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사회적 경제 자본주의 대안될 수 있을까? (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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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사회적 경제 자본주의 대안될 수 있을까? (22)
  • 이정식
  • 승인 2017.10.30 09: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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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정식

하지만 이런 수치상의 문제만이 아니라 2008년의 금융위기는 경제 체제 전반의 신뢰를 무너뜨렸다는 점이 가장 큰 문제였다. 금융 분야에서 투자자의 신뢰는 매우 중요한 요소이다. 우리가 은행에 돈을 안심하고 맡기는 이유는 은행을 믿기 때문이다.

은행이 내가 맡긴 돈을 허투루 쓰거나 엉뚱한데 투자하여 날려 버리는 일은 없을 것이라는 신뢰가 있기 때문에 귀중한 나의 재산을 맡기는 것이다. 그런데 만일 내 돈을 허락도 받지 않고 위험한 곳에 마구 투자하다가 날려 버린다면 그 어느 누가 은행에 돈을 맡기려 하겠는가? 

더욱이 경제 당국은 은행들을 감독하고 법률이나 제도적으로 관리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오히려 은행들의 무분별한 투자 행태를 부축인 꼴이 되고 말았기에 일반 시민들의 분노는 극에 달할 수밖에 없었다.

미국에서는 연일 일반 시민들이 금융시스템의 상징인 뉴욕의 월스트리트에 모여 자본주의 금융시스템을 규탄하는 시위를 열고 책임 있는 당국자의 조치를 요구했다.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이다. 

현대의 은행, 투자 기관, 보험사, 증권사 등 금융 기관들은 서로 거미줄처럼 촘촘하게 연결되어 있기 때문에 어느 한 곳에서 문제가 발생하면 엄청난 속도로 모든 기관이 함께 위기에 봉착될 수밖에 없다.

만일 일반 시민들의 신뢰를 회복하지 못한다면 눈에 보이는 수치적인 손해 외에 미래 금융 분야 전체에 자금이 원활하게 공급되지 못할 것이고, 그 여파는 다시 실물 경제에도 악영향을 미칠 것이다. 

미국의 경제당국은 당시 우리의 IMF 때도 그랬듯 신속하게 법률을 제정하여 국민의 세금인 총 7천억 달러 규모의 공적 자금을 투입하였다. 이 자금은 금융 기관의 부실 채권을 매입하는 일에 주로 쓰였고, 금융 회사가 보유한 불량 자산을 매입해 그 손실을 보전해줌으로써 이들 기관들이 자기자본을 확충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데 쓰였다.

즉 휴지조작이나 다름없는 부실채권을 사들여 이들 금융기관이 파산하는 것을 막았다. 결국 국민들의 호주머니를 털어 보너스를 받으며 자신들 만의 보너스 파티를 벌인 사람들의 뒤치닥거리를 일반 시민들의 세금으로 충당한 것이다.

이런 국민들의 분노한 정서를 감안하여 미국 정부는 구제 금융 대상 회사 임원들의 보너스 지급 금지, 시가평가 회계기준의 임시 유예, 연방준비위원회의 금융기관 레버리지 규제 검토, 현행 규제 시스템의 효과성에 대한 특별 보고서 작성, 예금보험한도를 10만 달러에서 25만 달러로 확대하는 방안들을 추가적으로 시행하였다.(다음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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