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마지막 길에 일회용 쓰레기를 남기고 싶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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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마지막 길에 일회용 쓰레기를 남기고 싶지 않습니다”
  • 포천일보
  • 승인 2023.10.23 09: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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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명실 기후위기 포천 시민행동 공동대표
오명실 기후위기 포천 시민행동 공동대표

며칠 전, 장례식장에서 개인 수저 사용하기 캠페인을 하겠다는 지인의 제안에 참 좋은 생활실천이라 생각했다.

개인 실천에 앞서 일회용 쓰레기가 많이 배출되는 장례식장에서 용기를 다회용으로 바꾸면 탄소배출을 줄이고 쓰레기도 줄일 수 있다. 결혼식장은 대부분 다회용기를 사용하는데, 왜 장례식장에서는 여전히 편리함을 이유로 일회용기를 사용하는 걸까?

포천에는 7개 장례식장이 있다. 그중 한 장례식장 관계자와 이 문제에 대해 논의할 기회가 있었다. 그는 “정부가 쓰레기를 줄이라고 하면서 장례식장은 규제 대상에서 제외하고 있어 탄소중립 정책에 역행하고 있다.”라며 “정부와 지자체가 지원한다면 일회용품을 안 쓸 수 있다.”라고 하였다.

환경부 조사에 따르면 한 장례식장에서 1년 동안 배출되는 일회용품은 11t에 달한다. 이를 다회용기로 대체하면 온실가스를 45t 감축할 수 있다. 장례식장에서 일회용품 사용 비율은 93.6%로서 1회용품 규제가 필요하다는 일부의 주장이 크다.

이에 장례식장들은 인건비 포함 비용 증가, 상조회와 외부에서 1회용품 지원 관례, 위생 문제, 다회용 전환 시 정부와 지자체 지원 필요 등 방안을 제시하였다. 유족들에게 1회용품 사용 인식조사에서는 ‘신속성’과 ‘장례비 절감’, ‘위생’ 등을 이유로 1회용품 사용을 선호하였다.

2019년 11월 환경부는 ‘1회용품 함께 줄이기 계획’을 발표했고, 2021년에는 국회와 정부가 관련 법률 개정안을 발의했다. 그러나 2022년 12월, 개정안 검토과정에서 장례업계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며 법률을 폐기했다.

현재 ‘자원의 절약과 재활용촉진에 관한 법률’에는 상례에 참석한 조문객에게 음식물을 제공할 때 조리시설 및 세척 시설을 갖춘 곳에서는 일회용품을 사용할 수 없다. 현재 전국 장례식장 1131개소 중 12%인 140개소만이 조리시설과 세척 시설을 갖추고 있어 대다수의 장례식장에서는 일회용품을 사용한다. 이 법률은 장례식장이 규제에서 벗어나 일회용품 사각지대로 만들고 조문객과 상주에게는 양심의 거리낌을 허용하는 것이다.

서울의료원은 지난 7월부터 전국 최초로 ‘일회용기 없는 장례식장’으로 운영하며 외부에서 제공하는 일회용품도 사용하지 않는다. 세종시는 작년 12월, 지역 장례식장 6곳과 일회용품 줄이기 업무협의 후 식기세척기 17대와 다회용 컵 2,500개를 지원하였다.

그러나 조문객이 몰리는 시간에 세척의 문제가 발생하였다. 이를 보완하기 위해 김해시는 ‘다회용기 공공세척장’을 만들었고 김해자활센터에서 운영하고 있다. 상주들이 사용한 다회용기를 한곳에 모아두면 장례식장이 수거해 공공세척장으로 보내면 자활센터 17명의 직원은 세척과 헹굼, 살균, 소독까지 마친 후 새것처럼 포장해 각 장례식장으로 다시 보내는 순환업무로 운영하고 있다.

이와 같은 성공사례처럼 “일회용품 없는 장례식장”을 만들기 위해 지자체의 적극 행정이 필요하다. 더 넓게는 공공세척장 이용을 장례식장뿐만 아니라 관변단체에서 진행하는 외부 행사까지 확대한다면 더욱 금상첨화가 될 것이다.

탄소중립 실현을 위해 플라스틱과 일회용품 줄이기는 이미 우리 생활에 던져진 과제이다. 포천시도 이제는 조문객과 상주, 장례식장 모두에게 양심의 거리낌에서 벗어날 수 있는 정책과 지원제도를 마련해야 한다.

인간이 존엄한 생명을 마치는 날, 후손에게 쓰레기 대신 밝고 맑은 세상을 물려주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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