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리더들이여, 자아실현의 기쁨을 독점하지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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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리더들이여, 자아실현의 기쁨을 독점하지 말자
  • 포천일보
  • 승인 2023.11.27 09: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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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철 포천문화원 부원장
김현철 포천문화원 부원장

인간은 누구나 자아실현의 욕구가 있다. 심리학자 매슬로(Abraham Maslow)는 인간이 생리적 욕구, 안전 욕구, 애정과 소속의 욕구, 존중 욕구를 거쳐 최종적으로는 자아실현 욕구를 추구한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조직 속에서의 인간이 느끼는 가장 짜릿한 감정은 이 자아실현과 관련된 것이다. ‘내가 조직에 큰 기여를 하고 있다’거나 ‘내가 아니면 이 조직이 돌아가지 않는다’, 혹은 ‘내가 동료와 조직의 성취에 결정적 도움을 주고 있다’는 생각이 그것이다. 리더가 이 기쁨을 독점하게 되면 구성원은 타성(惰性)에 빠질 수밖에 없다. 모든 리더가 그토록 강조하는 열정도, 자발성도, 주인 정신도 바로 사라진다. 그래서 영민한 리더는 이 기쁨을 구성원들의 것으로 돌려놓아야 한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다. 조직을 움직일 수 있는 지렛대를 찾아 그들이 눈치채지 못하도록 영향력을 발휘한다. 그 지렛대는 인간의 마음, 특히 자율성과 열정을 발휘할 수 있도록 영향을 주는 핵심 요소들을 말한다. 이것을 필자는 이것을 ‘레버리지(지렛대) 이펙트’라고 부르고 싶다. 나아가 이런 영향력을 발휘하여 높은 성취를 이루지만 그 공은 다시 구성원에게 되돌려놓는다. 이것은 레버리지 이펙트의 여러 요소 중에서 최고 수준이라고 할 수 있다.

손자는 “전쟁에서의 승리를 보는 식견이 보통 사람의 그것을 넘어서지 못한다면 최고가 아니다(見勝不過衆人之所知 非善之善者也)”라고 적었다. 조직구성원을 움직이는 식견이 보통 사람들의 식견과 다를 바 없다면 뛰어난 리더라고 할 수 없다. 조직의 여건과 환경, 구성원들의 태도나 능력 등 누구라도 볼 수 있는 표면적인 요인에만 집착한다면 조직구성원의 역동성을 이끌어내기 힘들다. ‘인간에 대한 깊은 이해’를 바탕으로 조직 구성원 사이에서 이런 변수들이 어떻게 상호작용하는지 통찰해야 한다. 현상의 이면과 기저를 볼 수 있어야 한다. 이것이 바로 손자가 말한 ‘보통 사람의 식견[衆人之所知]을 넘어서는 것’이다.

리더의 실패는 ‘리더의 부족한 점’이 아니라 ‘리더의 성공 경험’에서 시작된다. 과거의 경험에 대한 지나친 자신감이 자신만이 최고의 결정을 내릴 수 있다는 교만함을 부르는 것이다. 스탠퍼드 대학 총장을 역임하고 지금은 구글(알파벳)의 이사회의 의장으로 있는 존 헤네시는 그의 리더십 책 『어른은 어떻게 성장하는가(원제는 ‘Leading Matter’)』에서 ‘겸손함(humility)’를 열 가지 리더십 요소 중 첫 손에 꼽았다.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실패한 리더의 공통점이 바로 자신의 능력에 대한 지나친 자신감이라는 교만에서 시작된 것을 보면 뛰어난 통찰이 아닐 수 없다.

인간의 한계를 인정하는 데서 시작해야 한다. 리더가 모든 것을 할 수는 없다. 과감하게 위임해야 한다. 조직의 성공에 필수 요소가 리더의 위임과 그로부터 생겨나는 구성원의 자발성이기 때문이다. 제 2차 세계대전 때 미 해군을 이끌었던 니미츠(Chester Nimitz) 제독은 맥아더(Douglas MacArthur)와 비교되곤 한다. 독선적이고 자기 주장이 강했던 맥아더와 달리 니미츠 휘하에서 훈련된 장교들은 뛰어난 리더로 성장하는 것으로 유명했다. 니미츠의 리더십은 ‘불간섭주의’라고 불릴 정도로 파격적인 위임을 그 특징으로 한다. 이렇게 일사불란한 명령체계를 생명으로 하는 군대에서도 그러하니 다른 조직은 말할 것도 없다. 결정 하나가 생사를 결정하는 현대 기업에서도 CEO 리더십에서 가장 강조하는 것 중 하나가 바로 권한위임(empowerment)이다. 구성원들이 중요한 결정을 할 수 있는 권한이 있어야 주인처럼 사고하고 자신이 가진 역량을 최대한 발휘하기 때문이다. 어느 CEO는 자신의 방문 앞에 다음과 같은 문구를 적어 놓았다고 한다. “일하는 데 필요하다면 나를 무시하시오!”

타인의 가치를 위해 헌신하는 사람은 없다. 인간은 조직에서 자신의 가치가 실현된다고 믿을 때 최선을 다한다. 그리고 성취의 기쁨을 느끼고 더욱 성장한다. 그러니 리더가 이 기쁨을 독점해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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