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다시 2008년의 미국으로 가보자. 일본은 세계경제라는 전쟁터에서 이미 2008년 전에 총알을 다 쓰고 전선에서 빠진 상태였기 때문에 이 금융위기에서는 오히려 큰 역할도 피해도 입지 않았다. 불행 중 다행이라고 일본 경제는 더 이상의 큰 충격은 받지 않고 금융위기라는 초대형 사건으로부터 쉽게 넘어 갈 수 있었다.
1980년 대 일본의 거품붕괴라는 불행을 보면서도 세계의 많은 경제 관련 전문가들이 이번엔 더 큰 시장붕괴의 쓰나미가 몰려오는 것을 눈치 채지 못했다.
1-5. 2008년 금융위기의 시작(롱텀캐피탈 사태)
자본주의 경제체제의 근간을 흔들어 놓은 2008년의 금융위기는 사실 10년 전인 1998년 ‘롱텀캐피탈’이라는 헷지펀드 회사의 부도에서 이미 그 파국의 서막을 알리고 있었다.
롱텀캐피탈이라는 회사의 이름은 말 그대로 오랜 기간 투자를 한다는 뜻을 가지고 있지만, 실제로는 단기간의 시세차익을 노리고 기계적으로 투자를 하는 공격성이 강한 투자회사였다. 이 회사의 주인은 모두 세 사람으로 그 중 로버트 머튼과 마이런 숄즈는 1997년 파생금융상품의 가치를 계산하는 방법을 고안하여 노벨 경제학상을 탄 학자들이었다. 처음엔 열역학과 물리학의 이론이었던 블랙-숄즈 이론을 경제 분야에 적용하여 이론화하는데 성공한 인물들이었다.
이들과 함께 동업을 하게 되는 존 메리워터는 투자자로 당시에 이름을 떨치던 사람으로 이들은 자신들의 투자능력과 정교한 경제학적 공식을 앞세워 헤지펀드 회사를 설립하고 부도가 나기 전까지는 승승장구하며 큰 수익을 올릴 수 있었다.
불과 부도가 나기 2년 전인 1996년에는 연 수익 57%라는 경이적인 수익률을 기록하는 등 이들은 명성에 걸맞게 시장에서 옵션투자의 강자로서 자리를 잡고 있었다.
이들의 투자 방식을 모두 설명할 수는 없지만 이들이 구사한 전략은 레버리지를 이용한 차익거래(프로그램매매)와 공매도였다. 레버리지는 나의 자산과 고객의 자산을 적절한 비율로 구성하여 투입된 비용 대비 이익을 극대화 하는 방식의 투자라는 정도로 생각하면 쉬운 개념이다. 차익거래(프로그램매매)란 일정 조건에 맞는 상황이 되면 사람이 판단을 하지 않아도 자동적으로 거래가 이루어지도록 미리 프로그램화 되어 있는 거래를 말한다.
공매도란 어떤 물건의 가격이 떨어질 것이 확실한 경우 해당 물건을 미리 빚을 얻어 사두었다가 다른 사람에게 값이 떨어지기 전에 그 물건을 판 뒤 나중에 물건 값이 떨어지면 떨어진 가격으로 해당 물건을 싸게 사서 현물로 처음 빌린 사람에게 갚아 그 차익을 이익으로 얻는 거래방식이다. 다소 복잡해 보이는 거래방식이지만 주식시장이나 외환거래 시장에서는 아주 흔히 사용되는 거래 방식으로 유명한 헤지 펀드계의 전설인 조지 소로스가 영국의 파운드화의 하락을 예측하고 이 방식으로 거래를 하여 막대한 이익을 얻은 적이 있었다.
즉 미리 판 물건의 값과 떨어진 물건의 값 사이의 차가 나의 이익이 되는 것이다.(다음에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