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발전은 사회적 경제가 밑바탕이 되야”…허훈 교수 강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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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발전은 사회적 경제가 밑바탕이 되야”…허훈 교수 강연
  • 포천일보
  • 승인 2018.07.27 10: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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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와 시장원리의 외부적 요인보다 주민과 지자체 전문가 등 내생적 요인 강조

허훈 대진대 교수는 27일 열린 포천미래포럼 길이 있는 아침포럼에서 지역발전을 위해선 지역내부 자원을 활용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이날 허 교수는 ‘사회적경제와 지역발전’이라는 주제 강연에서 국가와 시장 우선의 지역발전은 지역주민의 참여도가 낮고 공유지의 비극 등의 문제가 발생하기 때문에 지속가능한 성장이 어렵다고 했다.

그러면서 사회적 경제 성공사례로 손꼽히는 포천장독대 마을기업과 완주 로컬푸드 협동조합, 순천시 도시재생사업, 성수동 소셜벤처밸리 등을 예로 들었다.

전국 우수마을 경진대회에서 최우수상을 수상한 포천장독대마을은 한탄강댐 건설로 정든 고향을 떠나야만 했다. 교동마을 주민 일부가 남아 새로운 터전을 만들고 마을기업의 형태로 다시 태어났다. 장독대마을이라는 지명은 수몰지구로 지정된 후 어느 할머니가 힘없이 장독대를 바라보며 뭔가를 중얼거리는 모습에서 이 마을 이수인 대표가 떠올린 아이디어라고 한다. 주민들은 사회적 마을기업을 만들고 농촌체험장을 비롯한 시집온 곳감이라는 테마와 오디를 활용한 멜베리카페 등으로 일자리를 만들어 지속적으로 성장시키고 있다.

완주 로컬푸드 협동조합 또한 지역에서 생산되는 농산물을 지역에서의 소비와 도시민들이 스스로 찾게 만들고 있다. 지역 내생적 요인들에 의해 지속적으로 성공하는 대표적인 사회적 기업이다. 어느 날 소비자 매장에서 배추를 구입하려고 했던 완주의 한 농민이 밭떼기로 헐값에 판매한 배추가 100배가 넘은 가격으로 시중에서 판매되는 것을 보고 충격을 받았다. 제값을 받고 농산물을 판매할 수 없을까 하는 고민하다가 로컬푸드를 생각해 냈다. 로컬푸드 협동조합은 완주군과 영세농민들이 함께 하면서 13개 매장으로 확대되었고, 건강 꾸러미 밥상 상품까지 만들어 내면서 도시지역 1만여명의 회원까지 확보했다.

허 교수는 완주 로컬푸드 협동조합 성공사례를 설명하면서 완주군수가 중앙정부에 “국가 보조금을 달라고 하지 않을 테니까, 국가가 규제만 풀어달라”고 요구했다는 설명까지 곁들였다. 완주군의 지역자원으로만도 로컬푸드 사업을 성공시킬 수 있다는 자신감을 보인 것이다. 외부적 요인, 즉 국가 보조금이나 시장경제 원리보다는 지역의 내생적 요인인 주민들의 연대와 협동으로 지속가능한 사회적 경제 모델을 만들었다. 결국 이같은 노력들이 현재의 완주 로컬푸드를 만들었다는 얘기다.

허 교수 순천시 도시재생사업 추진과정을 상세히 설명하기도 했다. 순천시 항동 중앙동 등 학교앞길은 구시가지로 사람이 떠난 황량한 거리었다. 2014년 정부의 도시재생 선도사업 지역으로 선정되자, 지역주민과 행정기관, 전문가들이 혼연일체가 되어 재생사업을 시행한 결과 사람들이 다시 돌아와 살고 교류민이 증가한 거리가 됐다. 국가 적극 개입신도시 건설보다 주민들의 생각과 참여가 성공적인 도시재생을 만들어 냈다는 사례다. 병아리가 부화하기 위해선 계란 안쪽의 노력과 계란 밖의 도움이 함께해야 한다는 도시재생 논리를 증명했다는 게 허 교수의 설명이다. 다시 말하면 도시재생사업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지역주민의 자발적인 노력과 지자체 그리고 전문가의 참여가 어우러져야 한다는 것이다.

허 교수는 도시재생 사업을 성공시킨 서울 성수동 소셜벤쳐밸리 사례도 들었다. 성수동 소셜벤쳐벨리는 예전 노동집약적 영세공장들이 많았던 거리다. 영세공장들이 없어지면서 낙후된 지역이 됐다. 과거 시작 보면 신도시개발이 필요한 지역이었다. 그러나 2014년 사회혁신가를 지원하는 루트임팩트가 자리잡기 시작하면서 이곳에는 수제화협동조합과 시골농민 농산물을 식재료로 판매하는 ‘소녀 방앗간’ 등의 사회적 경제기업, 그리고 예술작품 전시판매 사회적 기업들이 들어왔다. 그 후에는 170개의 사회적 기업과 1400여명의 청년혁신가들이 모여들었다. 성동구청는 이같은 사회적 현상을 반영해 구청조직으로 소셜벤처팀을 구성하고 전국 최초로 ‘청년 소셜벤처기업 육성 및 생태계 조성 지원조례’를 제정했다. 현재 이곳은 서울에서 임대료가 가장 큰 폭으로 상승할 만큼 상인과 소비자가 몰려드는 거리로 변신됐다. 신도시 개발이 아닌 도시재생사업으로 성공한 대표적인 사례다.

포천장독대 마을기업과 완주 로컬푸드 협동조합, 순천시 도시재생사업, 성수동 소셜벤처밸리 등의 사례를 통해 국가와 시장만으로 지역발전은 물론 주민들의 소득을 증가시킬 수 없다는 게 확인됐다.

국가와 시장 위주의 외생적 지역발전은 승자와 패자를 확연히 구분하는 결과를 가져 올 뿐이라는 지적이다. 청년 실업율 11.3%의 한국 경제는 국가와 시장 힘으로는 극복하기 어렵다. 그 대안으로 사회적 경제가 떠오르고 있다. 이를 반영하듯 우리나라에서도 97년에 시작한 사회적경제 공동체가 현재는 1만9000개로 대폭 증가했다.

허 교수의 이같은 지적은 4개권역의 도시재생사업을 추진하고 있는 포천시에 시사하는 바 매우 크다. 포천지역은 연간 4-5조원대의 지역내 총생산량으로 다른 지역에 비해 결코 낮은 수준의 경제규모는 아니다. 하지만 60%이상의 재화가 다른 지역으로 유출되면서 지역경제는 꽉 막혀 있다. 생산과 소비가 지역내에서 순환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지역발전과 지역생산 유출을 방지하기 위해선 주민들의 관계를 강화하고 사회적 경제공동체를 성장시켜 지역회계 흑자화가 필요하다는 게 허훈 교수의 권고 사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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