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한국천주교회를 연 광암 이벽 선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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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한국천주교회를 연 광암 이벽 선생
  • 포천일보
  • 승인 2023.08.25 11: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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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호식 포천미래포럼 전 회장
양호식 포천미래포럼 전 회장

한국의 천주교신자는 591만명에 이르고 전체 인구의 11.1%에 해당한다. 이처럼 많은 천주교신자의 샘물 역할을 한 분은 광암 이벽선생이다. 선생은 자생적으로 천주교회를 만들어 한국천주교회의 설립자가 되었다.

선생은 1754년 포천시 화현면 화현리 543-1번지에서 태어났다. 경주이씨 국당공파로서 아버지 부만(簿萬)과 어머니 청주한씨 슬하의 6남매 중 둘째이다. 광암 집안은 무반에 해당되어 아버지께서는 선생에게 무과에 응시할 것을 종용하였으나 선생은 이를 완강히 거부하고 학문에 전념하였다. 광암의 현조부 이경상이 소현세자를 모시고 청나라에 다녀오는 길에 구해온 서학서적을 섭렵하였다. 그 당시 유학적 기반이 약화되는 것을 깨닫고 서양학문과 문물을 받아들일 필요성을 절감하여 서학에 심취하였다.
선생은 서적으로 천주교를 접하고 1779년 권철신, 정약전 등 기호지방의 남인학자들과 광주 천진암에서 강학회를 열어 토론을 하면서 천주교에 대한 지식을 동료들에게 전파하였다. 이로써 훗날 한국천주교 신앙운동이 자생적으로 일어나는데 기여하였다.

선생은 1783년 사돈인 이승훈이 아버지를 따라 청나라에 간다는 소식을 듣고 이승훈에게 천주교 교리를 배우고 영세를 받아오라고 부탁했다. 한국 최초의 셰례자가 된 이승훈은 1784년 음력 9월경 서울 수표교에 있던 자기 집에서 광암에게 세례를 주었다. 광암은 권철신, 권일신, 정약전, 정약종, 정약용, 이윤하, 김범우에게 천주교를 전파하였습니다.

선생은 신앙생활을 체계적으로 진행하기 위해 교단조직과 교직자가 필요한 것을 깨닫고 한국 최초의 천주교 교단조직인 ‘가성직자계급’을 조직하였다. 이 조직이 한국 최조의 천주교회의 모태가 되었다. 광암 선생에게 주목할 점은 한국 천주교회의 주춧돌이 된 것과 서학을 독학하여 학문단계에서 신앙단계로 승화시킨 점이다.

선생은 다산 정약용 선생의 스승이었다. 다산 선생에게 유학을 지도하였을 뿐만 아니라 천주교 교리를 전파하여 다산이 천주교도가 되게 하였다. 광암 선생의 누님은 다산 선생의 큰 형님인 정약현과 혼인하였으므로 두 사람은 사돈 지간이다. 광암 선생은 다산 선생의 사상에도 큰 영향을 미쳐서 다산 선생은 여우당전서에서 이런 글을 남겼다. “정조께서 내리신 중용강의에 관한 과제를 수표교에 살고 있던 광암 이벽의 도움을 받아서 1등을 하였다. 광암이 지금까지 살았다면 그 출중한 덕행과 넓은 지식을 어찌 비유하겠는가.” 이 글을 통하여 선생이 넓은 지식과 큰 인품을 지녔음을 알 수 있다. 선생은 최초의 셰례자인 이승훈과도 사돈 지간이었다. 이승훈은 다산 선생의 매부로서 다산 선생의 누이와 혼인을 하였다. 광암 선앵은 이승훈과 이런 인맥으로 인하여 이승훈에게 교리를 배우고 영세를 받으라고 하였다.

포천 출신으로 순교자인 홍교만은 광암으로부터 교리를 전수받은 권철신, 권일신 형제와 고종사촌이었다. 홍교만, 홍인 레오 부자가 순교자가 된 것도 광암 선생과 연관이 있는 것을 알 수 있다.

광암의 순교에 대해서는 아직도 정립이 안되어 있다. 선생은 유학 집안에서 태어났으므로 아버지의 극심한 천주교반대에 직면하였다. 선생은 효도와 천주교 사이에서 번민 하면서 어느 가치 하나를 배척할 수 없었으므로 화현면 생가에서 칩거를 하면서 금식을 하였다. 결국 선생은 아사순교의 경지에 이르게 되었다. 유학자 집안 출신으로서 효도를 지키면서 천주교 신앙을 지키는 방법은 아사순교 밖에 없었던 것이었다. 선생의 아사순교에 대하여 공정한 평가가 이루어져서 합당한 서품이 이루어져한다.

(재)포천문화관광재단은 2023. 5. 20. 광암선생의 생가터에 광암 유적지 개관식을 가졌다. 광암 선생이 한국천주교의 최초의 자생적 신자이고 교회의 주춧돌 역할을 하였으므로 순례신자들이 많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더욱이 2027년 세계청년대회를 앞두고 광암 유적지가 많은 조명을 받게 될 것이다. 이에 맞추어 광암 유적지에 순례신자들이 휴식과 명상을 할 수 있는 공간이 마련되어야 한다. 또한 숙박 및 편의시설이 보강되어야 한다.

광암 선생은 천주교 이외에도 인격완성과 자아성찰을 이룬 성인으로 평가되어야 한다. 광암 선생은 타고난 천성을 보존하고 이를 자신의 본성으로 성장시켜 인격완성의 경지에 이르렀다. 부단한 자아성찰을 통하여 본성을 갈고닦은 행적은 인문도시 포천의 표본이 되기에 충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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