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청명한 가을날, 중년세대를 위한 제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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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청명한 가을날, 중년세대를 위한 제언
  • 포천일보
  • 승인 2023.10.23 09: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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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완 대진대 평생교육대학장
김정완 대진대 평생교육대학장

요즘 전형적인 가을 날씨가 계속되고 있다. 문득 “눈이 부시게 푸르른 날은 그리운 사람을 그리워하자”로 시작되는 서정주님의 시구가 생각난다.

여기서 ‘푸르른 날’은 사심없이 깨끗한 마음으로 세파 속의 이해관계를 넘어서는 사랑 우정 그리움을 의미한다. 시인은 청명한 햇살과 함께 초목이 단풍으로 물들어 가는 가을철이 되면 그 동안 바삐 생활하는 과정에서 아쉽고 서럽고 후회스러웠던 일을 반추해 보자는 것을 은유적으로 표현하고 있다.

가을은 남성의 계절, 특히 중년 남성과 관계가 깊은 계절이다. 가을이 되면 콧대가 높던 남성들이 갑자기 우울해지고 감상적으로 변한다. 이러한 현상은 여름내 푸르름을 뽐내던 초목들이 단풍 들고 낙엽이 되어 떨어지는 것을 보면서 그동안 자신이 영위해왔던 인생에 대해서도 무상함을 느끼면서 나타난다. 각박한 세상을 헤쳐 오던 과정 중에서 서운하게 대했던 사람들, 하고 싶었지만 하지 못했던 일, 가보고 싶었지만 가지 못했던 곳들에 대한 아쉬움과 미련이 크게 느껴진다.

우리 5060세대들은 정년을 맞이하면서 하던 일을 내려 놓아야 하고, 애지중지 키웠던 자식들도 성인이 되어 곁을 떠나고, 가끔은 죽마고우의 부고를 접하게 된다. 그런 가운데에서도 남성 호르몬이 왕성해진 아내가 더욱 드세져 보이면서 갑자기 의기소침해진다. 서정주님는 시(詩)라는 언어를 통해 이러한 중년 남성의 마음을 헤아리면서 격려와 함께 충고의 메시지를 전달하고 있다.

눈이 부시도록 푸르른 날, 즉 중년의 나이에서는, 보고 싶었던 사람을 한없이 그리워하듯이 그동안 억눌러 왔던 모든 생각과 감정을 풀어헤쳐 마음속을 티끌 하나 없도록 정화하자는 것이다. 이는 인생의 마감이 아니라 새 출발을 준비하기 위해서이다.

초목들이 가을 찬바람과 함께 서리가 내리면 낙엽을 떨구지만 영원히 죽는 것은 아니다. 이는 자연의 섭리에 의하면 새 봄을 위한 준비과정일 뿐이다. 우리 인생도 마찬가지이다. 한 해가 사계절로 이루어져 있듯이 우리네 인생에도 계절의 마디가 있다. 중년이라는 인생의 가을철을 맞이하여 그동안의 삶을 정리하고 인생 후반전을 준비해야 한다. 지금까지의 삶의 성공과 만족의 여부는 큰 의미가 없다. 운동경기의 최종 승부는 후반전에 결정되듯이 우리도 그동안의 삶을 어떻게 정리하고 다가올 여생을 어떻게 준비하는가가 중요할 따름이다. 성공적인 여생을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자신에 대한 자정(自淨) 작용이 필요하다. 그동안 숱한 위기 속에서도 죽지 않고 지금까지 살아온 자신에 대한 위로와 찬사를 보내야 한다. 셀프 격려와 함께 잘못했던 일에서는 교훈을 찾고, 잘했던 일에 대해서는 경험을 되살려야 한다.

정년(停年)의 영어 표현은 리타이어(retire)이다. 이는 새로운 여정을 위해 자동차 바퀴를 새로 장착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지금은 백세시대로 정년 후 사오십년을 더 살아야 한다. 인생 후반전을 위해 새로운 것을 배워야 한다. 앨빈 토플러(Alvin Toffler)는 21세기에 있어 문맹(文盲)은 단지 읽고 쓰지 못하는 것이 아니라 배우지(learn) 않고, 배웠던 것을 버리지(unlearn) 않고, 새로 배우지(relearn) 않는 것이라고 했다.

중년에게 평생교육은 필수이다. 새로운 지식과 정보 그리고 기술을 익혀야 한다. 그러나 인생 가을철의 생각과 행동은 젊은 시절과 달라야 한다. 젊었을 때에는 약육강식과 적자생존의 생활전선에서 치열하게 살았다면 이제는 협력하고 양보하면서 관대하고 여유롭게 살아야 한다. 마음에서 힘을 빼야 한다. 골프의 고수들이 힘을 빼고 치듯이 우리들도 인생의 고수답게 힘을 빼고 생활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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