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격장 생긴 후 72명 폭발사고 주검 처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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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격장 생긴 후 72명 폭발사고 주검 처리했다”
  • 하승완 기자
  • 승인 2015.01.28 0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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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평사격장 인근 거주 김대룡 할아버지 마을 피해 증언

르포-영평사격장 피해 증언을 듣다

“마을과 학교 위를 통과하여 영평사격장에 포탄이 떨어지는 사격훈련 수십년째 하고 있다. 다른 곳에서는 상상조차 할 수 없는 일이다”

“사격장 주변지역의 심각한 피해를 그대로 방치할 수 없다”며 주민들은 영평·승진사격장 대책위원회를 구성하여 본격적으로 활동한지 1개월여 시간이 흘렀다. 대책위원회는 어떻게 활동을 해 왔고, 주민들의 피해 정도를 청취하기 위해 영평사격장 인근 영평1리 노인정을 찾았다.

◎김대룡 할아버지, “50년간 폭발물 사고자 72명 주검 처리 했다"

▲ 김대룡(71세,영평리) 할아버지, “50년간 지켜봤다”

김대룡(71세, 영평사격장 인근거주) 할아버지는 영평사격장으로 인한 피해를 증언 해 달라는 말에 큰 목소리로 “아무 소용없어”하고 버럭 화부터 낸다. 김 할아버지는 “지금까지 많은 사람들이 이곳에 와서 피해 상황을 듣고 갔지만 피해보상이나 사격 시간대가 조정된 것도 없다”며 한국정부와 미군 측에 서운한 감정을 표시했다.

3년 전까지 해도 이곳에서 한우를 사육했다는 김 할아버지는 “한마디로 대한민국을 믿을 수 없다. 거짓말은 한국정부나 미군할것 없이 지금까지 해 왔다. 탄원서를 내고 길을 막아보기도 했다. 그러나 그때마다 피해보상 혹은 방지대책을 약속했지만 약속을 안 지켰다. 이제는 어느 누구도 믿지 못하겠다”고 증언했다. 또한 “사격장으로 인한 피해가 발생해 신고하면 (군부대나 정부가) 직접조사는 안하고, 주민 스스로 피해 증명을 해야 하고 몇 푼되지 않는 보상을 받는데도 2년이 소요된 적이 있다”고 말했다. 김 할아버지는 “54년 영평사격장이 생긴 이후 이곳에서는 사격장과 폭발물로 72명이 사망했다”면서 “이들 주검을 직접 처리해 왔는데, 폭발물로 인한 사망이기 때문에 시신이 온전한 상태는 없었다. 그 사람들 가족이 현재도 이곳에 살고 있다”고 한다. 그러면서 할아버지는 “그때마다 보상금은 없었고, 몇푼 안되는 위로금 주면서 한국정부는 사건을 덮으려고만 급급했었다. 주민들은 억울하고 화난 감정을 어디에도 호소할 곳이 없었다”고 했다. 1980년1월7일 영평리에서 불발탄이 폭발해 주민 9명이 사망한 사고를 당시 동아일보가 보도하기도 했다. 할아버지는 “몇년전인가 헬기가 사격하면서 마을 주택 지붕이 날아간 사고가 발생했는데, 보상금으로 200만원을 줬다. 이게 말이나 되는 소리냐, 터무니 없이 적은 액수도 문제지만, 보상금을 받기까지 7-8개월이나 걸린다고 생각해 봐라, 울화통이 터진다”고 화를 낸다.

◎김민건 운산리 주민, “포탄이 날아다니는데 관광지가 왠말이냐”

▲ 김민건(54세, 운산리)주민, “포탄 날아다니는데 관광지가 왠말”

김민건(54세, 창수 운산리 거주)씨 역시 “사격장으로 인한 피해와 정부의 무관심은 시골이니까 가능한 일”이라며 울분을 토한다.

그는 사격을 하는 과정을 소개하면서 “마을과 학교 위를 통과하여 영평사격장에 포탄이 떨어지는 사격훈련을 수십년째 하고 있다. 다른 곳에서는 상상조차 할 수 없는 일이다. 이런 사격훈련을 하는 과정에서 불발탄이 마을에 떨어지는 사고는 수없이 발생했다”고 밝혔다.

