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사회적 경제 자본주의 대안될 수 있을까? (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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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사회적 경제 자본주의 대안될 수 있을까? (13)
  • 이정식
  • 승인 2017.09.27 12: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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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정식

이것은 이른바 플라자 협상이라 불리는 여러 나라가 참여한 일종의 국제회담이었다. 이 협상의 내용은 미국이 달러 대 엔화의 환율을 내려달라는, 즉 엔화의 절상을 해달라는 부탁을 한 것이 골자였다. 통상적으로 환율을 내리면 자국 화폐의 가치는 올라가게 되어 엔화 가치 상승으로 이어진다. 엔화 가치 상승은 수출 가격이 오르는 효과가 있어 수출이 감소하고 수입이 늘어난다. 왜냐하면 수출가격이 오르는 만큼 수입 가격은 낮아지는 효과가 있기 때문이다. 

엔화절상을 하기로 약속한 일본 정부는 수출 감소를 우려하여 시장의 충격을 완화하고 기업들의 경쟁력을 키워주기 위해 대폭적인 시중 금리인하를 단행했다. 시중 금리를 인하하면 시중에 돈이 많이 풀리고 기업들은 투자에서 오는 이자부담이 줄기 때문에 그만큼 경쟁력이 좋아질 수 있다고 알려져 있다. 

일본정부는 일 년 사이에 시중 금리를 절반 가까이 낮춰주며 수출 감소로 인한 경기 침체를 막고자 했다. 이런 일본 정부의 조치로 인해 기업만이 아니라 일반 시민들도 은행의 싼 이자를 빌려 주식이나 부동산에 투자하는 과열 양상을 보이게 된다. 시중 이자가 낮아지면 또한 시중의 부동자금이 이익을 내기 위해 투자할 마땅한 곳을 찾아 움직이게 되는데 그래서 주식시장이나 채권 시장 등도 역시 과열 양상을 보일 수밖에 없다. 

그리고 당시 일본의 제품 경쟁력이 워낙 우수했기 때문에 엔화가치 상승으로 제품가격이 상승했음에도 불구하고 처음의 우려와 달리 큰폭의 수출 감소는 일어나지 않았다. 즉 아무리 일본 제품의 가격이 상승하더라도 세계적으로 더 값을 주고서라도 일제를 사겠다는 나라가 많았던 것이다. 

참고적으로 환율과 무역의 관계를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화폐가치의 상승이란 환율이 떨어지는 것을 의미하는 것으로 쉽게 말하면 100달러가 100엔이었을 경우보다 일본의 엔화가치 상승, 즉 환율의 하락이 일어나면 100달러에 90엔 정도로 일본 수출업자가 받는 수출대금이 감소하게 된다. 엔화로 100엔이던 물건 값을 그대로 받기 위해서는 100달러가 아닌 110달러를 받아야 하기 때문에 결국 수출상품의 가격을 올려야 하는 것이다. 당연한 말이지만 물건 값이 오르면 판매량은 줄어든다. 

하지만 당시 일본의 경우는 그렇지 않았다는 뜻이다. 전 세계적으로 판매량은 줄지 않고 오히려 더 늘어갔다. 드디어 이런 상황들이 맞물리면서 문제가 터졌다. 늘어난 수출대금과 값싼 이자로 많이 풀린 시중의 통화량은 더 많은 이익을 내기 위해 과잉 투자로 이어지는 악순환이 시작되었던 것이다. 이 역시 1930년대의 대공황과 비슷한 구석이 있는 상황이었다.(다음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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