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84억 투입 포천 38역사체험길에 역사는 없고 악취만 진동…“왜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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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 84억 투입 포천 38역사체험길에 역사는 없고 악취만 진동…“왜 하나”
  • 포천일보
  • 승인 2021.04.13 10: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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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문화 무관 부서 전담 추진…공사업자가 대중공연 기획한 꼴
본래 취지 실종 포천시 예산낭비 현장이 될 듯
영평8경 등 문화유적과 연계한 소규모 사업으로 보완해야
38선 역사체험길이 시작되는 창수면 오가리 미군사격장 부근에 이 사업을 알리는 표지판이 바닥에 나뒹글고 있다.
38선 역사체험길이 시작되는 창수면 오가리 미군사격장 부근에 이 사업을 알리는 표지판이 바닥에 나뒹글고 있다.

 

포천시가 84억 원의 예산을 투입해 조성중인 임진강 평화문화권 38선 역사체험길은 악취가 진동하고 있을 뿐 아니라 역사 현장을 담아내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포천시는 38선으로 분단된 역사적 사실을 재발견하고 영평천 일대를 자연과 어우러진 공간으로 재탄생시켜 지역특성을 활용한 관광지를 개발하겠다며 창수면 오가리부터 일동면 수입리까지 총 16.7km의 체험길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하지만 이곳 역사체험길에 역사는 찾아볼 수 없었고, 포천시가 밝힌 역사교육과 관광자원 개발은커녕 골치덩어리로 전락할 것이라는 비판의 목소리가 높다. 전형적인 포천시 예산낭비 현장이라는 것이다.

본지는 지난 10일 양문리의 한 주민과 함께 38역사체험길 조성 현장을 차량과 도보를 이용, 3시간 동안 현장을 둘러봤다.

◇이 사업을 왜 추진했나

포천시 관계자에 따르면 38역사체험길은 지난 2000년대 초반 민간이 제안한 사업이다. 제안 당시 400억 투입, 예술과 문화, 노벨평화상 수상자 거리가 어우러진 27.5km의 역사체험길을 조성하자는 게 취지였다. 이후 문화체육부 공모사업에 당선되면서 본격화됐다.

그러나 2016년 실시설계 용역 착수했다가 노선 미확정 및 소규모영향평가용역 지연으로 2018년 용역중지, 관광테마조성과로 업무 이관 후 다시 용역중지, 또 다시 용역 후 산림과 이관 후 노선 검토 후 2019년 최종 노선이 결정됐다. 부서가 이곳저곳으로 바뀔 만큼 포천시가 우왕좌왕했고, 결국은 담당업무와 전혀 무관해 보이는 산림과가 이 사업을 맡아 진행하고 있다.

체험길이 시작되는 기존 둔치길에 농민들이 가져다 놓은 것으로 보이는 의자들이 놓여 있다. 이곳부터 악취가 진동한다.
체험길이 시작되는 기존 둔치길에 농민들이 가져다 놓은 것으로 보이는 의자들이 놓여 있다. 이곳부터 악취가 진동한다.

 

◇38체험 둘레길 현장을 걷고 둘러보니

시작점은 창옥병 인근이다. 미군 오가리사격장 부근 기존 하천 둔치길을 이용, 포천안동김씨 고가터, 금수정을 지나 포천시야구장, 영송리 선사유적지, 영평천교에 이른다.

이곳 영송리 일대는 축산과 음식물 처리 기업의 악취가 심각, 집단민원이 자주 발생하는 지역이다. 악취 문제를 해결하지 않았는데도 체험길을 조성한다는 것 자체부터가 패착이다. 동행한 주민 A씨는 “악취가 이 정도 심각한데, 누가 이곳을 오겠냐”고 반문했다.

문제는 또 있다. 역사체험길을 조성하는데, 보상비가 반영되지 않았다는 점이다. 보상비 미반영은 문화체육관광부 사업예산집행 전제조건이라는 것이다. 비록 기존 둔치길을 활용한다고는 하지만 단절구간이 많아 토지와 지장물 보상은 불가피해 보였다. 그런데도 토지보상비 등이 책정되지 않다 보니 체험길은 본래 취지와 달리 엉뚱한 노선으로 우회하고 있다.

둔치길을 따라 양문리에 이르면 사은교와 군부대 목진지, 38휴게소 부근 영중교 지나가야 한다. 그러나 사은교는 차량이 교행하기도 어려운 폭이 좁은 교량이다. 이 교량에 체험길을 개설하다 보니 교통사고 위험이 도사리고 있다. 주민 A씨는 “장담하건데 교통사고는 반드시 발생할 수 밖에 없다”며 노선변경을 요구했다.

이 길은 38휴게소 부근 하천 둔치길로 성동 삼산대교까지 걸어야 하고, 이 교량에서는 삼산대교를 건너 지방도 372호선 옆을 지나가야 한다. 지방도 372호선은 2차선 도로에 체험길 가드레일을 설치했다. 사람이 지나가야 할 길은 곳에 따라 폭이 1m 남짓, 지나가는 사람조차 교행하기가 어려울 정도다.

