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천 시장님 정치선배입니다.” 이 말은 김영우 국회의원이 김종천 시장의 선배정치인이라고 한 덕담에 대한 말이다.
김종천 포천시장은 27일 개최된 구리-포천민자고속도로 개통식 축사에서 “고속도로 개통이 있기까지 선배정치인들의 피와 땀의 덕택”이라고 했다. 김 시장은 또 선배정치인들의 고마움과 감사한 마음을 잊지 않겠다고도 했다. 반면 고속도로 관계자나 포천시청 공무원, 관련 포천시민들에 대한 감사의 인사는 모두 생략했다.
이한동 전 총리부터 시작해 작고한 이진호 전 군수, 고조흥 전 국회의원, 박윤국 전 시장, 서장원 전 시장, 김영우 현 국회의원 이름을 한명 한명 거명했다. 김 시장이 거명한 인사들은 모두 전현직 시장이거나 국회의원이다. 김 시장은 또 김영우 국회의원과 서장원 전 시장에게 고속도로 개통에 헌신했다며 감사패를 전달했다. 행사에 불참한 서장원 전 시장을 대신해 김용배 전 시장 비서가 감사패를 받기도 했다.
포천시 관계자의 말에 의하면 김영우 의원과 서장원 전 시장이 민자고속도로가 개통하기까지 공헌한 바가 많아 감사패를 전달했다고 했다. 그러면서 고조흥 전 의원에게도 감사패를 전달하려고 했는데, 고 전 의원이 사양했다는 것이다. 박윤국 전 시장은 무더운 날씨에 진행되는 행사에서 감사패를 받는다는 것은 시민들에게 불편을 초래할 뿐 아니라 행사 성격에도 부합되지 않아 정중히 사양한다고 했다. 고속도로 개통과 관련된 시장, 국회의원에게 감사패를 전달하려고 한 것으로 보이는 대목이다.
김종천 시장이 거명한 전현직 선출직 정치인들이 고속도로 개통에 얼마나 공헌했는지는 알 수 없다. 그러나 김 시장의 언행은 무더운 땡볕에서 이를 지켜보는 시민들의 시선은 그리 호의적인 것만은 아니었다.
시민들을 의아하게 만든 김 시장의 말은 여기에서 그치지 않았다. 외유성 유럽 관광으로 여론의 뭇매를 맞고 있는 포천시의회 의원들이 고속도로 개통에 많은 공헌을 했다고 치켜세웠다. 그러면서 비록 포천시의원들이 이 자리에 참석하지 못했지만 유럽에서 더 좋은 벤치마킹을 해 올 그분(포천시의원)들에게 더 많은 힘을 실어 달라고 시민들을 향해 말했다. 포천시의원들의 외유성 관광을 정당화할 뿐 아니라 시의원들의 행동을 정당화 내지는 과대 포장하는 모양새다.
김종천 시장의 선배 정치인들의 피와 땀이라는 표현을 하자, 다음 축사에 나선 김영우 국회의원은 “김종천 시장님이 저 보다 정치인 먼저 시작하셨습니다. 김 시장님이 정치선배 입니다”라고 말했다. 완곡한 표현이지만 따끔한 충고로 보인다. 김 의원의 충고는 보는 이에 따라 해석이 달라질 수 있다. 그러나 ‘나는 국회의원 3선이고, 당신은 1년짜리 시장에 불과 합니다’라고 얕잡게 보는 말로도 해석될 수 있는 대목이다. 즉, 오늘 김종천 시장에게 감사패를 받지만, 그것은 격에 맞지 않는다는 것으로도 보인다.
전현직 선출직에게 수여한 김 시장의 감사패와 피와 땀이라는 표현에 대체로 부정적인 반응이다. 전직 시장들은 공직자로서 당연히 해야 할 일을 했는데, 생뚱맞게 왠 감사패냐 라는 지적이다. 더구나 서장원 전 시장은 성추행 사건으로 포천시 퇴보시킨 장본인이라는 점을 들어 적절치 않다는 여론이다. 기성 정치인들의 과오로 인해 포천이 낙후되고 있는 시점에서 고속도로와 전혀 무관한 전직 군수와 국회의원까지 거명하며 피와 땀으로 공헌했다고 표현한 것은 이치에도 맞지 않다는 것이다.
김종천 시장의 말과 감사패는 전현직 시장과 국회의원에게 보내는 화합과 단합의 메시지일 수 있다. 하지만 김 시장의 임기가 1년 남짓 남아있는 상황에서 보면 달리 보일 수 있다. 내년 지방선거를 겨냥한 전현직 시장 국회의원에게 보내는 정치적인 제스처일 수 있다는 것이다. 과도한 배려와 관심은 뭔가 목적이 있다고 여겨진다는 점을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