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제가 생각하는 ‘세상을 위한 정의’는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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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제가 생각하는 ‘세상을 위한 정의’는요”
  • 포천일보
  • 승인 2021.04.21 15: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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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명실 경기교육청 시민감사관, 포천석투본 대변인
오명실 경기교육청 시민감사관, 포천석투본 대변인

◇ 청탁금지법과 공직자 행동강령이 나에게는

경기도교육청 시민감사관으로 위촉된 후 특정감사와 종합감사가 미루어진 채 코로나19를 맞이하였다. 다른 바이러스 전염병처럼 짧은 시간에 이겨낼 수 있을 것 같은 희망은 1년이 넘도록 막연한 진행형이다. 이런 상황에서 시민감사관 역할을 고민하였고, 고민 속에서 학부모 청렴 강의를 하게 되었다. 어렵게 공부하는 참에 국민권익위원회 청렴연수원에서 운영하는 청탁금지법, 공직자 행동강령, 부패신고 및 보호보상, 공익신고자 보호제도 등 ‘청렴 강사 기본과정’ 자격 취득에 도전하였다.

나름 청탁금지법 강의도 하고 시험 문제 난이도도 그리 어렵지 않다고 생각되었으나, 결과는 불합격이었다. 서류평가에서 점수가 낮았다. 학부모나 교사 대상으로 강의도 하고 교육청에서 통계 낸 만족도 조사 결과도 첨부했는데 어느 부분이 부족해서 서류평가 점수가 낮은지 문의해 보았다. 연수원 담당자는 내가 공무원이 아니라서 서류평가가 낮단다. 차별이란 생각도 들었고 불공정하다는 내 의견을 이야기하고 전화를 끊었지만 좀 억울하였다. 아무리 생각해도 공무원들과 나는 같은 출발선에서 시작하는 시험이 아니라서 오기로라도 시험 점수를 더 올려야겠다는 생각으로 재시험을 보았고 결과는 ‘합격’이었다.

청탁금지법 복습을 위해서 청렴연수원 사이버 강의 수강 신청하려고 보니 공무원만 수강할 수 있단다. 담당자에게 “공무원과 일반 시민들에 대한 차별인 것 같다, 청탁금지법 적용은 공무원만 대상이 아니라 ‘공무수행사인’인 일반 시민에게도 적용되는 부분들도 많고 분명 법으로도 규정이 되어 있는데, 청탁금지법에 관심 있는 시민이나 나 같이 기본과정 자격에 관심 있는 사람은 어떻게 공부하라는 건지, 일반 시민들도 관심 갖게 하려면 시스템 개선이 필요하다!”라고 항의성 볼멘소리를 불편하게 던졌다.

청탁금지법은 2016년 9월 28일부터 시행되어 6년째 접어들고, 국민 다수는 ‘김영란법’을 모르는 사람이 없다. 김영란법은 청탁과 부정청탁 모두 금지하여 부패의 고리를 끊기 위해 마련된 법으로서 정확한 명칭은 ‘청탁금지법’이다.

◇ 사회적 이슈로 부각되고 있는 ‘엘리트 카르텔’

몇 년 전 미국 정치학자 마이클 존스턴 콜게이트대학교 교수가 우리나라 방송 프로그램에 출연해서 “한국의 부패유형은 매우 흥미롭다. 많이 배운 놈들이 조직적으로 뭉쳐 국민을 등쳐먹는다. 그런 한국 사회는 ‘엘리트 카르텔형’이다 ”라며 날카로운 지적을 했었다. 그때부터 우리나라 공직사회와 기득권층, 국회와 청와대, 정당, 대기업 등 부패를 낳는 요인으로 분류되어 그들을 ‘엘리트 카르텔’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한국의 부패문제에 대해서 서울대 사회학과 이재열 교수도 ‘기득권층 짬짜미형 부패’라고 불렀다.