동행한 B씨는 “해도 너무했다. 이렇게 해 놓고 관광객이 방문하길 바란다는 자체가 넌센스다. 예산낭비 현장이 될 것”이라고 포천시를 꼬집었다.

이어 성동1교에 도착해서는 성동1교를 건너 둔치길 따라 풍혈산 파주골순두부 앞에서 돌다리(징검다리)를 이용, 하천을 건너야 한다. 그 후에는 세월교까지는 하천길 조성하고 그 이후엔 또 다시 둔치길을 따라 수입리 세월교 삼거리까지 이어진다.

포천시가 올 12월 완공하겠다는 38역사체험길 현장을 걸어 봤지만, 길을 찾기조차도 어려운 실정이다. 둔치길을 걷다가 자동차 도로가 나오는가 하면 다시 둔치길과 자동차 도로 걸기를 수차례 반복해야 한다. 이곳 지리를 잘 안다는 지역민조차도 어느 쪽으로 가야할지 모르겠다는 반응이다. 복덩이인 줄 알았던 역사체험길이 오히려 애물단지로 전락할 것이라는 지적이다.

사은교는 차량이 교행하기도 어려운 폭이 좁은 교량이다. 이 교량에 체험길을 개설하다 보니 교통사고 위험이 도사리고 있다. 주민 A씨는 “장담하건데 교통사고는 반드시 발생할 수 밖에 없다”며 노선변경을 요구했다.
사은교는 차량이 교행하기도 어려운 폭이 좁은 교량이다. 이 교량에 체험길을 개설하다 보니 교통사고 위험이 도사리고 있다. 주민 A씨는 “장담하건데 교통사고는 반드시 발생할 수 밖에 없다”며 노선변경을 요구했다.
38휴게소 부근 하천 둔치길로 성동 삼산대교까지 걸어야 하고, 이 교량에서는 삼산대교를 건너 지방도 372호선 옆을 지나가야 한다. 지방도 372호선은 2차선 도로에 체험길 가드레일을 설치했다. 사람이 지나가야 할 길은 곳에 따라 폭이 1m 남짓, 지나가는 사람조차 교행하기가 어려울 정도다.
38휴게소 부근 하천 둔치길로 성동 삼산대교까지 걸어야 하고, 이 교량에서는 삼산대교를 건너 지방도 372호선 옆을 지나가야 한다. 지방도 372호선은 2차선 도로에 체험길 가드레일을 설치했다. 사람이 지나가야 할 길은 곳에 따라 폭이 1m 남짓, 지나가는 사람조차 교행하기가 어려울 정도다.
성동리 파주골 순두부집 하천에 징검다리를 놓고 있다. 둔치길과 도로를 오고 가는 길에 어디로 가야할지를 헷갈리는 체험길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성동리 파주골 순두부집 하천에 징검다리를 놓고 있다. 둔치길과 도로를 오고 가는 길에 어디로 가야할지를 헷갈리는 체험길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이 사업의 문제점은 뭔가

임진강 평화문화권 38선 역사체험길은 한반도 남북이 38선으로 분단된 역사적 사실을 재발견하고, 영평천 일대 수려한 경관을 활용한 관광자원 개발이 목적이다.

그러나 포천시가 담당부서를 정하지 못하다가 역사 혹은 관광지와 전혀 무관한 포천시 부서가 전담해 추진했다. 제대로 된 역사체험길 조성은 처음부터 기대하기 어려운 일이었다.

게다가 체험길을 조성하는데 지장물 보상비가 전혀 책정되지 않았다. 기존도로와 공용부지만을 활용해 체험길을 조성하다 보니, 해결 방법을 찾느라 고심한 흔적은 이곳저곳에서 보인다. 본래 취지의 38역사체험길은 실종되고 땜질식 사업이 되어 버렸다.

포천시 관계자는 “보상비가 책정되지 않은 상황에서 추진하다 보니 사업 취지를 살리는데 한계가 있었다”며 “문제점을 최대한 보완하겠다”고 말했다.

◇문제의 38역사체험길 어떻게 해야 하나

38역사체험길 조성사업은 포천시 행정의 민낯을 그대로 보여준다. 공사업자가 대중공연을 기획한 꼴이다. 이러고도 관광객을 유치하고 고용창출 지역경제를 활성화시키겠다는 발상 자체부터가 웃기는 일이다.

공모사업이니 그럴 수 있다고 항변하겠지만 총 사업비 84억 원 가운데 포천시가 39억(국비 37억, 특조금 8억)을 투입됐다. 게다가 용역비는 역시 포천시 몫이다. 포천시 예산 수십억을 투입하고도 실효성 없는 사업현장이 어디 이곳 뿐이겠나? 싶다.

영평천 일대는 역사와 빼어난 곳이 수없이 많다. 선사유적지와 영평8경, 영평현 터 등 고대와 조선시대 유적지가 많다. 현재 공정율 4-50%의 38역사체험길 취지를 살리려면 악취부터 해결해야 한다. 여기에 산재해 있는 유적지와 연계한 소규모 산책로를 개발, 영평천의 과거와 현재를 조명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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