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새로운 인생 오복(五福)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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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새로운 인생 오복(五福)
  • 포천일보
  • 승인 2018.03.03 10: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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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양호식 면암 최익현선생 숭모사업회장

사람은 누구나 복(福)을 갈구하며 산다. 사람에게 꼭 필요한 복을 5복(五福)이라고 칭한다. 전통적으로 수(壽) 부(富) 강녕(康寧) 유호덕(攸好德) 고종명(考終命)을 5복(五福)이라고 한다. 장수하고, 부유하고, 건강과 평안을 누리고, 덕을 베풀기를 좋아하고, 인생을 잘 마무리하는 것을 의미한다.

요즈음은 5복(五福)을 조금 변형하고 또한 현실적으로 구체화하여 건강(健康) 부부(夫婦) 재산(財産) 직업(職業) 우정(友情)을 5복이라고 하고 있다. 건강하고, 부부가 생존하고, 재산이 있고, 일거리가 있고, 친구가 있으면 복을 누린다고 하는 것이다.

사람들은 복(福)이 주어지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보이지 않는 하느님, 부처님, 천지신명이 내려주는 은혜로 생각한다. 이러한 생각은 수동적이고 소극적이다. 사람이 애써 노력해야할 여지가 별로 없다. 그러나 복(福)은 사람이 만드는 것이다. ‘복을 짓는다’는 표현이 바로 복을 능동적이고 적극적으로 만들어내야 하는 것을 의미한다.

사람이 만들고 누리는 복을 ‘새로운 5복(五福)’으로 규정해본다. 첫째 복은 감사(感謝)이다. 이 세상에 부모님으로부터 출생한 자체가 축복이라고 여기는 마음이 감사이다. 따라서 존재의 의미와 보람이 감사라고 한다. 무(無)에서 유(有)가 이루어진 것, 빈손으로 태어나 손에 무엇인가 쥐어진 것이 있으면 감사할 일이다. 감사는 삶을 은헤롭게 하고, 활력있게 만든다. 스스로 행복할 뿐만 아니라 주위까지 행복하게 하는 전파력을 가지고 있다. 또한 사람이 지닌 무한한 잠재력, 창조력을 발휘하게 하는 단추가 되기도 한다. 감사라는 단추를 누르면 행복이 쏟아져 나오게 된다. 늘 고맙고 감사하고 덕분이라는 표현(고감덕)을 사용할 수 있으면 복을 누리는 것이다.

둘째 복은 낙업(樂業)이다. 사람은 무엇인가 일을 하면서 살아야하는 존재라는 것에는 모두가 동의한다. 일거리는 생계수단을 넘어 자아를 실현하고 완성해가는 것이다. 누구나 하고 있는 일이 즐겁다면 금상첨화일 것이다. 스스로 하고 있는 일을 즐기고 집중하고 전념할 수 있으면 행복하다고 표현해도 손색이 없다. 학생은 학습에, 근로자는 직업에, 예술가는 창작활동에, 스포츠선수는 운동에, 연구가는 진리를 탐구하는 일에, 농부는 식량을 생산하는 일에, 선생님은 가르치는 일을 즐길 수 있으면 행복한 사람이 된다.

셋째 복은 회합(會合)이다. 사람이 군서(群棲)동물이라는 것은 자명한 사실이다. 사람은 누군가를 만나서 함께 해야 하는 존재이다. 가족을 만나고, 친구를 만나고, 동료를 만나고, 스승을 만나고, 회원을 만나기도 한다. 공자께서는 사람의 군집본성을 ‘멀리서 벗이 찾아오니 이 아니 기쁜가(有朋自遠方來 不亦樂乎)’라고 표현하고 있다. 누구나 많은 모임을 만들어 정기적으로 다른 사람과 만나서 교류를 하고자 하는 것은 사람이 본성적으로 타고난 회합본능 때문일 것이다. 사람은 누구나 장단점을 가지고 있어서 누구를 만나더라도 본받을 만한 장점이 나타나게 된다(三人之行 必有我師). 서양의 파티문화도 바로 사람의 회합본능에 기초한 것이라 생각된다. 좋은 사람을 만나려고 하기 이전에 내가 먼저 좋은 사람이 되는 것도 좋은 만남을 만들어내는 방법이다.

넷째 복은 학습(學習)이다. 공자께서 인류에 남겨놓은 최대의 선물은 학습이라는 화두(話頭)이다. 논어의 첫장에 ‘학이시습지(學而時習之) 불역열호(不亦說乎)’라는 글귀를 올리면서 학습의 즐거움을 설파하셨다. 또한 ‘發憤忘食(발분망식) 樂以忘憂(낙이망우) 不知老之將至(부지노이장지)’라는 글귀를 통하여 학습의 호기심으로 식사도 잊고, 학습의 즐거움으로 근심도 잊고, 나이먹는 것도 모를 정도라고 하셨다. 학습을 통하여 행복감을 느끼고 건강백세가 가능해지므로 학습은 가장 경제적인 복지라고 할 수 있다. 국가나 지자체에서 평생학습이라는 시책을 펼치고 있는 것도 학습이 평생복지이기 때문이다.

다섯째 복은 무기(無己)이다. 사람이 번민에 빠지고, 총명이 흐려지는 것은 자신을 내세우기 때문이다. 사(私)를 줄일수록 참된 자유를 누릴 수 있고, 진정한 행복에 이를 수 있다. 조금씩 사심을 줄여서 마음을 비우고, 자신을 드러내려는 욕심을 줄여나가면 참된 행복을 누릴 수 있다. 지인무기(至人無己)라는 말이 있듯이 조금씩 사심을 줄여나가는 것이 진정한 자아를 만들어 완성된 자기와 만나는 길이 된다.

복은 누구나 갈구하는 것이지만, 주어지는 것이 아니라 짓고 만들어야 하는 것이다. 새로운 5복(五福)을 누리려면 감사를 느끼는 삶을 영위하고, 하고 있는 일을 즐기고, 사람과 만나서 교류하고 도와주는 것을 실천하고, 의식의 호기심과 궁금증을 충족하기 위해 학습을 게을리하지 말고, 자신을 조금씩 줄여나가서 결국은 적멸(寂滅)의 경지에 이르면 된다. 무술년에 누구나 새로운 5복을 누리기를 희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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