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재생칼럼] 기호품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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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재생칼럼] 기호품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
  • 포천일보
  • 승인 2021.04.03 10: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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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호식 신읍동도시재생주민협의체 회장
양호식 신읍동도시재생주민협의체 회장

사람들은 깨끗함을 선호한다. 깨끗함에서 사람들은 기분이 좋아지고 아름다움을 느낀다. 깨끗함은 아름다움의 기초이므로 도시미관을 살리려면 깨끗한 도시를 만드는 것이 선행되어야 한다.

아침 일찍 거리에 나서면 온갖 쓰레기가 버려져 나뒹굴고 있다. 쓰레기의 80%가 담배꽁초이고 그 나머지는 비닐포장지, 종이컵, 프라스틱용기 등이다. 담배는 흡연자의 기분을 상승시키고 심리적인 안정을 주는 사명을 다한다. 비닐포장지에 담긴 음료수는 사람의 갈증을 해소해준다. 종이컵에 담긴 커피는 잠시 안식을 제공한다. 기호품은 자기의 역할을 다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사람은 기호품을 소비하면서 즐거움을 얻고 욕구를 해소한다.

사람을 위해 필수적인 소비품으로 연탄이 필요했던 시절이 있었다. 시인 안도현은 연탄이 얼마나 사람에게 유익을 주는지 ‘연탄 한 장’이라는 시에서 읊고 있다. 연탄이 서서히 제 몸에 불을 붙여 방구들을 따뜻하게 하고, 음식물을 끓여주고, 한 덩이 재로 변한 다음에는 눈 오는 날 거리에 누워 행인이 안전하게 걸을 수 있도록 사람에게 헌신하는 모습을 그려내고 있다. 안 시인은 삶이란 나 아닌 누구에게 기꺼이 연탄 한 장이 되는 것이라고 하면서 누군가를 위해 연탄 한 장이 되지 못한 삶을 반성하게 한다. 자기 몸을 불태워 사람에게 충성을 다하고, 재로 버려진 다음에도 사람에게 유익을 주는 연탄에게서 고마움을 느낀다. 연탄 같은 소비품 뿐만 아니라 기호품도 인간에게 끝까지 유익을 주고 있다.

충성을 다하고 정성을 다하고 최선을 다해 헌신했음에도 버려지는 것은 처참하다. 버림을 당하는 것은 설움을 북받치게 하고 배신감, 절망감을 느끼게 한다. 버림을 당하는 것은 씻을 수 없는 평생의 한이 된다. 용도폐기를 당하는 고사(故事)로 토사구팽을 자주 인용한다. 포수가 사냥개를 이용하여 토끼를 사냥한 후에 사냥개가 더 이상 쓸모가 없어지자 식용으로 사용하는 것을 토사구팽이라고 한다. 토사구팽의 사례가 언론에 보도될 때마다 사람들은 어찌 그럴 수 있느냐고 분개한다. 토사구팽을 하는 사람은 쾌감을 느낄지 모르지만 당하는 사람은 하늘에 닿을만한 한을 품는다. 그 한은 언젠가는 버린 자에게 돌아가는 것이 자연의 순환원리이므로 버린 자는 자유롭지 못한다.

선인선과(善因善果) 악인악과(惡因惡果)라는 말이 있다. 선한 원인은 선한 결과를 낳고, 악한 원인은 악한 결과를 낳는다는 말이다. 콩 심은데 콩 나고 팦 심은데 팦이 열린다는 속담과 같은 뜻이다. 기호품을 이용하고 나서 쓰레기라고 함부로 버리면 그 쓰레기가 만물을 오염시켜 사람에게 해악을 주게 된다. 사람이 함부로 버린 프라스틱이 바다동물을 죽음에 이르게 하고 오염된 해산물이 사람의 건강을 상하게 한다. 담배꽁초도 마찬가지이다. 함부로 버린 담배꽁초의 필터가 빗물에 쓸려가 하천과 바다의 생물을 해치게 하고, 기형화된 생물은 사람에게 나쁜 영향을 주게 된다. 기호품의 잔존물을 잘 처리해줘야 사람에게 유익으로 돌아온다.

만물은 하나로서 일체를 이루고 있다. 만물은 일체를 이루면서 순환적으로 공생하게 된다. 그 순환의 고리는 선인선과이고 악인악과이다. 사람과 기호품도 하나로서 일체를 이루고 있다. 사람이 기호품을 소모하고서 이를 쓰레기로 버릴 경우 일체의 순환고리는 사람에게 나쁜 결과를 초래하게 된다. 자세한 설명을 하지 않더라도 기후변화와 온난화로 지구가 몸살을 앓고 있고 지구의 위기를 자초하고 있다. 사람이 최소한의 도리를 다하지 않는 것이 지구의 종말을 점점 초래하고 있다.

이제 기호품에 대해 최소한의 예의를 지키는 노력이 필요하다. 기호품을 이용하여 쾌감을 느끼는데 그치지 말고 사람을 위해 헌신한 기호품의 최후를 보듬어줄 최소한의 예의가 필요하다. 기호품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는 기호품의 잔존물을 길거리에 내팽개치지 않고 사람을 위해 기여한 것에 고마움을 느끼면서 분리수거함에 넣어주는 것이다. 이러한 예의의 실천이 사람 자신을 살리고 지구를 살리는 길이다.

도시재생은 거대한 화두가 아니다. 기호품의 잔존물을 잘 처리해주는 작은 노력부터 시작된다. 길거리에서 버려진 담배꽁초의 통한의 울림이 없어지게 되면 도시재생은 성큼 다가오게 된다. 기호품에 대해 최소한의 예의를 실천하는 주민이 도시재생의 주인이 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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