현재 20대 청년들은 일자리가 없어서 아르바이트를 직업처럼 하거나 공무원시험을 준비하는 두 부류로 나누어진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최근 30대 직장인들도 공무원시험 준비를 병행하고 있고, 그들의 선택에는 정년 보장과 연금지급, 복리후생 지급, 공정한 채용과 승진과정 보장 이유가 있을 것이다. 20~30대들이 느끼는 기득권층의 권력에 대한 불평등, 불공정, 부정의에 대한 저항일 수도 있겠다. 한편으론 청소년과 청년들 사이에서 직업 선호도 중 상위권인 공무원은 꿈을 위한 삶이 아니라 사회가 주는 불편함을 좀 더 편안하게 살고 싶다는 선망의 대상으로 보는 것 같다.

학벌주의가 강한 우리나라 사회는 출신학교(고등학교, 대학교 등), 지역, 인맥 중 한 가지라도 인간관계가 형성되어야 사회생활에서 유불리가 나누어진다.

엘리트들은 우월주의에 빠져 경제 수준과 학벌 수준, 지식수준이 비슷한 무리 속에서 신뢰감을 형성하고 결탁을 일삼는다. 그들만의 엘리트 인맥으로 쉽게 문제를 해결해주고 서로 불공정하게 부정의 한 청탁 문제도 해결하며 관계를 더욱 돈독하게 한다. 폐쇄적이고 정치화된 기득권층의 무리가 판치며 그런 관계를 용인하는 사회는 엘리트 카르텔, 기득권층 짬짜미부패를 확대 재생산하여 정치, 사회, 경제를 지배하게 된다.

국민권익위원회 2020년도 부패인식도 조사 종합결과 보고서에 따르면 [그림1]과 같이 공직사회 부패수준을 묻는 질문에 ‘공무원이 부패하다’는 응답에 공무원은 1.4%인 반면, 일반 국민은 33.1%로 공직사회에 대한 부패인식 차이가 국민과 공무원 간 31.7% 인식 차이로 크게 나타나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림2]는 우리 사회의 공정 수준 인식에 대한 설문 조사다. ‘우리 사회가 불공정하다’는 응답에서 국민은 43.4%인 반면, 공무원은 14.6%로 공정인식에도 28.8% 인식 차이를 보였다. ‘우리 사회가 불공정하다’고 생각되는 주된 이유로는 모든 조사대상에서 ‘실제 우리 사회의 부패행위가 만연해 있기 때문에’가 가장 높았다.

국민권익위원회 조사 결과에서 보여주듯이 국민은 우리 사회에 만연해 있는 부패행위에 대해서 불공정하게 생각하고 있다. 반면 공직자들이 스스로 청렴하고 공정하다 생각하는 지점은, 어쩌면 스펀지는 물에 젖으면 수많은 틈 속으로 물을 머금고 있듯, 서서히 무의식 속에서 부패해도 괜찮다는 인식과 문화에 젖어드는 것은 아닐까. 그들만 못 보거나 못 느끼는 건 아닌지, 아니면 외면인지는 모르겠으나 안타깝다.

◇ ‘이해충돌 방지법’이 빠진 반쪽짜리‘청탁금지법’

연일 언론에서는 한국 토지주택공사 LH 직원들이 내부정보로 신도시 땅 투기 의혹과 공직자 임직원들의 부동산 투기 의혹이 혼란스럽게 사회면을 장식하고 있다. 헌법에도 명시되어있는 ‘공무원의 봉사직’의 의무를 위반하고 자신들이 가진 정보와 권력을 이용해서 부동산 투기로 재산 이득을 취했다는 보도에 박탈감을 느낀 성난 민심은 공분을 멈추지 않았다. 이처럼 현재 우리 사회는 공직자와 정치권에서도 다양하게 드러나는 부동산 투기는 노후대비용과 ‘엘리트 카르텔’ 부패의 가면을 쓰고 뜨거운 이슈로 부각 되고있다.

