로 환경정의(environmental justice)라는 말을 되새기고 있을 것이다.

“모든 사람이 환경과 보건적 위해요소로부터 동일하게 보호받고, 거주, 학습, 그리고 노동의 공간을 건강한 환경으로 만들기 위한 의사결정과정에 모두가 동등한 접근권을 가진다”는 그 생각 말이다. 국가가 최소한 영평사격장 주변의 주민들도 국민이라고 생각하다면, 환경정의를 생각해서라도 그들의 행복추구권을 보장해주어야 하지 않겠는가? 그럴 자신이 없으면 영평사격장을 없애는 게 맞을 것이다. 국가안보를 위해 참아 온 주민들을 더 이상 슬프게 하지 말았으면 한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