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다시 생각해보는 서(恕)의 정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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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다시 생각해보는 서(恕)의 정신
  • 포천일보
  • 승인 2023.09.07 11: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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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호식 포천시인문도시추진협의회 공동위원장
양호식 포천시인문도시추진협의회 공동위원장

세상이 갈등의 늪에 빠져 있다. 이념의 갈등, 빈부의 갈등, 세대의 갈등, 진영의 갈등, 지역의 갈등, 국가의 갈등이 폭과 깊이를 더하고 있다. 갈등은 분쟁으로 악화되어 인류의 평화를 위협하고 있다. 갈등은 적대감을 드러내고 있다. 처지가 다르면 무조건 반대하고 적대시하는 풍조가 만연되어 있다. 상대가 잘하는 것조차도 용인하지 않으려고 한다. 우리 사회는 언제 폭발할지 모르는 시한폭탄을 안고 있다. 적대감은 극악한 범죄로 표출되고 있다. 갈등, 분쟁 및 적대감을 해소할 방법이 절실한 때이다.

공자는 평생 간직하고 실천할 만한 한 글자를 묻는 제자 자공의 질문에 그것은 바로 서(恕)라고 말한다. 그 서(恕)는 자기가 하기 싫은 것을 타인에게 하지 않는 것이라고 설명해 준다. 서(恕)라는 글자를 해자하면, 같을 여(如)와 마음 심(心)이 합성한 글자이다. 서(恕)는 같은 마음을 의미한다. 서(恕)라는 한 글자가 어떻게 평생 간직할 만한 가치를 지니는 것인지 궁금해진다.

같은 마음이 되면 타인의 마음과 같아지므로 타인의 사정과 형편을 이해하게 된다. 타인의 처지를 이해하면 타인의 처지에 대하여 타인을 문책하고 타인에게 전가하기 이전에 적어도 타인의 처지에 대하여 나의 관련성을 반성하게 되고 내탓을 자각하게 된다. 내탓을 자각하게 되면 타인의 처지를 해결하기 위해 내가 주도적으로 관여하고 협력하게 된다. 이로써 나와 타인이 평화를 누리게 된다. 서(恕)라는 같은 마음은 이해를 이뤄내고 협력관계를 만들고 평화에 도달하게 한다.

같은 마음을 갖는 것은 자연의 순리이다. 만공선사는 도를 깨치면서 읊은 시 중에 세계는 하나의 꽃이고, 모든 생명체는 한 가족이라고 하면서 남을 위하는 것이 자기를 위하는 것이고, 나와 남이 둘이 아니라 하나라고 하였다. 조금 눈을 높여 세상을 자세히 관찰하면 모든 것이 연결되어 있는 것을 알 수 있다. 이웃의 불행이 나와 무관하지 않은 것은 나의 보험료, 세금 등 공적 부담금이 증가하는 것에서도 알 수 있다. 다른 나라의 자연재해나 전쟁이 우리 나라와 무관하지 않은 것은 원자재 가격이 인상되어 우리 나라의 경제에 악영향을 미치는 데서 알 수 있다. 결국 인간이 같은 마음을 가질 수밖에 없는 것은 서로가 연결되어 있고 일체를 이루는 자연법칙에 근거하고 있다.

세상은 서로 연결되어 일체를 이룰 뿐만 아니라 순환하며 회귀하고 있다. 좋은 원인이 좋은 결과를 낳고, 나쁜 원인이 나쁜 결과를 낳게 된다. 남에 대하여 선한 마음을 갖고 성원을 해주면 남에게 좋은 영향을 미치기 이전에 나의 마음에 좋은 씨앗을 뿌려서 좋은 결신을 맺게 된다. 남에게 악한 마음을 가지고 증오하고 적개심을 가지면 남에게 나쁜 영향을 미치기 이전에 나의 마음에 나쁜 씨앗을 심게 되어 나쁜 결실을 맺게 된다. 이런 순환과 회귀의 원리를 깨닫고 나서는 좋은 마음, 선한 마음을 갖도록 노력하게 된다.

티베트는 1950년 10월 중국 인민해방군의 침공을 받은 후에 중국의 지배를 받게 된다. 티베트정부는 인도에 망명정부를 세우고 많은 티베트인이 인도로 망명하였다. 티베트의 종교지도자인 달라이 라마는 중국을 ‘용서’한다고 한다. 티베트인들도 달라이 라마와 같은 사상을 가지고 있다. 우리 나라 사람들로서는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일이다. 티베트인들이 용서를 실행하는 근본에는 원한과 보복이 또 다른 원한과 보복을 일으킨다는 회귀적인 사상에 기초하고 있다. 남을 증오하게 되면 그 이전에 자신의 마음이 증오로 물들여져서 진정한 평화를 누릴 수 없기 때문이라고 한다. 티베트인들이 실천하는 용서는 평화를 염원하는 심오한 철학을 기초하고 있다.

서(恕)의 정신을 다시 생각해보면, 서(恕)가 이해와 협력과 평화를 이루게 하고, 더 나아가 세상 모든 것이 연결되어 있고 일체를 이루고 있다는 자연순리에 기초하고 있음을 깨닫게 된다. 세상 만사는 순환하고 회귀하여 나에게로 다시 돌아오게 된다. 서(恕)의 실천은 자기가 싫은 것을 남에게 하지 않는 소극적인 방법에 그치지 않고 남이 원하는 것을 먼저 이뤄주는 적극적인 방법을 요구한다. 같은 마음을 실천하여 갈등과 적대감을 극복하고 참된 평화를 누릴 수 있기를 염원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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