일각에서는 이번 공직자들의 투기 사태에 대해 ‘공무원은 부동산을 늘릴 수도 없는 건가?’라는 어처구니없는 항변을 하였다. 부패방지권익위법 제2조(정의) 4호 “부패행위”란(생략) ‘가. 공직자가 직무와 관련하여 그 지위 또는 권한을 남용하거나 법령을 위반하여 자기 또는 제3자의 이익을 도모하는 행위’라고 규정되어 있다. 또한, 제7조 2(공직자의 업무상 비밀이용 금지)‘공직자는 업무처리 중 알게 된 비밀을 이용하여 재물 또는 재산상의 이익을 취득하거나 제3자로 하여금 취득하게 하여서는 아니 된다.’라고 규정되어 있다. 직무상 알게 된 정보는 본인들의 사적 이익에 사용하는 것이 아니라 국민과 지방자치단체 지역 시민 등 모든 사람에게 투명하게 공개해서 공정성을 의심받지 않아야 한다. 이는 법 제도 안에서 공공의 이익을 위해서 차별 없이 누구나 정보를 활용할 수 있게 도와야 하는 게 공직자의 의무이다. 그 업무를 담당하면서 본인이 알게 된 고급 정보를 학연·지연·혈연으로 맺어진 인맥으로 결탁한 엘리트 카르텔 속에서 사익을 추구하라는 것이 아니다.

우리 지역 전철 유치를 담당하며 직무 관련 사전 정보로 부동산 투기해서 구속된 공직자를 두고 그 사람을 아는 사람들은 ‘사람이 변했다’고 한다. 그러나 사람이 변하기 전 공직자로서 자신이 위치하는 권력과 그 권력을 암암리에 사용하도록 만연하게 묵인하는 사회 제도를 탓해야 하지 않을까? 아직도 공무원 중에는 식당에서 다른 테이블에 앉아 있는 시의원의 밥값을 계산해야 하는 건 아닌지 고민한다. 지방자치단체 과장급 공직자가 공개되어있는 SNS에 본인의 생일날 직무 연관성이 있는 기관과 공무수행사인에게 받은 꽃바구니와 선물을 사진 찍어서 자랑삼아 올리는 것을 보고 안타까움을 감출 수 없었다.

김영란 전 국민권익위원장은 대담집에서 청탁금지법을 만들면서 궁극적으로는 금품수수와 부정청탁만 막아서는 안 되고 그 직위를 이용해 사익을 추구하는 유형을 예방하고 이해충돌을 방지하기 위한 법이 ‘이해충돌방지법’이라 했다. 김영란 전 위원장은 청탁금지법, 부패방지권익위법, 이해충돌 방지법, 이 세 가지가 하나로 만들어졌었는데, 국회에서 이해충돌 방지법이 빠진 반쪽짜리 법이 되었다고 한다.

만약 청탁금지법이 만들어질 당시 이해충돌 방지법이 있었다면 지금과 같은 LH의 부동산 투기, 우리 지역의 공직자 부동산 투기와 봐주기식 감사, 정치인들의 투기 등 부패는 사전에 정비가 되고 예방이 가능했을 것이다. 정치권과 국회에서는 지난 4월 7일 지방자치단체 보궐 선거를 앞두고 정당의 승리를 위해서 이제야 ‘이해충돌 방지법’을 부랴부랴 제정하겠다는 움직임을 보였다. 소 잃고 외양간 고친다는 속담처럼 공직자에 대한 신뢰도는 하락했지만, 지금이라도 예방적인 법률이 제정되어 국민의 공분을 잠재워야 할 것이다. 어쩌면 이번 공직자 땅 투기와 정치인들의 부동산 투기가 엘리트 사이에서 스스로 청렴하고 부도덕한 행위를 반성하고 각성하는 계기가 되어 아주 작게라도 우리나라 청렴도 인식이 상승하는 기회가 되길 희망해 본다.

