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자신의 창의성을 감옥에 가두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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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자신의 창의성을 감옥에 가두려면
  • 포천일보
  • 승인 2023.08.08 15: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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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철|포천문화원 부원장
김현철|포천문화원 부원장

각종 성격유형검사도 유행을 탄다. 얼마 전까지는 애니어그램이 사람들 사이에게 유행하더니 최근에는 MBTi가 화제다. MBTi는 Myers-Briggs Type Indicator의 약자로 정신분석의 창시자인 프로이트와 교류했던 칼 구스타프 융의 심리유형론을 토대로 고안한 자기 보고식 성격 유형검사도구이다.

누구나 가장 잘 모르는 사람이 어쩌면 자기 자신일 수도 있다. 그래서 자신을 알고 싶어하고 자신을 이해할 수 있는 분석 도구에 관심이 많다. 전통적인 분석 도구로 12간지(干支)를 중심으로 한 사주팔자가 있다. 과거에는 결혼할 때 이른바 띠궁합을 매우 중요하게 여겼다. 지금은 이것을 미신이라고 웃어넘기는 사람마저 다른 미신(분석 도구)을 신뢰하기도 한다. 이 중에는 황도 12궁이나 타로점처럼 주술적 요소나 신화적 요소가 있음을 숨기지 않고 드러내는 것도 있고, 애니어그램, MBTi, TCI 검사처럼 과학적이라고 강조하는 것도 있다. 또 몸과 관련해서는 사상체질별 특성이나, 혈액형별 성격을 신봉하기도 한다.

이런 것들을 재미삼아 해보고 잊어버리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철석같이 믿는 사람도 있다. 오랫동안 회자되어온 것이 혈액형별 성격이다. 고학력에 평소 상당히 합리적인 사고를 하는 사람이라도 혈액형별 성격 유형을 굳게 믿기도 한다. 그런데 사람의 성격이 혈액형에 의해 결정된다니, 그것도 4가지 유형뿐이라니? 이와 관련한 어떤 연구에서도 혈액형과 성격의 연관성에 관한 단서를 찾아낸 적이 없다. 일본인들과 한국인들이 유난히 혈액형과 성격 유형의 관련성을 굳게 믿는다고 한다.

혈액형으로 구분해서 그 많은 사람의 성격을 4개로 유형화하는 것은 너무 터무니없어 보여 9개로(애니어그램), 혹은 16개로(MBTi) 늘려도 마찬가지다. 어떻게 인간의 성격 유형을 딱 잘라 9개로, 혹은 16개로 규격화할 수 있겠는가?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런 것을 굳게 믿으면 많은 문제가 생긴다. 로젠탈 효과라는 게 있다. 교육학에서는 피그말리온 효과라고 하고, 의학에서는 플라시보 효과라고 한다. ‘자성예언 효과’라고 번역하기도 한다. 즉, 타인(혹은 자신)이 기대한 대로 결과가 나타나는 것이다. 만약 자신이 내향적인 사람이라고 확신한다면 그 자성 예언에 맞게 행동하면서 자신이 원래부터 내향적인 사람이라고 굳게 믿어버릴 것이다.

스탠퍼드 대학의 심리학자 캐럴 드웩은 자신의 책 『마인드셋』에서 인간이 성취를 이루는 데 있어서 결정적 요소가 ‘마인드 셋’이라고 주장한다. 마인드셋은 두 가지 유형이 있다. 성장 마인드셋(Growth Mindset)과 고정 마인드셋(Fixed Mindset)이 그것이다. 성장 마인드셋은 타고난 재능 여부와 상관없이 도전과 경험을 통해 성장을 계속함으로써 성취를 이룰 수 있다는 생각이고, 고정 마인드셋은 성취를 이루려면 처음부터 타고난 재능이 있어야 한다는 생각이다. 또 미시간대학교 조직행동학 교수인 수잔 애쉬포드는 자신의 책 『유연함의 힘』에서 인간의 마인드셋 유형을 ‘성과 증명 마인드셋’과 ‘학습 마인드셋’으로 구분한다. 역시 인간의 능력이 고정적 자질이라고 믿는가(성과 증명 마인드셋), 아니면 능력이 가변적이라고 믿느냐(학습 마인드셋)의 차이다. 인간이 자신의 삶에서 반복적으로 만나게 되는 도전 과제들을 ‘성과 증명 마인드셋’은 ‘자신의 약점을 들추어내는 시험’이라고 생각하고, ‘학습 마인드셋’은 ‘최선을 다해 새로운 무엇인가를 배울 기회’라고 생각한다고 한다.

어떤 성격유형검사를 하든 자신이 ‘어떤 유형으로 고정된’ 사람이라고 생각한다면 의미있는 성장은 불가능하다. 자신의 약점이라고 생각하는 것은 ‘난 원래부터 안돼’라고 판단하고 아예 처음부터 포기해버릴테니 말이다. 참 불행한 일이다. 도전하고 학습함으로써 자신이 가진 무한한 창의성을 발휘할 기회를 처음부터 포기하는 것이나 다름없다.

성격유형검사는 심심할 때 그저 재미로 해보는 게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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