그는 또 “지역 여건이 이러한데, 창수면 운산리에 생태공원을 조성하여 관광단지를 만들겠다는 발상자체가 한심하다”면서 “하늘 위로 포탄이 날아다니는 게 현실인데, 관광사업이 가능하겠느냐”고 반문했다. 그러면서 창수지역 모 군부대 사격장에서 발생한 오발사고에 관해 이야기를 들려 주었다. 임산부가 살고 있는 운산리 주택에 불발 포탄이 떨어져 임산부가 기겁을 하는 사고가 발생했다고 하면서 “초등학교와 마을이 존재하는데, 사격할 때마다 학교와 마을 위로 포탄이 날아다닌다는 사실은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정부가 아주 밉다”고 울부짓는다. 그러면서 포천시에 대해서도 “영평사격장이나 다른 사격장 혹은 훈련장으로 인해 국가 교부금이 나오는데, 포천시는 이곳에 사용하지 않고 임의대로 다른 곳에 사용하고 있는 것은 아주 잘못됐다”고 서운함을 감추지 못했다.

◎김은순 할머니(76세, 영송리), “시누이 남편 사망 5남매 힘들게 성장”

 영송리 거주하는 김은순(76세)할머니. 김 할머니는 70년대 중반 시누이 남편이 5명의 자녀를 남긴 채 불발탄 사고로 운명을 달리한 사고를 잊을 수가 없다. 이 사고로 남편이 사망한 시누이는 어린 5남매를 키우기 위해 온갖 허드렛 일을 했다고 한다. 형편이 너무 어려워 이웃들이 여러 가지 도움으로 살아갈 수 있었다. 그러면서 김 할머니는 “그때는 많은 사람들이 죽었어”하고 말을 잇지 못하고 자리를 피했다.

◎주민대책위, “야간사격 주민요구 미2사단장 묵살”

김광덕 대책위원회 사무국장은 “지난해 연말경 미2사단장과 포천부시장 및 포천시의회 의장, 주민대표 등이 회동한 자리에서 주민들은 미2사단장에게 저녁시간대 사격을 자제해 달라고 요구에 했는데, 미2사단장은 거절했다”면서 “주민들의 생존권 자체를 무시하는 행태다. 있을 수 없는 일이다”라고 밝혔다.

김광덕 사무국장은 향후 계획에 대해 “오는 2월4일 전체 회의를 갖고 올 한해 대정부투쟁 계획을 세울 것”이라면서 “4개 면지역으로 구성된 대책위원회를 군부대 피해지역 및 포천시 전역으로 위원회를 확대할 것”이라고 말했다.

주민들은 사격장으로 인한 피해를 적극적으로 대처하기 위하여 지난해 10월 16일 4개면(영중면 대표를 비롯해 창수면, 이동면, 영북면) 대표들이 한자리에 모였다. 이후 11월21일 사격장에서 발생한 오발로 영북면 야미리 에어컨 설치업체 사무실 유리창을 뚫고 떨어지는 사고가 발생, 4개면 50여명이 대책위원회를 결성하는 직접적인 요인이 됐다.

이후 대책위원회는 12월2일 포천시장 면담을 비롯해 12월11일 포천시청 브리핑룸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대정부투쟁 성명서 발표, 12월12일 포천시의회 의장과 포천부시장 등 20여명이 미8군 로드리게스 사격장 방문, 12월15일 포천시 리장 285명을 대상으로 대책위원회 호소문 발송, 올 1월6일 청와대와 국방부, 국회, 국민안전처에 대정부 탄원서 제출 등 활동을 해 왔다.

대책위원회 활동과 더불어 포천시의회는 지난 23일 임시회를 갖고 군 사격장 피해 주민보상을 촉구하는 특별위원회를 구성해 활동에 들어갔다. 시의회는 미8군 로드리게스 훈련장과 8사단 승진훈련장, 수도사단 원평사격장의 각종 사격 훈련에 따른 피해에 따른 보상을 정부에 건의하기 위한 1단계 조치로 사격장 등 군사시설 피해보상 촉구 특별위원회를 구성해 결의안을 통과시킨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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