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딱총과 새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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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딱총과 새총
  • 소설가 김종보
  • 승인 2016.08.08 1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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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 정신제방의 붕괴는 희망의 기대가 상실되었을 때 무너진다는 것을 알아야”
▲ 소설가 김종보

과거 어린이 놀이 중 딱총과 새총 놀음은 인기 종목이었다.

딱총이 화약을 넣어 터트리는 재미가 있다면 새총은 작은 돌멩이로 새를 잡는 재미로 즐기는 놀이였다. 문제는 그 새총으로 쏜 작은 돌멩이가 잘못 날아가 마을의 어느 집 항아리가 깨지기라도 하면 그날은 온 동네가 초비상이었다.

자연 문제의 아이는 마을 사람들한테 눈에 가시가 되고 만다. 지금 과거의 그 딱총과 새총이 시대를 뛰어 넘어 색다른 방법으로 위협하고 있어 눈총을 받는 일이 종종 있는데, 이번에는 포천에서 그 딱총이 문제를 일으켰다.

오늘 날 포천 시민은 사격장과 탄약고를 끌어안고 있어 눈에 가시보다 더한 불안 때문에 걱정과 근심이 사라지지 않고 있는 바람에 시민들의 입에 오르내리고 있다. 이른바 지난 총선 때 있었던 공약 남발론이다. ‘로드리게스’ 해결을 위한 특별법 제정론과 소파개정을 어떻게 하겠다는 등, 불가능한 것을 ‘포퓰리즘’ 바람을 일으켜 현혹했던 약속이 불발되었기 때문이다.

여전히 현재 진행형인 국방정책의 ‘브레이크’가 걸리지 않아 시민들이 분노하고 있는 이 문제,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는 중대 현안이다. 기대했던 신뢰를 잃은 상실감에 실망의 포연이 지나간 자리마다 피어오르는 연무를 거둬 내려 해도 도무지 눈이 떠지지 않는다. 포천시민들이 ‘노블레스 오블리주’를 더욱 그리워하는 것은 이 때문일까.

제삿집의 향불은 조상을 기린다지만 아픈 역사의 향불은 시대가 변해도 바뀌지 않는 안보라는 이름하에 포천시민들이 고통 받고 있는 것이다. 국민 모두가 기억해야 할 향불임에도 무엇 때문에 포천시민만 꺼지지 않는 향불을 등에 지고 살아야 하는지 묻고 싶다. 촛불 시위도 소용없는 일이기에, 그날 사격장 대포만큼이나 큰 소리에 크게 기대했던 공약의 대포가 더 크게 들렸기에 실망에 찬 시민들의 한숨소리가 그칠 줄 모르고 있는 것이다.

흐려진 거리마다 피어오르는 희뿌연 연무보다 차라리 새총에 장독이 하나 깨어진 사건으로 눈에 가시가 되었다면 말도 하지 않겠단다.

6.25 동족상잔에는 피할 수 없는 생존 때문에 지게에 포탄을 등에 저 날라 지켜 낸 자유민주주의였으나, 어느 때 부터인가 역사의 수레바퀴가 낡아 흐트러지면서, 민족의 동질적 DNA 마저 녹이 슬어 화석이 되어버린 지금, 정녕 포천의 사격장과 탄약고는 영원히 사라질 수 없는가.

보은을 기억 하라는 것도 아니다. 역사 앞에는 당위성으로, 민족 앞에는 ‘대의명분’으로 포천시민에게는 약속의 이름으로 다가서라는 것이다. 촛불이 스스로 자신을 태워 어둠을 밝히듯이, 또 하나의 촛불이 되라며 기원했지만, 왠지 그 공약의 촛불은 그 어디서 불어온 바람 때문인지 좀처럼 포천 땅에 드리워진 어둠을 몰아내지 못하고 있다.

오늘도 포천 시민은 현재진행형의 ‘브레이크’ 제동이 고장 난 채 시퍼런 역사의 수레바퀴를 따라 굴러가고 있는 사격장과 탄약고의 무쇠바퀴만큼이나 근심걱정에 잠을 이루지 못하고 있다. 사격장과 탄약고의 화약 냄새가 밤낮을 모른 채 잠들지 않고 푸른 하늘을 뒤엎다보니, 시민을 위협하는 놀이쇠의 제동장치를 멈추게 할 그 어떤 대책이 하루 빨리 시급하다. 시민이 ‘노블레스 오블리주’ 의 정신으로 무장한 강한 지도자의 모습을 기다리는 것은 바로 이 때문이다.

국가가 존재해야 국민이 존재함은 당연하다. 문제는 민주주의 이름으로 형평의 저울이 평등하게 이루어졌을 때 비로소 국가의 이름도 빛나는 것이며, 국민 또한 국가를 신뢰할 수 있는 것이다. 오로지 안보라는 제방을 내 세워 시대가 변해도 지역 주민의 행복추구권에 대한 권리를 정치논리 해석에 따라 움직이는 것은 민주주의 논리에 반하는 것이다.

과거 두려움 없이 즐겼던 놀이문화의 딱총을 그리워하는 것은 동심에 진지했던 희열이며, 그 때의 기억 속에서 새총의 기억을 잊지 못하는 것은 항아리의 변상정도는 감수하며 즐겼기 때문이다. 지금 포천 시민은 그 항아리를 깨트린 새총보다 더 거대한 포탄이 되어 시민의 가슴으로 내리꽂힌 공약의 대포에 쓰러져 일어날 줄 모르고 있다는 것에 귀를 기울여야 할 것이다.

그러면서도 한편으로는 한 가닥 희망의 끈을 놓지 않고 있다.

제방을 무너트리는 것은 한 마리의 들쥐가 지나가서 무너지는 원인을 낳고, 한 시대와 역사의 제방은 자유민주의를 사랑하던 백성의 원망들이 모여 허물어진다면, 지방자치제하에 있어 정신제방의 붕괴는 현혹된 상실감에 의해 그 희망이 농락당했을 때 실망에 찬 기대의 제방이 무너진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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