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옹기장이’ 의 저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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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옹기장이’ 의 저울
  • 김종보 소설가
  • 승인 2016.08.01 08: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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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종보 소설가

어느 날 조용한 산골에서 옹기를 굽던 옹기장이가 한 숨을 내 쉬었다. 평소대로 알맞은 반죽과 불의 온도로 구워 냈음에도 옹기의 절반이 깨지고 터졌기 때문이다.

한동안 생각에 잠기던 옹기장이가 넋이 나가 있다 갑자기 무릎을 탁 치고는 그 즉시 저울을 가져와 새로 들여온 흙을 달아보자, 평소 무게와 다르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이유는 흙속에 불순물이 섞여 있었기 때문이었다. 믿었던 사람에게 사기를 당한 것을 알게 되자 좌절감에 빠져 들었다.

옹기장이는 평소 단순한 질그릇을 생산하는데 그치지 않았다. 그에게는 질그릇을 만들어 어느 집에서 대대손손 물려가며 자신의 혼이 영원히 살아 숨 쉬기를 바라는 자부심과 긍지를 갖고 있었다.

지금 포천 시민들은 정치적 해방을 맞아 한창 들떠 있다. 그토록 시민들의 가슴을 아프게 만들었던 시장의 직무상실에 따른 대법원 판결이 나왔기 때문이다.

우리는 참으로 그 얼마나 분노하며 답답해했던가. 참으로 그 얼마나 수치스럽고 부끄러웠던가. 참으로 그 얼마나 자괴감에 빠져 고뇌했던가.

밀고 당기는 편파적 기 싸움의 대립에서 기득권을 놓치지 않으려는 세력과, 이를 타파하려는 상대와 싸우며 시민소환제까지 받아내지 않았던가.

잠시 숨을 가다듬어 보자. 우리는 자유가 주어진 날부터 아니, 지도자를 선출하던 날 모두 진정한 옹기장이로서의 자질을 갖추었던가를 성찰해야 한다.

여기서 옹기는 쓸만한 지도자 배출이며, 옹기장이는 시민이다. 내 양심에 불순물이 들어있는 것조차 모른 채 자유를 망각하고 억지로 옹기를 만들어 내고자 ‘감언이설’ 의 ‘쓰나미’에 쓸리지는 않았는지를 자성해 보자는 것이 오늘의 주제다.

냉철해야 하는 ‘이성’(理性)의 저울인 양심의 ‘빙점’을 상실한 것을 말하기 전에, 지금 ‘사필귀정’이 어떻고, 진실은 어떻고, 정의는 어떻다는 논리를 끌어 들이지 말아야 한다. 이런 말이 나오도록 원인을 만들어 놓은 것은 과연 누구란 말인가.

지금 중앙에서 한 검사장의 비리를 놓고 결국 인사검증 시스템 라인이 잘못되었다는 것에 대해 구설을 면치 못하고 있지 않은가. 민주사회에서 공범이 만들어지는 과정은 자신도 모르게 이루어진다. 물러나는 시장의 부덕의 소치라는 말에서 또 한 사람의 ‘돈키호테’의 영웅의 파편이 떨어져 나간 패배자의 추한 모습을 보았다.

두 말할 나위 없이 지방자치에 검증의 주인은 시민이다. 어떠한 검증기구를 만들어도 공염불이기에, 이미 토착화된 고질적인 기득권의 DNA가 변화되지 않는 한, 포천의 발전은 기대할 수 없다.

거리가 있긴 하지만 다양한 제 문제들을 놓고 볼 때, 실상 검증 시스템이라 할 수 있는 의원들이 있음에도 의원들은 무엇을 했는가. 원인보다 수습의 부재를 놓고 하는 말이다. 관리감독을 말한다면 관변단체들도 결코 자유로울 수 없다. 아직 남아 있는 원망과 분노를 표출하자는 것이 아니다.

포천의 지명이 안을 ‘포’(抱)라는 것을 다시 한 번 상기해 볼 필요가 있다. 타성에 젖은 편애적인 마음을 버리고, 진정한 ‘옹기장이’의 주인 된 정신을 가져야 할 것이다. 본래 기득권의 습성이 보수적이고 배타적이지만, 이 시대의 기득권 표출은 스스로 어두운 동굴에서 ‘고정관념’의 추한 박제를 만들고 있을 뿐이라는 것을 잊어서는 안 된다.

이제 ‘순망치한’이 어떻다며 설왕설래할 필요도 이유도 없다. 옹기는 삼박자가 잘 맞아야 비로소 옹기라는 이름이 주어진다. 그 중 하나인 옹기장이 즉, 주인인 시민의 의식 개혁이 먼저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우리는 이제 어떻게 해야 할 것인가. 여기서 ‘전화위복’의 기회로 삼자는 말도 어울리지 않는다. 지금까지 시민들이 상실감에 받은 상처가 너무 컸기 때문이다.

이쯤이면 답이 나오지 않았는가. 우리 모두 자숙과 반성하는 시간을 가지며 개방을 통한 포용, 배려를 통한 이해와 동질성을 앞세운, 편애 없는 시민 공동체 의식개혁을 위한 대열에 서야 할 때다.

그것이 진정한 미래지향적인 포천의 발전을 도모 하는 길이다. 또 다시 흙속의 모래알들이 되어 음해와 험담, 파괴의 원인자를 만들어서는 안 된다.

이제 16만 시민 모두 진정한 옹기를 만드는 주인이 될 수 있는 길이 과연 그 무엇인가를 되돌아보아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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