◇ 과거 온정주의 문화는 새로운 문화로 혁신이 필요

우리나라는 예부터 정으로 맺어진 동방예의지국이라 불릴 정도로 인정 문화, 정을 내세운 온정주의를 중요시한 정서를 가진 문화였다. 우리 문화는 밥을 먹으면서 친해지고, 온 동네 가가호호 가정사를 모두 알 정도였다. 이러한 온정주의는 거절하기 어려운 분위기의 문화가 형성되고, 출세하려면 적을 만들지 말라는 사회적 분위기가 타인의 부탁을 정중하게 거절하지 못해서 시간이 지나고 보면 공사의 구분이 불명확하게 되기도 한다.

그러나 현대 사회는 도시 문화이고 개인주의화 되어가는 산업화 시대에 자칫하면 온정주의 문화가 거래의 공정성을 의심받기도 한다. 어떤 공직자는 원리원칙을 중요하게 생각하고 규정에 맞지 않는 민원은 보완하게끔 안내한다. 그러나 ‘좋은 게 좋은 거’라며 거절당했다고 생각한 민원인은 불평불만의 대상으로 낙인찍어 상급 권력자나 정치인 측근한테 민원을 제기하다 보니, 잦은 민원들은 결국 승진과 보직에 영향을 미치는 경우도 보았다. 또한, 같은 정규직 공무원이지만 사무직과 공업직 사이에서도 승진과 보직의 영향과 출신 지역 등 같은 공무원들끼리도 차별이 빈번하였다.

이제는 공직사회뿐만 아니라 우리 모두 새로운 문화로 혁신해야 한다. 거절이 쉬운 문화를 만들고 직무와 관련된 갈등에서는 거절할 수 있는 권한이 주어지는 시스템이 정착되어야 할 때이다. 온정 문화는 사람이 살아가는 세계에서 필수 불가결이지만, 인간관계에서 사익과 공익은 마땅히 구분되어야 한다. 공익적인 관계에서 내가 혜택을 받을 때 누군가는 소외되고 불공정한 처지를 당한다는 생각이 먼저 되어야 한다.

국제기구가 집계한 공직사회 부패지표를 봐도 우리나라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입되어 선진국으로 분류되지만, 아직 갈 길이 멀어 보인다. 국제투명성기구가 발표한 자료[그림3]에 따르면 2020년 국가별 부패인식지수(CPI)에서 한국은 180개국 중 33위이다. 해마다 상승은 되고 있으나 37개 (OECD)회원국 가운데는 23위로 낮은 순위다. 우리는 스스로 부패하지 않다고 착각하는 것은 아닌지 내시반청(內視反聽) 해야 한다.

◇ “제가 생각하는 ‘세상을 위한 정의’는 요”

평소 나는 공정하지 못한 상황이나 계층 간 무시, 약자와 노동자 등 누군가 소외되거나 차별이 만연한 상황에서 불의를 못 참을 때가 종종 있다.

청렴 강의를 준비하고 공부하면서, 사회 전반적인 불공정한 행태, 학자들이 예리하고 날카롭게 지적한 짬짜미 사회와 엘리트 사회의 문제점을 인식하게 되었다. 청탁금지법 등 청렴 교육을 받거나 내가 교육할 때마다 내가 실수하건 없는지 나를 점검하는 시간이 된다. 막연하였던 소심한 나의 저항들은 이제야 더 깊고 단단하게 사회를 바라보고 다가서게 되는 성장의 발판이 되었다. 또한, 청렴에 대한 올바른 철학과 과감한 정책이 필요할 때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나의 강의 중 마무리 이야기를 나누고자 한다.

“‘청렴이란?’ 생각하셨을 때 무엇이 떠오르시나요? 저는 청렴하면 ‘세상을 위한 정의’가 아닐까 생각합니다. 제가 생각하는 세상을 위한 정의는요, 공공의 이익을 넘어서 모두에게 공정한 기회가 부여되고, 소수 사회 약자, 또는 누구든지 차별과 소외, 부당함, 억울함, 불공정을 당하지 않는 사회를 만들어가는 것이 그나마 작게라도 제가 할 수 있는 세상을 위한 정의가 아닐까 생각합니다. 아프지 않은 사회, 함께 만들어갑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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